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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 커버스토리 “사드 수도권 방어 불능”

美 국방부 사드 방어 한계 알고 있었다

1999년 탄도탄 방어 보고서에 밝혀... 중국과 대북제재 합의 이후 국내 배치 가능성 불투명

  •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美 국방부 사드 방어 한계 알고 있었다

美 국방부 사드 방어 한계 알고 있었다

미국 국방부가 미 의회에 제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구 탄도탄 방어 구성 옵션에 대한 의회 보고서’.

미국 국방부는 이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방어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1999년 미 의회에 보고한 보고서에서 인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드 배치 논의를 한국 측에 공식적으로 건의한 본의가 의심될 수밖에 없다. 대북제재와 관련한 미·중간 합의가 이뤄지자 사드 배치에 대한 논의는 그간 별다른 이유없이 연기되다가 가까스로 지난 4일 한· 미 공동실무단 출범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됐다.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사드 배치를 추진했지만 과연 미국이 적극적일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문제의 보고서는 1999년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에 대한 탄도탄 방어체계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구성요소들을 연구하라는 미 의회의 요청에 따라 미 국방부가 제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구 탄도탄 방어 구성 옵션에 대한 의회 보고서’다.



한반도 지형적 특성으로 사정거리 제한

이 보고서에서 미 국방부는 당시 개발 및 보유 중이던 탄도탄 방어체계들을 기반으로 각국에 적절한 탄도탄 방어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체계들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분석했다. 보고서에서 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검토한 체계들은 한국이 2018년부터 배치할 예정인 패트리엇 PAC-3부터 현재는 개발이 중단된 해군전구방어(Navy Theater Wide) 블록II 체계까지 다양한데, 여기에는 사드도 포함돼 있다(표1 참조). 현재 미국의 탄도탄 방어체계와는 약간 상이한 부분이 있으나 미 국방부가 한반도의 탄도탄 방어에 대해 어떠한 청사진을 가졌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단초가 된다.
보고서는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 때문에 북한이 사용 가능한 탄도탄의 사정거리가 제한된다고 평가했다. 남한은 북쪽에서 남쪽까지 거리가 380km 정도에 불과하고 동쪽에서 서쪽까지는 260km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남한 인구의 25% 이상이 거주하는 서울은 비무장지대에서 4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보고서에서 검토한 모든 탄도탄의 사정권 안에 있다.
보고서는 남한 방어를 위해 △패트리엇 PAC-3와 같은 지상기반 저층 방어체계로만 방어하는 안 △SM-2와 같은 해상기반 저층 방어체계로만 방어하는 안 △사드와 같은 지상기반 상층 방어체계와 PAC-3 지상기반 저층 방어체계를 배합하는 안 △SM-3와 같은 해상기반 상층 방어체계와 PAC-3 지상기반 저층 방어체계를 배합하는 안 △해상기반 상층(고속탄 사용) 방어체계와 PAC-3 지상기반 저층 방어체계를 배합하는 안으로 이뤄진 총 5가지 방식의 탄도탄 방어체계 구성을 제시했다(표2 참조).
패트리엇 PAC-3만 배치하는 안(1안)은 25개 포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포대의 방어 가능 지역을 최대한 넓히고자 원격발사대(remote launcher)를 사용했을 경우다. 원격발사란 레이더에서 포착한 정보를 사용해 레이더에서 멀리 떨어진 발사대에서도 요격을 실시할 수 있게끔 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술의 발달로 멀리 떨어졌어도 레이더와 발사대가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정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미국은 2011년 3000km 떨어진 조기경보레이더에서 포착한 정보를 사용해 SM-3로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성공한 사례도 있다.
SM-2와 같은 해상기반 저층 방어체계만 배치하는 방식(2안)은 내륙 깊은 곳을 방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해상기반 상층 방어체계를 사용하는 2가지 방식(4, 5안)은 SM-3를 비롯한 해상기반 상층 방어체계의 최소요격가능 고도가 100km 정도라는 뚜렷한 한계를 갖는다. 다시 말해 발사돼 탄도를 그릴 때 고도가 100km 이상 올라가는 탄도탄만 요격이 가능하다는 것. 단거리 탄도탄의 고도는 그 정도로 높이 올라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 보고서는 ‘해상기반 상층 방어체계는 한국의 북쪽 3분의 2 지역을 방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사드로는 남한 북부지역 못 막아”

美 국방부 사드 방어 한계 알고 있었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PAC-3만 사용하는 1안과 사드와 PAC-3를 배합하는 3안이 될 것이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한국 방어에서 상층 방어체계가 갖는 한계를 미 국방부가 인지하고 있는 대목이다. ‘상층 방어체계는 서울을 겨냥한 탄도탄들을 요격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저층 방어체계가 필수적이 될 것이다(The lower tier system would be necessary because the upper tier could not intercept ballistic missiles targeted on Seoul).’
이와 같은 언급은 보고서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사드와 PAC-3를 배합하는 3안에 대한 설명에서도 ‘이 방식(3안)으로 얻을 수 있는 방어 가능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외기권 상층 방어체계(여기서는 사드를 의미함)의 최소요격가능 고도다. (중략) 사드와 같은 내외기관 상층 방어체계의 경우 최소요격가능 고도가 높아 남한의 북부지역에 대한 위협에 대응할 수 없을 것이다(In the case of the THAAD-like endo-exo upper tier system, the high endo minimum intercept altitude would preclude engagement for threats attacking the northern portions of the ROK)’라고 밝히고 있다.
사실 미 국방부의 이러한 결론은 다른 보고서들이 내린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평가를 내린 주체가 바로 현재 한국 국방부와 사드 배치에 대한 협의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미 국방부라는 사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1999년의 분석이지만 남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북한의 탄도탄 위협에는 커다란 변동이 없으며 이는 사드 체계의 성능도 마찬가지다. ‘사드 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중략) 다층 미사일 방어에 기여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동맹의 현존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는 2월 7일 한미 공동발표문의 내용은 ‘사드 체계는 서울을 겨냥한 탄도탄들을 요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1999년 미 국방부 보고서에 비춰보면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공식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한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된다.
‘주간동아’는 미 국방부 측에 해당 보고서의 내용과 사드의 한국 방어 능력에 대해 질의를 보냈다. 미 국방부 공보담당차관보실의 빌 어반 중령은 이 질의에 대해 ‘사드 체계는 현재 한국과 미국의 패트리엇 체계로 이뤄진 한미연합 탄도탄 방어 능력을 증강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한민국의 방어에 이익을 제공할 것(A THAAD system would provide benefits to the defense of the Republic of Korea against the North Korean missile threat by augmenting Alliance ballistic missile defense capabilities, which currently comprise ROK and U.S. Patriot systems in South Korea)’이라는 원론적인 차원의 답변만 보내왔다. 같은 내용의 질의를 보낸 주한미군사령부로부터는 본 기사의 마감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美·中 합의 후 사드 배치 가능성 불투명

美 국방부 사드 방어 한계 알고 있었다

사드 발사대를 떠난 요격미사일이 두 번의 포물선을 그린 뒤 목표물을 쫓아가는 모습. 사진 제공·록히드마틴

한편 한국과 미국의 사드 배치 협의는 2월 7일의 공동발표 이후 특별한 이유 없이 차일피일 미뤄지다 3월 4일이 돼서야 한·미 공동실무단 출범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됐다. 당초 한국 국방부는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을 2월 23일 발표하겠다고 공지했으나 미국 측의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연기됐었다. 29일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현재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중략) 알고 있는 바가 없다. (중략) 내부적으로 아직 통보가 오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미국이 갑작스레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을 연기한 2월 23일은 미국과 중국이 대북제재를 둘러싼 의견 충돌을 상당 부분 봉합한 날이기도 하다.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될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해 논의했다. 케리 장관과 왕 부장 모두 회동에서 대북제재에 대한 논의가 크게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3월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미국이 한국과 사드 배치를 위한 공동실무단 약정을 체결한 것은 그 이틑날인 3월 4일. 그러나 미국이 이제와서 사드 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사드 배치를 중국과 협상을 위한 하나의 카드로 활용했으며, 한국 정부가 이용만 당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단장은 “미국이 중국과 대북제재에 합의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를 배려하고자 사드 배치 검토를 중단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과의 외교적 파국까지 각오하고 사드 배치를 밀어붙였던 박근혜 정부가 난처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사드 배치는 물 건너가고 한중 관계에는 감정적 앙금이 남은 상태에서 미·중 관계가 화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제 올해 안으로 사드 배치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간동아 2016.03.09 1028호 (p18~20)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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