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경제

전문직만 살아남는 서비스업

사회복지·여가문화는 생산성 뚝↓ 그나마 도소매업은 자영업자 수 감소로 한숨 돌려

  • 심순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simsh@lgeri.com

전문직만 살아남는 서비스업

총론부터 시작해보자. 노동생산성은 노동자 1인이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를 말한다. 노동생산성이 감소한다는 것은 경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와 같다. 최근 한국 경제의 노동생산성이 둔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우려스러운 이유다. 특히 서비스업의 경우 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산성은 정체 상태라는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눈여겨볼 대목 가운데 하나는 이를 업종별로 살펴본 결과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대체로 고부가가치 업종은 생산성이 상승한 반면 저부가가치 업종은 하락했다. 이들 업종 사이의 생산성 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부가가치 업종의 생산성이 하락했다는 것은 서비스업의 생산성 정체가 주로 이들 업종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짐작게 한다.



사회복지·여가문화 하락 두드러져

저부가가치 업종 가운데 생산성 하락이 두드러지는 부문은 사회복지 서비스업과 여가문화 서비스업(음식, 숙박, 레저, 문화 서비스업)이다(그래프 참조). 사회복지업은 고령화 등으로 수요가 늘고 있음에도 생산보다 고용이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생산성이 감소한 경우다. 물론 여성과 고령층 등 고용취약 계층에게 정부 주도로 사회복지업 관련 일자리가 제공돼왔다는 점에서 생산성 하락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지나친 생산성 감소는 사회복지업 종사자의 소득을 잠식할 위험이 있다는 측면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전문직만 살아남는 서비스업

5월 19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 ‘2016 글로벌 취업상담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상담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동아일보]

여가문화업 또한 국민 삶의 질과 관련이 깊은 데다 앞으로 수요가 확대될 여지가 큰 부문이지만, 여전히 낮은 생산성을 면치 못하고 있어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위에 해당하는 긴 노동시간(연평균 2124시간)과 경제적 여유 부족 등으로 여가문화의 수요 기반이 여전히 취약한 점이 원인일 것이다. 또한 높은 인구밀도와 땅값 때문에 문화시설의 임차료가 높고 교통인프라가 부족해 여가 소요시간이 길다는 것 역시 여가문화업의 수요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반면 도소매업은 저부가가치 업종임에도 예외적으로 인당 부가가치가 늘어난 경우다. 대형화 추세, 유통구조 효율화 등이 생산성을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자영업자 수 감소 같은 고용조정 역시 큰 구실을 했다. 2000년 기준 163만 명 내외이던 도소매업 자영업자 수는 2015년 들어 123만 명까지 줄었다. 그럼에도 도소매업의 자영업자 비율은 41.5%로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높다. 앞으로 자영업자의 추가적인 조정이 이어질 경우 도소매업의 생산성은 올라갈지 몰라도 고용흡수 능력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금융업과 통신업 역시 자체적으로 생산이 증가했다기보다 고용이 감소함으로써 생산성이 늘어난 업종에 속한다. 금융업과 통신업의 고용흡수력이 떨어진 것은 수익성 저하 탓이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업은 생산 둔화에 직면한 바 있다. 저금리 기조와 안정성을 중시하는 상황 탓에 수익성이 저하됐고, 전 세계적으로도 금융업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업은 성장 둔화와 함께 고용조정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업 역시 이미 100%가 넘은 이동통신 보급률, 가계 통신비 지출 감소, 콘텐츠 서비스 점유율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유선전화나 초고속인터넷 같은 전통적인 유선통신 서비스 부문에서 고용이 감소함으로써 오히려 생산성이 증가했다. 결국 금융업과 통신업 역시 생산성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고용 기여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이나 통신업과 달리 법무·회계, 의료 등 전문서비스 업종의 생산성은 정체돼 있다. 하지만 이들 업종은 생산 증가를 유지하면서 고용이 크게 늘어남으로써 생산성이 소폭 감소한 경우다. 이들 업종의 고용이 늘어난 것은 제도적 변화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로스쿨 제도와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의대 입학정원 증가,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 수 증대 같은 조치로 진입장벽이 낮아져 전문직 업종에서 신규 인력 진입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전문직만 살아남는 서비스업

자료 | 한국은행 주 | 가로선은 2010년 기준 인당 부가가치(단위 : 100만 원)

진입장벽 낮추고 새로운 수요 창출

그럼에도 이들 업종은 여전히 추가적인 고용 여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 다른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인구수나 경제규모 대비 전문인력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변호사 수는 0.03명으로 미국(0.40), 영국(0.22), 독일(0.20) 등 다른 주요국에 비해 아직 부족한 편이며,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8명으로 역시 독일(3.96), 영국(2.75), 미국(2.50) 등에 비해 모자란다.

고부가가치 업종에서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면 경제 전체에서 이들의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율도 늘어난다. 고부가가치 업종의 비중이 높아질 경우 양질의 일자리 수가 증가하고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고부가가치 업종에서 보이는 생산과 고용의 증가세를 유지해나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서비스업의 생산성 변화가 갖는 성격이 업종마다 다른 만큼, 서비스업의 전반적인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업종별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여가문화업의 경우 인프라 부족, 높은 지가 등이 서비스 공급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국유지 활용 방안을 모색해 여가 인프라의 기반을 늘려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해 이 부문으로 과도하게 고용이 유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정책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물론 높은 학력과 자격을 요구하는 업종 특성상 전문서비스 부문은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전문직의 진입장벽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진입장벽 완화를 통해 고용을 창출할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는 의미다. 금융이나 통신처럼 수요 둔화로 성장이 정체된 업종의 경우 핀테크(FinTech) 등 신성장 분야를 육성하거나, 규제를 완화하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돌파구를 열어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2016.06.29 1044호 (p54~55)

심순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simsh@lgeri.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7

제 1217호

2019.12.06

아이돌 카페 팝업스토어 탐방기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