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5

2016.07.06

정치

‘용인(用人)’ 실패가 부른 리베이트 참사

국민의당 납득 안 되는 김수민 의원 공천… 결국 잘못된 만남? 검찰의 칼끝 당 운명 결정

  • 황형준 동아일보 기자 constant25@donga.com

    입력2016-07-01 15: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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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으로 안철수, 천정배 상임공동대표가 6월 29일 전격 사퇴했다. 검찰이 27일 박선숙 의원을 소환 조사하고 왕주현 사무부총장이 구속되면서 더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 수사도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지만 어떻게 끝날지 모를 결말이 국민의당을 답답하게 한다.

    4·13 총선 이후 제3당으로서 존재감을 키워가던 국민의당은 6월 9일 ‘동아일보’ 특종 보도 이후 3주째 관련 의혹에 손발이 묶이게 됐다. 총선 이후 대권주자 1위 자리를 잠시나마 탈환했던 안 전 대표의 지지율도 추락하면서 정치혁신과 새 정치를 내세우던 그의 입지도 위태로워졌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예견된 참사를 막지 못한, 리더십 부재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잘못 끼운 첫 단추

    4·13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을 발표한 3월 23일. 이날 밤부터 당내에서는 김수민 의원과 관련한 흑색선전이 돌았다. 그만큼 비례대표 후보 7번으로 공천된 김 의원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인사들이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해태제과 히트상품 ‘허니버터칩’의 포장지(패키지)를 디자인한 업체라고는 하지만 대학 동아리에서 출발한 ‘브랜드호텔’ 대표인 30세 김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이 있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김 의원이 추천된 과정도 불투명했다. 김 의원의 지도교수였던 숙명여대 김모 교수와 친분이 있던 김영환 전 의원이 안 전 대표의 브랜드호텔 방문을 주선하면서 당시 브랜드호텔 대표였던 김 의원은 당과 인연을 맺었다. 당 PI(Party Identity)를 디자인하고 홍보 업무를 총괄하게 된 것. 공천 다음 날 김 의원의 아버지가 신한국당 소속으로 14대 의원을 지낸 김현배 전 의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수저 논란’도 제기됐다. 당시 당내에선 “비례대표 8번을 받은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이 당선될 수 있도록 중도 사퇴 가능성이 있는 김 의원에게  7번을 준 것”이라는 음모론도 돌았다. 하지만 논란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당시 당 지지율이 15% 안팎에 그쳐 당선 안정권은 5, 6번이라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실제 당선할지는 미지수였던 것.



    총선 결과 국민의당은 정당 득표율에서 26.7%를 얻는 기염을 토했다. 당 비례대표 후보가 13번까지 당선되면서 당내에선 김 의원과 관련한 흉흉한 소문이 급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주로 김 의원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과정과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의혹이었다. ‘김 의원이 평소 가까운 사이인 김영환 전 의원에게 공천 헌금을 줬고, 이 돈을 김 전 의원이 박선숙 의원에게 전달하며 비례대표 당선권 배치를 요청했다’는 소문이었다. ‘박 의원이 생활고에 시달릴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내용도 덧붙었다. 소문은 당내에 그치지 않고 더불어민주당(더민주)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더민주 한 당직자는 “김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브랜드호텔에 국민의당 홍보 관련 일감을 몰아주고 남긴 이익을 박 의원 등에게 공천 헌금으로 줬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소문 근원지로 지목된 이는 소위 국민의당 비주류 당직자들로, 여기엔 출발부터 다양한 계파가 결합할 수밖에 없던 당의 속사정이 자리 잡고 있다. 초창기 국민의당 내 당직자 29명 중 안 전 대표의 기존 대통령선거(대선) 캠프 인맥을 포함해 안 전 대표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을 탈당한 당직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천정배 공동대표가 추진하던 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에서 합류한 인사들과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 창준위에 합류했던 인사들도 통합과정에서 당직자로 들어왔다. 하지만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국민의당에 첫발을 디딘 비주류 당직자들의 소외감은 컸다. 일부 당직자는 “총무 등 주요 당직을 차지한 안 전 대표 측 당직자들이 전횡을 일삼는다”는 뒷말을 하고 다녔다.

    안 전 대표를 더욱 곤혹스럽게 한 것은 측근 간 갈등설이다. 1월 중순 안 전 대표의 최측근인 박선숙 의원이 창준위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안 전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인 이태규 의원 측에서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 것. 박 의원을 중심으로 당 사무가 돌아가자 그간 실무준비단장을 맡았던 이태규 의원의 영향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정작 이 의원은 “무슨 갈등설이냐”고 진화했지만 측근들 생각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여러 자리에서 박 의원의 독주를 경계하며 말을 퍼뜨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막을 수 있던 참사

    이 같은 흑색소문이 나돌자 당 차원에서 진화에 나섰다. 이미 외부까지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더민주 측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제보했다”는 말도 돌았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모르는 인사들이 시작한 일”이라면서도 “사실이 아니니 괜찮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만 갔다.

    박선숙 의원은 5월 9일 사무총장직 사의를 표명하면서 관련 의혹에 대해 최고위원회 회의를 통해 공식 보고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시작되자 일부 당직자는 안 전 대표에게 관련 의혹에 대해 직접 투서를 넣기도 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박 의원의 보고대로 사실이 아니라고 여겼다. 안 전 대표 측 인사들은 “창당 과정에서 소외되고 능력 부족으로 배제된 일부 인사가 꾸며낸 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이 같은 안이한 인식은 결국 당 존폐가 걸린 위기로 번졌다. 비주류 인사들은 총선 이후 당 의원실로 자리를 옮기거나 아예 당직을 그만뒀다. 당을 떠난 한 인사는 “주류 측 인사들의 핍박에 더는 당에 있기 힘들다”며 “당을 꼭 개혁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당내 암투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와 주류 측 책임도 적잖다. 국민의당 관계자의 말이다.

    “일부 과장된 소문이 돌았지만 결과적으로 집안 단속을 못한 책임이 있다. 소외감을 느낀 당직자들을 좀 더 보듬었더라면 이 같은 결과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막을 수 있던 참사였다’는 뒤늦은 후회다. 선관위와 검찰이 어떤 과정을 거쳐 조사에 착수했는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된 당직자들의 투서와 증언을 선관위가 확인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게 정설이다. 일단 검찰은 선관위에서 고발한 리베이트 의혹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김 의원의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 있었던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해선 “수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사에 착수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계좌 등을 살펴봤지만 실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관측과 “향후 언제든 국면전환용으로 쓸 카드를 아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엇갈린다. 국민의당 일각에선 “총선에서 여권성향의 지지층 일부를 흡수한 국민의당을 손보려는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당 운명을 검찰에 맡기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이미 당의 운명은 검찰 손에 달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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