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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북제재 ‘망각의 3개월’ 처음부터 딴청 피운 중국

북·중 무역량, 북한 생필품 물가 큰 변동 없이 관계 복원만 급물살

  • 황일도 기자·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대북제재 ‘망각의 3개월’ 처음부터 딴청 피운 중국

대북제재 ‘망각의 3개월’ 처음부터 딴청 피운 중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6월 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이수용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이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구두 친서를 전달했고, 시 주석은 양국관계 발전을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신화=뉴시스]

“‘망각의 3개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4차 핵실험으로 강도 높은 대북제재 방안이 마련되던 2월, 청와대 당국자가 언론 브리핑에서 남긴 말이다. 과거 세 차례 핵실험 직후 처음 수개월은 제재가 강조되다 이내 흐지부지됐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북한이 핵 포기를 결심할 때까지 강력한 제재가 지속되도록 하겠다는 것. 그 결과물이 3월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 2270호였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 체제에 근본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내용의 자료와 데이터를 쉴 새 없이 공개해왔다.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을 공개하고 미국이나 일본은 물론, 유럽연합(EU)과 스위스, 중국,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각 나라가 앞다퉈 강력한 제재방안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는 설명도 뒤를 이었다. 가중되는 경제적 어려움이 평양 권력 엘리트의 충성심에도 심각한 균열을 내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도 쏟아졌다.

이수용 북한 조선노동당 정치국 부위원장이 이끄는 대규모 방중단이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구두 친서를 들고 베이징을 찾은 것은 공교롭게도 안보리 결의 2270호가 나온 지 정확히 3개월이 된 시점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나온 메시지는 “중국은 북·중 우호협력관계를 고도로 중시하며, 북·중 관계를 수호하고 돈독히 하고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는 내용. 전문가들 사이에서 ‘망각의 3개월’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배경이다.

그 3개월 동안 박근혜 정부의 결기는 과연 결실을 맺었을까. 중국은 강력한 제재로 북한의 ‘못된 행동’을 응징했을까. 평양은 핵 포기를 고민할 만큼 심각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까. 이를 가장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제재 논의가 급물살을 탄 2월 이후 북한의 무역통계를 분석하는 작업이다. 대북제재 결의 2270호에서 북한과의 거래를 금지한 품목을 중심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추적하고, 북한 장마당에서 주민들이 사고파는 생필품 가격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따라가다 보면, 지난 3개월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비교적 정확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결과는 우리의 기대에 턱없이 부족하다.





통계를 앞뒤로 펼쳐보니

대북제재 ‘망각의 3개월’ 처음부터 딴청 피운 중국

출처 | 한국무역협회 K-Stat

정부는 미국과 일본, EU와 스위스 등 다양한 국가의 대북제재 조치를 매우 적극적으로 해석해왔지만, 경제적으로 따지면 이는 모두 허수에 가깝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이들 국가와 북한 사이 경제활동 자체가 워낙 미미했기 때문. 2010년 5·24조치로 남측과 교역이 사실상 중단된 이래 북한 대외무역에서 중국의 비중이 90% 선을 넘나드는 독점적 수준으로 커졌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쉽게 말해 북한의 수출은 곧 대(對)중국 수출이고, 수입은 곧 중국으로부터 수입인 셈이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데이터베이스(K-Stat)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북·중 교역 데이터는 올해 4월까지다. 중국 해관총서(우리의 관세청)가 집계한 품목·국가별 수출입 명세를 통합한 자료다. 5월 하순 이 데이터가 처음 공개됐을 당시 국내 관련 기관들은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수입한 총금액(1억6138만 달러·약 1916억3875만 원)이 지난해 4월에 비해 22.4% 줄었다”며 대북제재 성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한 바 있다. 통상 무역통계는 계절별로 수출입 물량의 감소가 일정하게 반복되기 때문에 월별 증감이 매년 비슷하게 반복되는 특성을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전년도 같은 기간과의 비교가 가장 적절한 수단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통계 범위를 조금만 넓혀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부분이 적잖다. 2014년 1월 이후 북한의 월별 대중국 수출액을 살펴보면 1억5000만~3억 달러 사이에서 일종의 박스권을 형성한 상태다(그래프1 참조). 약 1억6000만 달러라는 4월 수출액이 이를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 더욱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후인 3월 수출액은 2월에 비해 6728만 달러나 증가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중국이 북한으로 수출한 금액은 아예 3월과 4월 두 달 연속 크게 증가했다. 수입 감소분에 육박하는 수출 증가다. 분명한 것은 대북제재 본격화 이후에도 북·중 교역이 이전 범위를 넘는 이례적인 수준으로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사실. 북한이 고립무원 신세가 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수출금지라던 항공유, 실제로는

대북제재 ‘망각의 3개월’ 처음부터 딴청 피운 중국

출처 | 한국무역협회 K-Stat, HS 27

대북제재 ‘망각의 3개월’ 처음부터 딴청 피운 중국

출처 | 한국무역협회 K-Stat, HS 72

대북제재 ‘망각의 3개월’ 처음부터 딴청 피운 중국

출처 | 한국무역협회 K-Stat, HS 27101911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안보리 결의 2270호는 회원국들이 북한의 석탄과 철, 철광석 등을 수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대로 회원국들은 북한에 항공유를 판매할 수 없다. 다만 예외는 있다. 민생 목적을 위해서라면 허용한다는 단서조항이다. 이 조항의 삽입을 집요하게 요청해 관철한 것은 물론 중국 측. 중국 상무부는 대북제재 결의안이 도출되고 한 달 남짓이 지난 4월 5일 구체적인 이행조치로 북한으로부터 수출입을 금지하는 품목 25종을 발표하고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이제 석탄을 포함하는 화석연료(HS 무역분류코드 27)의 북·중 거래 추이를 살펴보자(그래프2 참조). 3월 한 달간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금액은 1억609만 달러(약 1259억8000만 원)로 2월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 4월 들어 7254만 달러로 떨어졌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나온 직후에는 조만간 거래가 금지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교역량이 크게 증가했다 중국 정부의 이행조치 발표 이후 줄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변화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의 석탄 수출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숫자이기 때문이다.

철·철광석(HS 무역분류코드 72·26)의 거래 추이는 더욱 심각하게 기대를 배반한다.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금액이 3월과 4월 모두 상승했기 때문(그래프3 참조). 수년 전과 비교하면 거래 규모 자체가 크게 줄었지만, 이러한 흐름은 2015년 10월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대북제재 결의와는 관계가 없다. 북한에서 이들 품목을 수입해서는 안 된다는 결의 내용이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 ‘민생 목적’이라는 예외 규정의 함정이다.

항공유 대북 판매금지도 3월 대북제재 결의 당시 크게 주목받은 항목 가운데 하나였다. 북한 공군전력이 기동훈련 등에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역시 무역통계를 살펴보면 항공유(HS 분류코드 27101911)는 이전과 아무런 변화 없이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그래프4 참조). 4월 한 달간 중국이 북한에 판매한 항공유가 18만6900ℓ 규모로 3월(9만8810ℓ)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10월(40만ℓ)에 비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오히려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북한군 전력에 영향을 미치기란 불가능한 숫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북제재 이후 북한 경제가 큰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3월 이후 전문가들이 눈여겨 관찰하는 데이터 중 하나는 대북전문매체 ‘데일리NK’가 북한 현지 소식통들을 통해 수집하는 평양·신의주·혜산의 물가 정보다. 이들 도시의 장마당에서 달러화 등 외국돈이나 쌀 등 생필품이 어떤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한 달 남짓 간격을 두고 꾸준히 집계, 공개해온 자료다.


대북제재 ‘망각의 3개월’ 처음부터 딴청 피운 중국

출처 | 데일리NK

대북제재 ‘망각의 3개월’ 처음부터 딴청 피운 중국

출처 | 데일리NK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북·중 교역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달러화의 장마당 환율에 거의 변화가 없다는 사실. 2015년 가을 10~20% 남짓 상승했지만, 4차 핵실험으로 대북제재가 본격화된 이후에는 오히려 세 도시 모두에서 8000원대 초반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그래프5 참조). 쌀값도 마찬가지다. 세 도시 모두 지난해 가을 이후 하향 추세를 그려왔고, 3~4월 이후에는 꾸준히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그래프6 참조). 북한 주민이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북제재 여파는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혹 데이터가 잘못된 건 아닐까. 다른 경로로 수집된 물가 정보 역시 결론은 비슷하다. 일본 매체 ‘아시아프레스’가 조사한 함경북도와 양강도, 평안북도 장마당의 쌀값도 대북제재를 전후해 별다른 차이가 없다. 옥수수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고, 중국 위안화에 대한 환율도 5월 중순 내림세로 돌아섰다. 휘발유와 디젤유 가격이 올라 버스 등 상업용 교통요금이 일부 올랐고, 중국산 의류도 3월 초부터 값이 뛰었다는 사실 정도가 눈에 띌 따름이다.

결국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3개월의 성적표는 ‘영향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당초 기대했던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공산이 크다. 5월초 조선노동당 7차 당대회를 앞두고 북한 당국이 주민 경제를 안정시키고자 비축 석유나 식량 등을 은밀히 장마당에 풀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첫 번째다. 주민들에게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자체를 비밀에 부치고 있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무역을 통한 제재가 내부 경제에 영향을 미치려면 수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제재 조치 이행 수준이 “전면적으로 임하겠다”던 당초 약속과 크게 다르다는 사실만큼은 앞서 본 수치만으로도 명확히 입증된다. 전체 교역량 감소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철·철광석의 수입량 증가나 항공유 수출량 증가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기 때문. 대북제재 결의 2270호의 관련 조항은 ‘원칙적으로 금지, 민생 목적일 경우만 예외’라고 돼 있지만, 실제 중국의 행동은 ‘대부분은 예년과 다름없이, 군부 거래 등 대량살상무기와의 관련성이 뚜렷한 경우에만 제한’하는 형태에 가까워 보인다. 말만 앞세웠을 뿐 실천 의지는 처음부터 턱없이 부족했던 베이징의 민낯이다.

한국 정부 역시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의 이 같은 이중성을 지적하는 대신, 무역통계 데이터 가운데 교역량이 줄었다고 해석할 만한 부분만 따로 떼어 언론에 배포하면서 “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만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실은 정반대임을 보여주는 지표와 숫자는 정부 당국이 배포한 보도자료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네가 움직이면 나도 움직인다’

대북제재 ‘망각의 3개월’ 처음부터 딴청 피운 중국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왼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관련 부처 당국자들이 3월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기다리고 있다. [동아일보]

문제는 앞으로다. 안보리 결의 2270호 자체가 미국과 중국이 벌인 줄다리기의 결과물이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 이 무렵 미국이 들이민 카드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였고, 중국이 가진 카드는 강도 높은 대북제재 이행 여부였다. 당장은 양측이 한 발씩 물러나는 대신,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 묵계를 깨고 자신들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계산이 2270호를 만들어낸 강대국들의 속내였다. ‘네가 한 발 들이밀면 나도 한 발 들이밀겠다.’ 그 팽팽한 교착의 결과물이 언제든 중국 마음대로 제재 수준을 조절할 수 있는 ‘민생 목적 예외 규정’이라는 지렛대였다.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중국과 갈등을 이어온 오바마 행정부는 5월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으로 대중(對中) 압박을 본격화했고,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과 히로시마 방문을 통해 미·일 동맹 강화를 만천하에 선언한다. 동북아와 동남아를 한데 묶은 포위구도가 구체화되자, 베이징이 던진 한 수는 이수용 방중 허용과 ‘북·중 관계 정상화’ 메시지. 미국이 몸을 움직이면 중국은 자신을 끌어당길 수밖에 없음을 꿰뚫어보고 있는 평양은, 앞으로도 정확한 시점마다 베이징 문을 두드리며 외교 성과를 챙기려 할 공산이 크다.

외교가의 관측대로 상황이 김정은 방중까지 이어진다면? 이제껏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은 그마저 완전히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수많은 다짐에도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역시 찻잔 속 태풍으로 마무리될지 모른다는 의미다. ‘망각의 3개월’이라는 우울한 예언이 다시 어른거리는 2016년 초여름, “시진핑-이수용 면담은 당 대 당 사이의 관례적 만남일 뿐”이라는 정부 당국자들의 말이 한없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주간동아 2016.06.08 1041호 (p18~21)

황일도 기자·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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