주간동아 1047

2016.07.20

법칙으로 通하는 세상

죄의 굴레, 주홍글씨

  • 김규회 정보 큐레이터·동아일보 지식서비스센터 부장 khkim@donga.com

    입력2016-07-19 11: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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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든 탑도 한순간에 훅 무너진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성폭행 사건에 휩싸여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다행히 무혐의로 결론 난다 해도 ‘성폭행’이라는 세 글자가 ‘주홍글씨’로 남을 듯하다.

    ‘주홍글씨(朱紅글씨·The Scarlet Letter)’라는 말은 책 제목에서 나왔다. 미국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1804~ 1864)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자 대표작으로, 1850년 발표된 이래 미국 문학사상 첫손으로 꼽히는 고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주홍글씨는 청교도주의의 인습적 도덕사회에서 나이 많은 학자와 애정 없이 결혼한 여주인공 헤스터 프린이 젊은 목사와 불륜관계로 냉혹한 제재를 받으며 살아나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린 윤리소설이다. 17세기 뉴잉글랜드 보스턴의 청교도 사회는 간음한 그녀에게 금실로 가장자리를 수놓은 ‘A’자를 가슴에 달고 다니게 했는데 이것이 바로 주홍글씨다. 시종일관 붙어다니는 주홍글씨 ‘A’는 ‘Adultery’의 머리글자로 간음, 수치, 원죄를 상징한다. ‘붉은 낙인’은 인간을 얽매는 굴레다. 여기에서 파생된 주홍글씨라는 말은 낙인찍힌 사람이 겪는 고통을 표현할 때마다 인용되곤 한다.

    그러나 프린의 굴할 줄 모르는 참회의 의지로 말미암아 저주의 주홍글씨 ‘A’는 후에 ‘Angel’ ‘Able’ 또는 ‘Mercy’ 등의 뜻으로 승화된다. 그녀는 여생을 이웃에 대한 봉사와 속죄로 얻은 행복감 속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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