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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수술하게 해주세요” 소두증의 눈물…

뇌 성장 도울 ‘신연기수술’이 유일한 희망…“엄마 소리 들어봤으면”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수술하게 해주세요” 소두증의 눈물…

“수술하게 해주세요” 소두증의 눈물…

소두증을 앓는 규현이가 몸의 근육을 푸는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조영철 기자

서울 강동구 한 사회복지관 물리치료실. 빨간 털실모자를 쓴 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들어왔다. 엄마가 옷을 벗기는 동안 아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만 깜빡였다. 물리치료사가 아이의 몸을 누른 채 팔다리를 펴고 구부리자 울음보가 터졌다. “으앙!” 아이는 치료가 진행되는 30분간 세차게 울어댔다. 생후 30개월 된 규현이는 소두증(小頭症)을 앓아 머리가 유난히 작다. 근육운동과 시신경을 관장하는 뇌 영역의 발달이 더뎌 기거나 앉지 못하고, 눈앞 20~30cm 이내 물체만 볼 수 있다.
규현이는 2013년 8월 동생 광현이와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다. 출생 직후 규현이의 머리둘레는 25cm, 2016년 2월 현재 41cm이고 체중은 10kg. 정상적으로 성장 중인 광현이의 머리둘레는 태어났을 때 27cm, 지금은 49cm이고 체중은 17kg이다. 광현이는 지금 한창 말을 배우며 온 집 안을 뛰어다니는 반면, 규현이는 겨우 뒤집기를 하고 말은 전혀 못한다. 광현이는 자기보다 몸이 작은 규현이를 가리키며 ‘아가 형아’라고 부른다. 규현이는 하루에도 대형병원 몇 군데를 다니면서 주 10회 물리치료를 견디고 있다.
규현이를 괴롭히는 소두증은 어디서 기인한 걸까. 최근 ‘지카바이러스’가 여론화되면서 소두증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커졌다. 하지만 지카바이러스는 임신 중 폐렴, 유전 등 소두증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수많은 요소 가운데 하나다. 대다수 소두증 환아가 원인을 모른 채 독한 질병과 싸우고 있다.



소두증을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엄마 김정미(34) 씨가 임신한 지 27주 됐을 때 산부인과에서는 “쌍태아수혈증후군이 의심된다”고 했다. 쌍둥이에게 피가 고르게 공급되지 않는 증상으로, 규현이의 소두증 원인으로 추정된다. 엄마 배안에서 피를 적게 받은 규현이는 태어날 때 뇌가 정상아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최근 뇌에 고인 물을 빼내는 션트수술을 해 지금은 정상아 뇌의 4분의 3 가까이 자랐다. 엄마의 마지막 희망은 규현이가 ‘신연기에 의한 두개골 확장술’(신연기수술)을 받는 것. 신연기수술은 뇌뼈를 가르고 그 사이에 ‘신연기’라는 나사못 모양의 핀을 부착한 후 나사를 조금씩 돌리면서 뼈를 벌려 뇌가 자랄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수많은 소두증 환아 부모가 이 수술을 받길 원하지만, 소두증만으로는 수술받을 자격이 안 된다. 허리와 머리를 검사해 뇌압 수치가 15mmHg 이상 나와야 하기 때문. 규현이는 허리 검사는 마쳤고 머리 부분의 뇌압 측정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규현이는 전신마취를 견디고 뇌압 측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올해 만 7세인 수현이는 아직 ‘엄마’라는 말을 못한다. 수현이는 2.75kg 미숙아로 태어나 피 검사, 유전자 검사를 거쳤지만 모두 정상 판정을 받았고, 의사는 “머리가 조금 작은 아이일 뿐이니 걱정 마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와 눈을 맞추지도 않고, 울거나 웃지도 않은 채 순하게만 있었다. 엄마 박경남(38) 씨는 아이를 데리고 전국 대형병원을 다니다 첫돌이 지나서야 소두증 진단을 받았다. 발병 원인은 지금도 알지 못한다.
뇌병변장애 1급인 수현이는 만 4세까지 세 차례 신연기수술을 받았다. 신연기를 머리에 꽂고 4개월 후 뺄 때마다 수술비로 약 1000만 원씩 들었다.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아 아이는 엄마와 눈을 맞추고 먹을 것을 달라며 몸짓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불빛에만 반응하던 눈이 장난감을 인식하게 됐다. 가족 모두 행복을 맛본 순간이었다.
4차 수술을 앞둔 2013년 9월 엄마 박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일반 소두증 환자의 신연기수술을 ‘불인정’으로 결정한 것. ‘불인정’으로 결정되면 수술 자체가 위법이다. 단, 뇌압이 높거나 두개골이 완전히 붙은 경우(두개골유합증)는 신연기수술이 합법이며 건강보험 급여 지급이 허용된다. 뇌압이 일정 수치 이하거나 두개골유합증이 발견되지 않은 소두증의 경우 신연기수술의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한국보건의료연구원(보의연)의 판단이었고, 심평원은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은 합법적 의료행위가 아니다”는 입장이었다. 박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일반 소두증 환자의 신연기수술 허용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주도하며 절박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이제 수술을 포기한 상태다.

“수술하게 해주세요” 소두증의 눈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규현이(오른쪽)와 광현이. 쌍둥이인데도 규현이의 머리가 훨씬 작다(왼쪽). 규현이의 최근 모습. 조영철 기자

마음대로 수술도 못 하는 현실

“수현이 이후 두 아이가 태어나 수현이만 돌볼 수가 없어요. 그동안 번 돈을 치료에 쏟아부어 경제적으로도 힘듭니다. 수술을 위한 뇌압 측정을 기다리고 있긴 한데 얼마나 높게 나올지 의문이에요. 수술한다 해도 아이가 만 7세라 효과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고요. 만 5~6세 이전에 해야 효과가 크다고 들었습니다. 의사가 조금만 일찍 소두증이라고 말해줬다면, 또 수술을 좀 더 일찍 받았다면 지금 ‘엄마’란 소리는 들을 수 있었을 텐데….”
2013년 9월 중순부터 일반 소두증 환아가 신연기수술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환아 부모들은 절망에 빠졌다. 신연기수술을 집도해온 아주대병원은 “소두증 환자에게 신연기수술을 하면 뇌압을 안전하게 낮출 수 있다”며 2014년 2월 보의연 측에 신연기수술의 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2015년 3월 보의연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심의 결과에서 ‘기존 의료기술’에 해당했던 두개골조기유합증, 뇌압 상승으로 인한 진행성 뇌신경학적 증상과 관련된 항목만 신의료기술로 인정했고 그 외에 대해서는 조기 기술, 즉 국내에서 하면 불법인 행위로 판정했다.
신연기수술을 집도해온 윤수한 아주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의학계 논리는 소두증 환아를 위한 신연기수술의 안전성은 확보했지만, 유효성이 덜 입증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00년 이후 일반 소두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신연기수술을 중단했다. 이 수술이 소두증을 고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이냐가 쟁점화됐지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인 것. 윤 교수는 “세계 의학의 흐름을 주도하는 미국 의학계가 중단 조치를 취해서 국내에서도 그 정책을 반영한 것”이라며 “수술 후 지능이 높아진 환아들도 있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그것이 수술로 인한 효과인지 아이가 자라면서 저절로 좋아진 것인지 명확지 않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의료정책 때문에 소두증 환아 부모들은 애가 탄다. 김정미 씨는 “유효성을 공식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국내 임상시험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실제로 신연기수술을 받고 개선된 환아가 많고 수많은 환아 엄마가 수술을 원하는데 유효성이 낮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뇌압 수치가 낮아도 소두증으로 고통받는 아이가 많은데 엉뚱한 정책이 수술을 가로막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두증 환아 예강이(21개월)를 키우는 엄마 김지혜(40) 씨는 “신연기수술을 받기 위한 뇌압 검사를 앞두고 있는데 아이가 힘들어할까 봐 걱정이다. 수술 전 절차라도 제발 단순화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소두증에 대한 국내 통계도 거의 없다. 심평원이 2011~2014년 국내에서 소두증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가 연 400~600명에 달한다는 수치를 내놓은 것이 전부다. 윤수한 교수는 “소두증인 아이를 소아과의원에 데려가도 진단서에 ‘소두증’이라고 써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반 소두증만으로는 치료 방법이 없어서다. 따라서 소두증에 대한 통계도, 인식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아 부모들은 “내 아이가 ‘소두증’임을 조금만 빨리 알았어도 서둘러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경남 씨는 “첫돌이 지날 때까지 의사 말만 믿고 긍정적으로 기다린 것이 후회스럽다. 장애아는 하루만 치료를 받지 못해도 손실이 크다. 1년 넘게 시간을 허비한 것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평생 감당해야 할 재활치료

“수술하게 해주세요” 소두증의 눈물…

머리에 신연기를 꽂은 소두증 환아 수현이가 엄마 품에 안겨 있다(위). 수현이의 최근 모습. 이마가 좁고 머리뼈가 작은 데 비해 귀가 크다. 사진 제공 · 김정미 사진 제공 · 박경남 사진 제공 · 박경남

부모들은 “수술비 지원이 불가하면 평생 들어가는 재활치료 비용이라도 지원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박경남 씨는 매일 수현이를 데리고 물리치료센터에 가지만 연 30일 분의 치료비밖에 지원받지 못한다. 수현이가 배안에 있을 때 들었던 태아보험 규정 때문이다. 박씨는 “2010년부터 연 180일 한도로 치료비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는데 수현이는 이미 질환자여서 보험을 바꿀 수가 없었다.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한탄했다. 김정미 씨도 규현이에게 월 100만 원의 재활치료비를 투자한다. 소두증은 아직 보건복지부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등록하지 않아 별도의 의료비가 지원되지 않는 상태다.
“우리의 요구는 장애아를 비장애아로 만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희망이라도 갖게 해달라는 것이다. 내 자식이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게 모든 부모의 소망 아닌가. 정책 전문가들은 자기 자식이 소두증 환자라도 과연 지금처럼 수술을 못 하게 했을까 싶다.”
김정미 씨가 원통해하며 말했다. 그는 “친정아버지가 규현이를 보고 ‘수술이 안 되면 내 눈이라도 이식해주고 싶다’고 한다. 눈이 아니라 뇌가 문제인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신생아용 야구모자보다 작게 만들었다는 털실모자를 아이에게 씌웠다. 엄마 품에 안긴 규현이가 멍하게 정면을 응시하다 힘없이 시선을 떨어뜨렸다. 
엄마들의 간곡한 호소에도 중단된 이유▼ 소두증 환자 신연기수술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2013년 9월 소두증 환아의 ‘신연기에 의한 두개골 확장술’(신연기수술)을 ‘불인정’ 처분했다. 합법 의료행위가 되려면 단지 소두증을 앓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두개골이 완전히 붙어 강제로 벌려야 하는 상태여야 한다는 것.
2015년 3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평가한 바에 따르면 △두개골조기유합증 △뇌압 상승으로 인한 진행성 뇌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션트 후 뇌실 증후군과 두개골유합증 △뇌압 상승으로 인한 진행성 뇌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두개골조기유합 동반 ‘키아리’ 기형 △뇌압 상승으로 인한 발달지연과 발달장애가 있는 소두증 등에만 신연기수술이 인정된다. 이에 소두증 환아 부모들은 2013년 11월 심평원 건물 앞에서 “환아들의 수술을 허용해달라”는 항의집회를 했지만 심평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위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 환아가 신연기수술을 하면 ‘예방적 수술’행위로도 인정받지 못한다. 2016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아주대병원 측이 심평원을 상대로 ‘신연기수술 의료급여비용 감액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 청구를 기각했다. 아주대병원은 “수술받은 환아는 중증 뇌손상으로 발달지연이 50% 미만이고 뇌압이 14mmHg로 높으므로 발달을 촉진하는 수술적 시도가 필요했다”고 주장했지만, 심평원은 ‘2013년 4~5월 이 병원에서 소두증 환아에게 행한 신연기수술이 의료급여 적용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835만 원을 감액 조치했다. 재판부는 “두개골유합증이 확인되지 않은 환아에게 유합 가능성을 미리 예측해 시행한 수술은 의료급여 적용 기준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두개골유합증이 없거나 뇌압이 낮으면 수술할 길이 막힌 상태다. 윤수한 아주대병원 교수는 “소두증의 경우 유일하게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수술이 신연기수술이다. 하지만 법적 절차에 따라 시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쳤다.






주간동아 2016.02.24 1026호 (p36~38)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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