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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청년을 위한 취업은 없다

청년 무업시대 20년, 우리도?

日 버블 붕괴 직후 프리터, 니트족 양산…청년 인구 감소에도 고용의 질 떨어져

  •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srryu@lgeri.com

청년 무업시대 20년, 우리도?

청년 무업시대 20년, 우리도?

2월 2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신세계그룹 상생채용박람회장 모습. 동아일보

청년층 취업난이 심상치 않다. 2015년에는 청년(15~29세)층의 연평균 실업률이 9.2%로 외환위기 직후 실업 사태가 해소된 2000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더니 올해 2월에는 12.5%까지 치솟았다. 계절적으로 2월은 졸업생들의 구직활동이 몰려 실업률이 높게 나오는 때이기는 하다. 하지만 같은 2월만 보더라도 2014년 10.9%, 2015년 11.1%로 청년실업률이 계속 증가세다. 전 연령 실업률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2월 소폭 상승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최근 노동시장이 유독 청년층에게 힘겨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은 버블 붕괴 후 양적, 질적으로 악화된 일본 청년 고용의 실태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경제와 일본이 20년 정도 간격을 두고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청년실업률 역시 20년 전 일본처럼 상승하고 있다.



20년 전 일본과 같은 길

1980년대 일본 청년실업률은 4%대로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지만 90년대 초 버블 붕괴 후 상황이 급변했다. 성장률이 급락한 가운데 ‘취직빙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년층 취업난이 심각해졌다. 청년실업률은 93년부터 매년 상승하더니 2003년 10.1%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10년 이상, 그것도 큰 폭으로 늘었던 것이다(그래프1 참조).

이 시기 일본 기업들은 부실 채권 증가와 매출 정체에 직면했다. 자산 가격 하락에 이어 경기 침체가 계속되자 기업의 부실 채권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졌고, 전체 기업 매출 증가율도 1992년부터 2003년까지 12년 동안 일곱 차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어려움에 직면한 기업들은 인원 조정을 필두로 한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해고가 쉽지 않은 노동 규제와 장기고용 관행 하에서 인원 감축은 신규 채용 축소에 집중됐고 그것이 청년실업률을 끌어올렸다.



1990년대는 청년 고용 상황이 양적으로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악화된 때였다. 첫째, 청년 고용이 비정규직화해 갔다. 단시간 노동자를 가리키는 ‘파트’와 부업적 성격을 지닌 ‘아르바이트’를 합친 파트·아르바이트 비율이 청년층에서 92년 18%였으나, 2000년대에는 30% 후반으로 상승했다. 버블기 신조어로 그다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던 ‘프리터’(프리랜서 아르바이터의 준말)라는 말이 버블 붕괴 후에는 파트·아르바이트에 내몰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불안정 고용의 대명사가 됐다.

둘째, 일자리 질의 악화는 니트(NEET)족 문제로 이어졌다. 니트족은 일반적으로 일을 하지 않고 교육이나 훈련도 받고 있지 않는 청년층을 가리킨다. 일본에서 니트족은 1990년대 중반 40만 명에서 2000년대 초 60만 명으로 늘어났다(그래프2 참조).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구한다 해도 기대하는 만큼의 수입을 얻지 못한다고 판단한 이들이 늘었던 것이다.

1990년대 빠르게 증가한 청년실업률은 2003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리먼 쇼크 여파로 2009~2010년 다시 상승했지만 이후 실업률 하락은 계속됐다.

이 같은 변화의 한 가지 배경은 ‘잃어버린 10년’이 끝났다는 인식이 2003년 무렵부터 퍼져나갈 정도로 일본 경기가 개선됐다는 점이다. 고이즈미 정권이 2002년부터 경제 불안 요인이던 부실 채권 문제 처리에 본격적으로 나선 데다 마침 2003년 세계 경기 호황에 힘입어 수출 주력 대기업을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먼 쇼크 후 ‘잃어버린 10년’이 ‘잃어버린 20년’으로 연장될 만큼 경기는 다시 악화됐다. 그럼에도 청년실업률 하락 추세가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은 인구구조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청년층 인구수는 1990년대 중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00년대 빠르게 줄었다. 청년층 인구수 감소는 청년 고용시장의 노동 공급을 줄여 상대적인 지표인 청년실업률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러한 효과가 2000년대 중반 이후 본격화된 것이다.


청년 무업시대 20년, 우리도?

자료 | 일본 노동력조사(왼쪽), 국민경제계산 자료 | 일본 노동력조사

장기적으로 고령 빈곤층 전락 위험

청년실업률은 하락했지만 1990년대 악화된 청년 고용의 질은 개선되지 못했다.

인구 감소 영향으로 프리터의 절대 수는 줄었지만 비율은 줄지 않았다. 니트족 비율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프리터, 니트족 현상은 상위 연령층인 25~34세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예컨대 25~34세 취업자 중 파트·아르바이트 비율은 2000년대 말부터 계속 상승했다. 최근 신규 대졸자의 취업 여건은 개선됐으나 장기 침체기에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5년, 10년이 지나도 스킬을 축적하지 못하고 프리터나 니트족으로 생활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앞으로 고령 빈곤층으로 전락할 공산도 크다. 일본의 경험은 인구구조 변화가 실업률은 낮출 수 있지만 질적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20년 격차를 두고 일본과 유사한 성장 흐름을 보여왔다. 혁신적인 생산성 개선이 없다면 잠재성장률은 앞으로 5년간 2.5%, 2020년대에는 1%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 장기침체 진입 이후 청년실업이 확대된 점을 감안할 때 우리도 성장 흐름이 계속 약화된다면 청년 고용 상황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일본의 경험은 청년 인구가 계속 줄어도 높은 청년실업률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의 청년 인구수는 2020년대 들어 연평균 3.3%의 빠른 속도로 감소할 전망인데, 양적인 측면의 고용 개선 효과는 빨라도 2020년대 중반 후에나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청년층의 고실업 문제는 앞으로 상당 기간 해소되지 못할 개연성이 크다.

가장 근본적인 청년 고용 대책은 과감한 구조개혁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통한 잠재성장률 회복이라는 점이 일본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이다. 이와 함께 청년 고용에 특히 불리하게 작용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줄이고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노력도 계속돼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2016.03.30 1031호 (p32~33)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srryu@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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