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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도급계약에 멍드는 휴대전화 ‘권매사’

소속은 통신사인데 매장에서 휴대전화 판매…과도한 실적 경쟁으로 불완전판매 속출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도급계약에 멍드는 휴대전화 ‘권매사’

도급계약에 멍드는 휴대전화 ‘권매사’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권매사가 휴대전화를 판매하고 있다. [뉴시스]

“누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휴대전화 판다고 얘기 안 하고 그냥 이동통신사(통신사) 소속이라고 말해요. 사회적 인식이 나쁘잖아요.”

대형마트에서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권매사’ A씨는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는데도 자기 직업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한다. 권매사란 말 그대로 구매를 권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각 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자신이 속한 통신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개인사업자를 가리킨다. 계약 주체는 통신사이지만 일은 휴대전화 판매업체에서 하는 셈이다. 일반인은 잘 눈치 채지 못하지만 휴대전화 판매점에 있는 직원의 다수는 판매업체 직원이 아니라 통신사와 계약관계에 있는 권매사다.

각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고객에게 알맞은 휴대전화와 요금제를 추천해주는 일을 하지만 세간에서 권매사를 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그들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폰팔이’로 불리는 것은 과도한 실적 경쟁이 낳은 부산물이다. 일부 판매원의 과도한 영업행위는 고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휴대전화 가격이나 요금제를 잘 모르는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구매자 상황에 맞지 않는 비싼 요금제를 권하는 등 ‘불완전판매’를 하는 게 대표적 폐해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도급계약에 멍드는 휴대전화 ‘권매사’

권매사의 일터인 휴대전화 판매점. 하지만 이들에게 급여를 주는 곳은 판매점이 아닌 통신사다. [스포츠동아]

심지어 2012년 부산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는 한 권매사가 휴대전화를 팔려고 여성을 강제로 매장으로 끌고 들어갔다가 성추행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노년층이 자주 사용하는 알뜰폰을 개통할 때 요금제 내용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고액 요금제를 권하는 등 권매사의 불완전판매에 관한 상담 문의가 2014년 한 해만 1100건을 돌파했다.



권매사가 이토록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실적 위주의 보수(수수료)체계에 있다. 최근 권매사를 그만둔 B씨는 “실적 압박으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실적이 없으면 아예 급여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유플러스 권매사는 기본급이 따로 없고 실적으로만 보수를 받는 구조다. LG유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단계를 나누고 그 단계를 바탕으로 판매수수료(성과급)가 다르게 지급된다. 초기 교육을 받을 때 교육 급여를 제외하고 (보수에) 기본급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즉 이 통신사의 권매사들은 자사 상품을 팔지 못하면 매월 급여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요금제 불완전판매가 성행하는 가장 큰 이유도 권매사의 실적별 성과급제도에서 기인한다.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면 권매사가 받는 보수는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B씨는 “LG유플러스나 SK텔레콤의 경우 고객이 어떤 요금제에 가입하느냐에 따라 성과급 차이가 많이 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요금제당 권매사의 성과급이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통신 제품이 아닌 일반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할 때도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그러나 권매사들의 고가 요금제 강권은 사실과 다르다. 소비자가 대부분 할부 원가나 지원금 여부를 확인하고 오기 때문에 권유하더라도 실속 없는 권유에 그친다. 과거에는 그랬을 수 있지만 요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권매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그들이 실질적으로 일하는 공간이 소속 회사가 아닌 휴대전화 판매점이라는 점이다. 통신사들은 각 휴대전화 판매회사 또는 판매점과 도급계약을 맺고 자신이 직접 고용하거나 판매영업 계약을 체결한 권매사를 판매점에 파견해 통신사 요금제와 묶인 단말기를 팔게 하고 있다. 일은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하지만 법상 업무지휘통제 권한은 통신사에 있는 이상한 구조가 만들어진 것.

문제는 도급계약을 맺은 통신사와 판매회사의 셈법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판매회사(판매점)는 통신사 요금제와 관계없이 단말기만 많이 팔면 되지만 권매사를 파견한 통신사는 자신들의 요금제와 묶인 단말기를 많이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권매사들은 소속 통신사 요금제를 쓰는 단말기만 팔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직 권매사 C씨는 “성과급을 받으려면 일단 각 매장이 정해놓은 단말기 목표 판매대수를 채워야 한다. 목표 판매대수를 채운 뒤 각 통신사 요금제 판매 비율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다”고 했다. 다시 말해 통신사 소속이지만 판매점 직원이나 간부의 눈치를 봐야 하고 판매점이 만들어놓은 성과 목표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행 노동 관련법은 통신사와 도급계약을 맺은 판매회사가 권매사들에게 영업 목표를 강요하는 등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김광훈 노무법인 신영 노무사는 “권매사는 통신사와 고용계약 또는 영업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통신사와 도급계약을 한 판매회사는 권매사에 대한 업무지휘 통제권이 없다”고 밝혔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도급계약

김 노무사는 “통신사가 도급계약을 선호하는 까닭은 정식 파견계약에 따른 법적 자격(조건)이 너무 많은 데다 파견계약을 맺으면 권매사에 대한 지휘통제 권한을 판매점 측에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통신사 처지에선 파견계약이 여러모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 또한 파견계약의 경우 고용기간이 2년을 넘으면 통신사가 권매사를 정식으로 채용해야 하는 등 노동법상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지는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측은 도급계약 자체를 부인했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각 휴대전화 판매점에 SK텔레콤 제품만 판매하는 직원이 따로 있는 건 알지만 이는 통신사가 관여하는 사항이 아니다. 정확하게 확인하진 않았지만 각 지역 인력공급업체가 판매점에 파견하는 식인 것으로 안다”며 선을 그었다.

LG유플러스 측은 권매사가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회사와 (영업)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확인 결과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도급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양우연 법무법인 신영 노무사는 “도급 관계가 성립하려면 파견된 근로자의 형태가 고용인지, (영업)계약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도급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두 회사의 관계에 따라 성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판매점들은 권매사에 대한 업무지시 여부를 두고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실질적으론 업무지시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법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휴대전화 판매회사 관계자는 “판매점 내에서 직접적 지휘통제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우리 판매점에서는 권매사들이 같은 유니폼을 입지도 않고 판매하는 부스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직 판매점관리 직원인 D씨는 “직접적으로 지휘통제를 하지 않는다 해도 권매사들이 나서서 판매점 일을 도와주는 편이다. 권매사 처지에서도 판매점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판매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직 권매사 B씨는 “소속은 통신사인데 일하는 곳은 판매점이라 판매회사 직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판매회사는 인력을 무상으로 쓰니 이익이고 각 통신사는 자신들의 제품을 팔아주니 이익인데, 정작 내 이익은 어디서 생기는지 모르겠다. 하루 종일 열심히 휴대전화를 팔아 판매회사의 매출을 만들어냈는데 정작 내가 속한 통신사(요금제 판매) 실적을 내지 못하면 보수를 받지 못하는 계약 구조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그런 날은 그냥 판매회사를 위해 무료봉사한 날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6.04.27 1035호 (p38~39)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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