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4

2016.06.29

와인 for you

한 모금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착한 와인 ‘문드 오’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6-06-27 11: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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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을 만들 때 물을 섞는지 여부를 묻는 이가 적잖다. 와인은 순수하게 포도즙으로만 만든다. 물을 섞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와인을 만들 때 물이 전혀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엄청나게 많은 물이 요구된다. 포도가 자랄 때 물이 필요한 건 물론이고, 와인을 양조하고 숙성하는 모든 기구를 세척하는 데도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쓰이기 때문이다.

    포도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물 없이는 살 수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동물이나 식물과 달리 깨끗한 물을 마셔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지구상에는 식수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이 6억 명이 넘는다. 전 세계 사람 10명 중 1명은 먹을 물이 없어 고생하는 셈이다.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도 외딴곳에 사는 사람들인데, 이들은 물을 구하려고 매일 몇 시간씩 걸어 옆 마을을 오간다. 부모는 돈을 벌기 위해 나가야 하므로 이 일은 자녀의 몫이다. 아이는 학교에 가는 대신 물을 길러 간다. 공부를 제대로 못 한 아이는 좋은 직업을 구하지 못한다. 식수 문제는 결국 빈곤의 대물림으로까지 이어진다.

    최근 우리나라에 수익금 전액을 개발도상국의 식수 문제 해결에 쓰는 와인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파워스(Powers) 와이너리의 ‘문드 오(Monde Eau)’ 와인이다. 파워스 와이너리는 빌 파워스(Bill Powers)가 1982년 설립했다. 파워스는 미국 워싱턴 주에서 처음으로 와인용 포도를 재배한 사람이다. 당시만 해도 유기농으로 와인용 포도를 재배하는 것을 미친 짓으로 여겼다. 하지만 파워스는 ‘우리는 때로 우리의 뿌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유기농 포도를 재배했다. 그는 이후 와이너리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에서 얻고, 포도밭을 관리하는 기계에 바이오디젤을 이용하는 등 환경을 위한 노력을 확대했다. 그 결과, 파워스가 조성한 배드거 마운틴 빈야드(Badger Mountain Vineyard)는 워싱턴 농무국 최초의 유기농 인정 포도밭이 됐다.



    포도밭이 살아 있으니 파워스 와인의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세계적 와인 매거진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는 파워스 와이너리를 ‘미국의 50대 카베르네 소비뇽 생산자’로 꼽았고, ‘와인 인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는 ‘떠오르는 별’이라고 극찬했다. 2014년 파워스는 88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문드 오 와인은 그의 마지막 프로젝트였다. 문드 오 와인은 시라, 리슬링, 샤르도네, 카베르네 소비뇽 등 4가지 품종으로 만든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와인은 시라다. 오크통에서 3년간 숙성을 거친 뒤 출시되는 이 와인에선 검은 베리류의 진한 향과 함께 후추 같은 매콤한 향신료향이 느껴진다. 부드러운 타닌, 묵직한 보디감, 적절한 산도가 이루는 균형미 또한 탁월하다.



    파워스는 워싱턴 와이너리협회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문밖으로 나가면 내가 할 일이 있기에 매일이 사랑스럽습니다.”

    그는 이 행복을 전 세계 모든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문드 오 와인을 만들었을 터. 문드 오 와인은 마실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착한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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