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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뻥튀기 ‘초역세권’ 분양광고

걸어서 5분이라더니…수도권 아파트 15곳 확인, 10곳 사실과 달라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김완진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뻥튀기 ‘초역세권’ 분양광고

뻥튀기 ‘초역세권’ 분양광고

서울 성동구 ‘왕십리자이’ 아파트는 반경 1km 내 상왕십리, 신당, 신금호, 청구역 등 5개 지하철역이 위치해 있다고 선전했지만 상왕십리역을 제외한 나머지 역까지 실제 도보 소요 시간은 15~20분이었다.

‘◯◯역 인접’ ‘◯◯역 도보 생활권’ ‘◯◯역 반경 1km 이내’ ‘더블·트리플 역세권’ ‘◯◯역 초역세권’…. 신문과 잡지, 길거리 현수막, 벽보 등 온 동네에 도배된 아파트 분양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예나 지금이나 역세권은 주거지 선택 조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가운데 하나. 그래서 각 아파트 건설사와 분양업체는 역세권 프리미엄을 강조하려 애를 쓴다. 사실 지하철역과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분양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땅값부터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역세권 아파트는 편리한 교통환경 덕에 전·월세 수요가 많고 부동산시장 침체에 비교적 영향을 받지 않아 인기가 높다. 인터넷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의 남상우 연구원은 “실제 거주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분양단지의 역세권 여부는 중요한 요소다. 매매·전세 수요가 많을 뿐 아니라 편의시설 및 개발 호재 등 미래 가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역세권 아파트단지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시 도시계획 용어사전에 따르면 역세권은 걸어서 5~10분 내 역에 도달할 수 있고, 역사를 중심으로 500m 반경 이내 지역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좀 더 유연한 접근을 보인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통상적으로 역세권은 거리상 역을 중심으로 반경 500m 내외로, 시간상 5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다만 개인차를 고려해 최대 거리는 1km 미만, 시간은 10분 정도까지 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걸어도 걸어도 보이지 않는 아파트

과연 건설사와 분양업체들의 역세권 광고는 사실일까. 정말 걸어서 5~10분, 역을 중심으로 반경 500m~1km 내 있는 것일까. 기자는 3월 현재 서울과 경기 김포시, 용인시, 오산시 등지에서 역세권임을 주장하며 분양 중이거나 건설 중인 아파트 현장 15곳을 찾아 20대 남자의 걸음걸이로 시간과 거리를 측정해 광고 내용을 검증했다. 그 결과 10곳이 분양광고나 홍보자료 내용과 판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5곳은 역세권 기준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고, 나머지 5곳은 넓은 범위에서 역세권이 맞지만 분양업체 측이 강조하는 초역세권 또는 더블·트리플 역세권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용인시 수지구 ‘광교상현꿈에그린’ 아파트의 경우 신분당선 상현역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상현역 4번 출구로 나와 10여 분을 걸어도 아파트 현장이 보이지 않았다. 15분을 걸어가서야 울타리로 둘러싸인 건설 현장이 나타났다. 총 소요 시간은 15분. 경로 중간에 있는 두 교차로의 신호 대기 시간까지 합치면 20분에 이른다. 거리를 확인해보니 약 1.2km로 역세권 기준보다 2배 이상 멀다. 한화건설 홍보팀 관계자는 “건설업계에서 인식하는 역세권은 대체로 지하철역까지 도보 거리 1km, 소요 시간 10분 정도” 라고 밝혔다.김포한강신도시 ‘운양역한신휴더테라스’ 아파트의 경우 김포도시철도 운양역 인접이라고 강조했지만, 일부 단지는 지하철역 예정지에서 아파트 현장까지 20분이 걸리기도 했다. 이 지역 한 부동산업소의 대표는 “사실 역세권으로 보기에는 시간이 애매하지만 그냥 역세권으로 여긴다. 역세권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산시 ‘오산세교자이’ 아파트와 ‘오산세교호반베르디움’ 아파트도 마찬가지였다. 오산대역 역세권을 주장하는 아파트들이었는데, 세교자이는 역까지 약 1km, 세교호반베르디움은 역까지 1.2km 이상 거리에 있었다. 시간으로 따지면 각각 도보 15분, 20분 넘게 걸렸다. 특히 세교자이의 경우 1호선 오산대역이 400m 거리라고 한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용인시 ‘광교지웰홈스’ 아파트도 도보권임을 강조하는 신분당선 상현역까지 거리가 약 1km였고 걸어서 15분 남짓 걸렸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자이’ 아파트는 역세권에서 한참 벗어났음에도 왕십리역에 인접해 있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현장에서 지하철역까지 거리는 약 1.5km이며 소요 시간은 20여 분이었다.
남상우 연구원은 “역세권 프리미엄이 붙을 경우 비역세권에 비해 청약이나 입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분양업체가 이를 노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역세권 범위 자체가 해석하기 나름이다 보니 마케팅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이해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더블·트리플 역세권이라더니

뻥튀기 ‘초역세권’ 분양광고

각 아파트는 분양광고를 통해 역세권임을 주장하지만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블 역세권, 트리플 역세권을 내세우며 최상의 입지임을 강조하는 경우도 문제는 마찬가지였다. ‘광교상현꿈에그린’ 아파트는 신분당선 상현역과 성복역 사이에 위치한 더블 역세권이라고 강조했지만 막상 걸어보면 상현역에서는 15분, 성복역에서는 20여 분이 걸린다. 특히 성복역으로 향하는 길은 오르막이다. 이에 대해 분양업체 관계자는 “두 지하철역 사이에 위치했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사용하게 된 표현”이라며 “입주 유치를 해야 하는 분양업체로선 불가피한 일”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 ‘두산더랜드타워’도 마곡역과 마곡나루역 중간에 위치한 더블 역세권이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마곡나루역에서만 역세권이었을 뿐 마곡역에서는 도보로 15분이 걸렸다. 심지어 위치상 중간이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김포한강신도시 ‘레이크에일린의뜰’ 아파트는 마산역과 구래역 중간에 위치한 더블 역세권임을 강조했지만, 구래역에서는 도보로 20여 분이 걸렸다. ‘왕십리자이’는 반경 1km 내 상왕십리, 신당, 신금호, 청구역 등 5개 지하철역이 위치해 있다고 주장했지만, 상왕십리역을 제외한 나머지 역까지 실제 도보 거리는 1~1.5km, 소요 시간은 15~20분이었다.
단지 내에서 역세권과 비역세권 또는 초역세권과 역세권이 공존하는 경우도 있다. 단지 안쪽 깊숙이 위치한 동에서는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거리를 걸어야 했다. ‘레이크에일린의뜰’ 아파트의 경우 단지 입구 쪽에 위치한 동에서 지하철역까지는 7~8분이 소요돼 역세권으로 분류할 수 있었지만, 깊숙이 위치한 동에서는 약 15분이 걸렸다.
‘초’역세권임을 강조하는 곳도 실제로는 일반 역세권인 경우가 많았다. 서울 은평구 ‘래미안베라힐즈’ 아파트는 지하철 3호선 녹번역 초역세권임을 내세웠지만, 실제 도보 소요 시간은 6~7분이었다. 김포한강신도시 ‘더파크뷰테라스’ 아파트는 지하철역 까지 도보 1분 거리의 초역세권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제로 걸어보니 약 5분이 걸렸다. 김포한강신도시 ‘김포풍무푸르지오’ 아파트도 초역세권을 내세운 광고와 달리 도보 소요 시간 7~8분의 일반 역세권이었다.
이와 같은 행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김현수 교수는 “역세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실 다분히 주관적이고 자의적이다. 다만 실제로는 역세권이 아님에도 맞는 것처럼 광고, 홍보하는 것은 엄연한 왜곡”이라며 “아직 역세권에 대해 정해진 기준이나 법령이 없기 때문에 딱히 규제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6.03.23 1030호 (p48~49)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김완진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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