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0

2016.06.01

法으로 본 세상

배상액 200만 원 내 제각각 공무원 사과하면 깎아준다?

국가 실수로 빼앗긴 한 표의 가치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choepro@lawcm.com

    입력2016-05-30 16: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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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한 뉴스가 차고 넘친다. 그만큼 선거와 관련해 할 얘기가 많다는 뜻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논란거리가 있다. 만약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등 국가 실수로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총선의 경우 58% 투표율로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축제의 장에서 소외된 유권자의 한 표는 얼마큼의 가치로 환산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선거 때마다 담당자 실수로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던 4월 13일에도 경기 남양주시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 7명이 정당투표를 하지 못했다. 당일 오전 6시쯤 투표소를 찾아 투표하려던 유권자들에게 선거사무원이 정당을 뽑는 투표용지를 주지 않은 것이다. 정상대로라면 유권자 인당 지역구에 나선 총선 후보자들이 인쇄된 투표용지와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명들이 인쇄된 투표용지 등 2장이 주어져야 한다. 이들은 결국 비례대표 후보자에 대한 투표를 하지 못했다.

    비록 정당투표는 하지 못했지만 지역구 후보자에게 던진 투표는 당연히 유효하다. 또 유권자들 신원이 확인돼 추가로 정당투표를 요구할 경우 투표할 수 있으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선관위는 “투표소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이들의 투표소 입장이 확인됐지만 동일인임을 확신하기 어려워 추가 투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중복투표 위험성이 있어 명확한 증거 없이는 한 번 더 투표소에 입장케 할 수 없다는 것.

    이처럼 어이없는 실수로 투표권을 박탈당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공무원의 명백한 과실로 손해를 입은 것에 해당하므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배상액은 얼마나 될까. 2014년 6·4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투표관리원의 실수로 투표하지 못한 대구시민에게 정부가 30만 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그간 선거권 침해에 따른 배상액을 200만 원 이하로 산정해왔다. 하지만 이 배상액은 투표 가치를 정확하게 돈으로 환산한 것이라기보다 투표를 하지 못한 데 대한 위자료라고 볼 수 있다. 투표하지 못한 상황이 각자 다르니 위자료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위 사건은 원고가 투표를 위해 제시한 ‘대구시 시정 모니터’ 신분증에 주민등록번호가 없다는 이유로 투표관리원이 신분증을 인정하지 않고 투표용지를 주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관련 법규는 ‘관공서나 공공기관이 발급한 증명서’를 신분증으로 인정하고 주민등록번호 기재를 필수 요건으로 정한 바 없다. 원고는 300만 원을 청구했지만 1·2심 재판부는 “공무원의 잘못이 인정된다”면서도 “사과를 했고 원고도 이를 받아들였다”며 3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2014년 교육감 선거를 하지 못한 남성에게 200만 원,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공무원 잘못으로 투표를 하지 못한 수형자에게는 1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있었고, 지난해 8월 대전지방법원은 공무원 실수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부녀에게 각각 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선거에서 본인 의사와 달리 투표권을 박탈당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기권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지만, 아무런 잘못 없이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의 피해는 결코 적잖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는 있겠지만 막연한 변명이 용납돼선 안 된다. 30만 원과 200만 원의 차이는 담당자 사과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일까. 구체적 내용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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