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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멸로 가는 치킨게임

  • 김규회 정보 큐레이터·동아일보 지식서비스센터 부장 khkim@donga.com

공멸로 가는 치킨게임

유가 회복에 청신호가 켜졌다. 세계 1, 2위 석유 수출국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2월 16일(현지시각) 산유량 동결에 전격 합의했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감산(減産) 합의는 아니지만 ‘치킨게임(Chicken Game)’ 양상으로 치닫던 유가 전쟁의 급한 불은 껐다.
치킨게임은 끝장을 보는 양보 없는 대결이란 뜻. 여기서 ‘Chicken’은 ‘겁 많은(cowardly)’ ‘소심한(timid, chicken-hearted)’이라는 뜻이다. 유사한 쓰임의 예로 ‘play chicken’은 ‘담력 겨루기를 하다’, ‘turn chicken’은 ‘겁이 나 있다’, ‘chicken out’은 ‘(겁을 먹고) 꽁무니를 빼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치킨게임은 게임 이론 가운데 하나다. 어떤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극단적인 상황을 지칭하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2011년 4월 외래어인 ‘치킨게임’을 대신할 우리말 순화어로 ‘끝장승부’를 선정하기도 했다. 치킨게임이라는 말은 1950년대 미국 젊은이 사이에서 유행하던 담력 과시용 자동차 게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어둠이 짙게 깔린 한밤중 죽음의 질주가 시작된다. 도로 양쪽 출발선에서 카레이서 2명이 마주 보고 전속력으로 돌진하다 충돌 직전 먼저 핸들을 꺾는 사람이 루저(loser)가 되는 게임이다. 핸들을 꺾는 쪽은 목숨을 건지는 대신 치킨(겁쟁이)으로 낙인찍힌다. 만일 어느 한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모두 목숨을 잃는다. 출구 전략 없는 치킨게임은 공멸을 부를 뿐이다.






주간동아 2016.03.02 1027호 (p11~11)

김규회 정보 큐레이터·동아일보 지식서비스센터 부장 k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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