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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편의점공화국의 민낯

‘편의’ 뒤에 숨은 대기업의 탐욕

비싼 가격으로 소비자 우롱, 가맹점 늘수록 본사 배만 두둑…상생은 과연 가능할까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편의’ 뒤에 숨은 대기업의 탐욕

‘편의’ 뒤에 숨은 대기업의 탐욕

과당 출점, 계약 해지 위약금 등 편의점 가맹본부의 횡포는 여전하다. [동아일보]

‘환한 내부를 드러내며 투명하게 빛나고 있는 그것. (중략) 편의점은 언제나 하얗게 반짝이며, 이제 일상적인 소비도 심미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지금도 나는 편의점을 이용하고 있다. (중략) 한밤중 낯선 동네에 가거나, 이국땅을 밟았을 때, 편의점을 발견하면 안심하는 버릇이 있다. 왠지 모르게, 편의점이 있는 곳이라면 어떤 상식과 문명이 있을 것이란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애란은 단편 ‘나는 편의점에 간다’에서 편의점에 대한 단상을 이렇게 적고 있다. 미국에서 태동한 편의점은 ‘컨비니언스 스토어(Convenience Store)’라는 이름 그대로 우리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는 혁신적 문명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루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다는 건 소비자에게 주어진 엄청난 특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편의점이 소비자에게 생활의 윤택함과 편리함만 안겨줬다고 할 순 없다. 오히려 현대인은 편의점에 종속돼 있는 것은 아닐까.    

1989년 5월 서울 송파구에 세븐일레븐 올림픽선수촌점이 개점하면서 본격적인 편의점 시대가 열렸다. 그 뒤를 이어 같은 해 한양유통이 써클케이 원효점을 개점했고, 90년 보광이 훼미리마트(현 CU) 가락시영점을, 미원통상이 미니스톱 목동점을, 엘지유통이 엘지25(현 GS25) 경희대점을, 91년 동양마트가 바이더웨이 신촌점을 연달아 열었다. 이후 편의점은 국내 프랜차이즈산업의 대표주자로 불리며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가 지금의 ‘편의점공화국’을 만들었다.

거리를 걷다 목이 마르면 200m 내에 자리한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서 마실 수 있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는 물론이고 이제는 후미진 시골 동네에서도 편의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탓에 골목 곳곳에 있던 동네 ‘슈퍼’는 사라진 지 오래다. 아침마다 뜨끈한 모두부와 콩나물을 사고, 저녁이면 떨이로 채소와 과일을 구매할 수 있던 ‘슈퍼’는 더는 만나기 힘들다. 지금은 그 자리를 편의점들이 차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유동인구가 많은 목 좋은 상권의 편의점들은 인근 지역의 랜드마크를 자처하기도 한다. 눈에 잘 띄는 곳에서 24시간 영업하다 보니 호객이나 방범 면에서도 효과적이라 편의점 입주를 환영하는 건물주가 많다고 한다.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건물주가 직접 편의점을 여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건물 가치를 올리겠다는 취지인 것. 2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문을 연 한 편의점도 같은 경우인데, 이 편의점 관계자는 “임대료를 받을 때보다 얼마나 더 버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장님은 매출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건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1층에 깨끗하고 환한 편의점이 들어왔다는 데 만족하는 눈치다. 건물 이미지가 좋아지면 다른 매장 임대료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매장마다 물건 값 다른 이유

‘편의’ 뒤에 숨은 대기업의 탐욕

화사하고 고운 자태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편의점. 하지만 그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뉴시스]

대기업을 등에 업은 편의점은 그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또한 1·2인 가구 증대로 소량 구매가 가능한 편의점이 그 어떤 유통 구조보다 경쟁력을 지닐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찮게 나온다. 이제 편의점은 현대인의 소비문화를 바꿔놓다 못해 우리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돼버렸다. 그렇다고 덮어놓고 편의점의 순기능만 운운할 순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들 수 있다.      

이미 많은 이가 경험했겠지만 편의점마다 물건 값이 다르다. 편의점 물건 값이 같다 하더라도 대형마트 혹은 기업형슈퍼마켓에서 파는 것과 비교하면 1.5배 가까이 비싸다. 대형마트에서는 3개에 2000원인 아이스크림이 편의점에서는 개당 1000원인 식이다. 그 밖에도 담배를 빼고 다양한 물품이 각기 다른 가격표를 붙이고 있다. 이에 대해 CU와 GS25 가맹본부 측은 “전국 어디에나 같은 가격으로 물건 값을 공시하지만 가맹점의 지리적 여건이나 방문객 특성에 따라 본사와 상의 하에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겉으로는 ‘전 가맹점 동일 가격제’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시장에서는 일정 부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야구장 편의점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은 일반 매장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싸다. 야구장 밖으로 나가 아이스크림을 사올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정 부분 독과점 형태를 띠는 매장에서 점주가 마음대로 물건 값을 정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수정자본주의에 입각해 국가의 감시와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의점사업의 거침없는 질주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바로 배부른 편의점가맹본부와 배고픈 가맹 점주들의 이야기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프랜차이즈 편의점 총매출액은 약 17조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27% 상승했다. 특히 업계 ‘빅3’로 꼽히는 GS리테일의 GS25, BGF리테일의 CU, 롯데그룹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의 매출 증가액은 2조8000억 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75.5%에 달한다. 2015년 기준 편의점당 인구수는 1700명으로, 편의점 최대 발흥지인 일본과 대만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치를 자랑한다. 그만큼 편의점이 많다는 뜻이다.

본사로선 편의점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마찬가지다.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본사의 매출과 이익이 자동으로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 일정 금액의 가맹비를 내고 본사로부터 물건을 구매해 매출을 올리는 일반 프랜차이즈사업과 달리, 편의점은 본사가 물품을 대고 이를 가맹점이 팔아 거기에서 창출되는 수익(마진)을 본사와 가맹점이 나눠 갖는다. 결국 가맹본부는 매장을 하나 내줄 때마다 고정 수입원이 생기는 셈이다.



가맹점 늘리는 데만 급급, 점주 생계는 나 몰라라

편의점가맹본부가 오래전부터 제기된 ‘출혈 경쟁’ 논란에도 여전히 외형 불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CU의 경우 지난 한 해에만 1001개 가맹점이 늘었고, GS25 또한 995개 늘어났다. 과당 출점에 따른 가맹점들의 매출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현재 동일 브랜드에 한해 신규 출점 시 250m 거리 제한을 두고 있지만 점주들의 상권 보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가맹본부에서 측정하는 거리와 점주들이 생각하는 거리에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거리 제한 자체가 동일 브랜드에만 해당하는 사항이라 다른 브랜드의 신규 입점은 더욱이 막을 방법이 없다.

가맹점주들을 괴롭히는 또 다른 문제는 바로 계약 해지 위약금이다. 수익이 없어 그만두고 싶어도 몇 천만 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폐점도 못 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영업을 계속하는 것이다. 2013년 7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이 일부 수정되면서 위약금 비율이 다소 줄긴 했지만, 폐점을 고려하는 점주에게 여전히 위약금은 가장 큰 족쇄로 작용한다. 계약 해지 시 가맹본부가 요구하는 청구 명세는 크게 3가지다. 가맹수수료와 인테리어 잔존금, 그리고 매장 오픈 시 제공한 본사 지원금이다.

먼저 가맹수수료는 최근 1년 동안 가맹점이 본사에 지급한 가맹수수료를 기준으로 계약 잔여 기간에 따라 물어내야 한다. 편의점을 운영한 지 3년 미만은 가맹수수료 6개월 치를, 3~4년은 4개월 치, 4년 초과는 2개월 치를 돌려줘야 한다. 이에 대해 이인준 편의점점주협회 고문은 “그 어떤 프랜차이즈도 이러한 형태의 가맹수수료를 요구하지 않는다. 본부의 미래 수익에 대한 책임까지 점주가 지는 건 부당하다. 위약금에서 가맹수수료 부문은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테리어 잔존금은 매장 오픈 시 본사에서 전적으로 부담한 비용으로, 점포 운영 기간에 따라 감가상각비를 제하고 청구하긴 하나, 이 또한 생계 유지조차 힘들어 매장 운영을 그만두려는 점주에게 야속한 요구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당초 인테리어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대해 이인준 고문은 “설령 안다 해도 그 가격이 얼마나 합당한지 알 수가 없다. 본사가 생각하는 인테리어 비용과 점주가 생각하는 비용이 다르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본사 지원금은 가맹수수료 배분과 연관된 것으로, 당초 본사와 점주가 나눠 갖기로 한 수익 배분율에서 본사가 점주에게 5% 정도 권리를 더 내주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점주가 영업을 그만두려면 그간 본사에 내지 않은 5%에 해당하는 수익금을 다 물어내야 한다. 이에 대해 한 편의점 점주는 “본사 지원금은 신규 점포 계약에 혈안이 된 가맹본부가 계약 성사를 위해 던지는 미끼일 뿐이다. 유동인구가 적은 지역 내 매장을 매출이 많을 것처럼 홍보하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대기업 편의점의 횡포를 바로잡고자 2012년 참여연대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CU와 세븐일레븐의 부당 행위를 신고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5년 10월 공정위는 두 업체 모두에게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공정위가 대기업 편을 들어주는 데만 급급했다고 주장하면서 “전국에 편의점 가맹점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재벌·대기업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와 횡포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가맹본부만 수익을 독차지하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신규 출점 매장 공동 관리 방안 추진해야

‘편의’ 뒤에 숨은 대기업의 탐욕

화사하고 고운 자태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편의점. 하지만 그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뉴시스]

2015년 11월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도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했으나 일부 내용에 대해 정부 측이 편의점가맹본부의 부담을 이유로 이견을 제시해 진전되지 못했다. 결국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한동안 계류돼 있던 이 법안은 19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그렇다면 과연 가맹본부와 점주 간 상생은 영원히 불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해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신규 점포 출점과 관련해 한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한곳에 몰려 있는 동일 브랜드 점주들끼리 일종의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운영을 하라는 것이다.

“가맹본부가 신규 점포를 내고자 하는 곳이 있으면 새로운 가맹점주를 모집하기 전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기존 점주들에게 공동으로 추가 운영권을 주는 겁니다. 혼자서 점포 하나를 추가로 운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 여러 명이 돈을 모아 공동 매장을 운영하는 거죠. 본사 역시 매장 오픈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반 정도 부담하고 매장 관리인도 본사에서 직접 파견한다면 점주의 부담은 한결 가벼워질 겁니다. 점주는 적은 금액을 투자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좋고, 본부 역시 원하는 곳에 신규 점포를 열 수 있으니 이득이죠.”

해외에서도 이처럼 점주의 다점포 경영을 장려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박 교수는 “일본은 여러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에게는 본사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 우리나라도 목 좋은 곳에 위치한 편의점의 경우 두세 개 점포를 한꺼번에 운영하는 점주가 더러 있는데, 그보다도 경영난을 겪는 점주에게 공동 운영 같은 새로운 도약을 모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가맹본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6.06.01 1040호 (p22~25)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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