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집 | ‘김’도 한류 시대

김은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았나

92개국 수출, 3억 달러 돌파… 반찬에서 스낵으로, 청정 원료에 탁월한 조미 기술력으로 승부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김은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았나

김은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았나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고소한 향과 짭조름한 맛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는 김. 흔히 김은 한중일 3국에서 생산하고 주로 밥반찬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밥을 먹지 않는 나라로의 수출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더욱이 서양인은 해조류를‘시위드(seaweed)’, 즉 ‘바다의 잡초’라 부르며 한동안 혐오식품으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편견이 말끔히 사라졌다. 아시아 전역을 비롯해 미국, 유럽에서 팝콘이나 감자스낵을 대체하는 건강간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실제로 김은 칼로리가 낮고 단백질, 비타민 함량이 높아 ‘웰빙식품’으로 손색없다.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도 ‘김스낵’이란 제목으로 외국인들이 ‘한국 김’을 소개하면서 조미김을 과자처럼 먹거나 마른김을 구워 시식하는 일명 ‘먹방’ 동영상이 많이 올라 있다. 할리우드 배우 휴 잭맨의 어린 딸 에바가 김을 손에 한 움큼 쥐고 과자처럼 먹는 사진 또한 한동안 화제를 모았다. 구글 트렌드(구글 검색어 사용도 도표화 서비스)에 따르면 구글 검색란에 ‘seaweed snack’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건 2010년 7월로, 우리나라의 김 수출이 활성화된 시점과 맞물린다. 해외시장에서 한국 김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소하고 짭조름해 안주, 간식으로 그만

김은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았나

해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나라 조미김과 김스낵. 우수한 품질과 다양한 맛으로 김에 대한 편견을 깼다. 사진 제공·동원F&B·삼해상사·CJ제일제당

일본과 중국에서도 김을 수출하지만 일본은 자국 소비량이 워낙 많아 수출량이 적고, 중국은 한국 제품과 비교해 가격은 저렴하나 원재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한국 김은 깨끗한 생산 환경과 우수한 가공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최상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2010년 김 수출 1억 달러 돌파 이후 연평균 28% 이상 높은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에는 드디어 3억 달러(약 3600억9000만 원) 돌파에 성공했다. 현재 우리나라 주요 김 생산지는 완도와 고흥, 진도 등 전남과 남해 지역에 주로 몰려 있다. 원초 생산량은 연간 40만t(2014년 기준)으로 어가당 연평균 원초 판매금은 9500만 원에 달한다.
해양수산부(해수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가 김을 수출하는 국가는 총 92개국에 달한다. 그중 주력 국가는 미국, 영국, 일본, 동남아시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다른 수산물의 경우 일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반면, 김은 미국 수출량이 가장 많다. 이에 대해 이인자 해수부 수출가공진흥과 사무관은 “스낵시장 규모가 미국이 워낙 크고, 그동안 재미교포 중심으로 소비되던 김이 대형마트 등을 통해 서서히 현지인들에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김 수출 확산의 배경을 밝혔다.
2013년 기준 미국 내 조미김시장 규모는 약 7000만 달러(약 840억 원)로 이 가운데 한국산 조미김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한국 김은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일까. 정답은 바로 조미 기술력에 있다. 참기름으로 풍미를 더하고 질 좋은 소금으로 간을 맞춰 바삭한 식감을 완벽하게 살려내 맥주 안주나 아이들 간식으로 적격이다. 이 같은 조미 기술은 일본과 중국에서는 흉내 내기 어려운 우리나라만의 독보적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인자 사무관은 “요즘에는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에서도 김스낵을 생산해 저렴한 가격에 내놓고 있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따라갈 순 없다. 하지만 김스낵 자체가 기호상품인 만큼 한 번 먹어보고 괜찮다 싶으면 언제든 수요가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김 제조업체들도 시장 변화에 따른 대처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쌀칩과 접합, 아몬드·통밀 넣은 김스낵 인기

김은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았나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의 필수 쇼핑 목록에서도 조미김은 빠지지 않는다. 사진 제공·롯데마트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한국 김의 인기는 상당하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국인 김주은(37) 씨는 “대형 슈퍼마켓에서 한국 김을 찾는 현지인이 많다. 현지인 입맛에 맞게 가공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조미김을 먹고자 한인 마트를 직접 방문하는 캐나다인도 늘고 있다. 김 시식 행사가 열릴 때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김을 맛보는 등 서양인 사이에서도 김은 더는 ‘블랙 페이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류 열풍으로 우리나라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에 대한 거부감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을 방문한 일본, 중국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사가는 제품 또한 조미김이다. 실제로 2014년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중국인 인기 카테고리 동향을 살펴보면 식탁김(조미김)이 판매율 2위에, 2015년에는 5위에 올라 있다.  
현재 우리나라 1위 김 제조업체는 ‘명가김’으로 유명한 삼해상사다. 우리나라 김 수출의 10%를 책임지는 효자업체로 사조해표, 동원F&B, 풀무원, CJ제일제당 등 대형 식품업체도 삼해상사를 앞지르지 못하고 있다. 삼해상사는 지난해 매출 530억 원 가운데 수출이 60%를 차지했으며, 2015년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 늘었다. 삼해상사의 매출력을 끌어올리는 가장 큰 동력은 제품의 다양화다. 삼해상사는 조미김뿐 아니라 모든 김 가공식품의 원료로 쓰는 마른김을 동남아시아, 일본, 미국, 영국 등 13개국에 수출하고 있고, 2012년부터는 스낵 형태의 김을 판매해 히트를 기록 중이다. 유승호 삼해상사 팀장은 “최근 들어 김스낵이 증가 추세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수요도 늘고 있으며 향후 유럽 시장도 공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미김으로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약 200억 원 매출을 올린 CJ제일제당은 지난해 5월 ‘비비고 김스낵’을 출시했다. 비비고 김스낵은 김에 쌀칩을 접합하는 기술을 적용해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굽는 방식으로 만들어 웰빙간식 콘셉트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아시안 스타일의 편의식품 및 소스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천(Annie Chun’s)을 인수해 미국에서는 애니천 브랜드로, 한국을 비롯한 나머지 나라에서는 ‘비비고’ 브랜드로 김스낵을 출시하고 있다. 김현동 CJ제일제당 과장은 “글로벌 스낵시장은 미국에서만 310억 달러(약 34조 원) 규모에 중국과 일본 등을 합치면 수십조 원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시장이다. 특히 최근에는 ‘헬시 스내커’(Healthy Snacker·건강한 스낵을 즐기는 사람)라고 부르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양반김’으로 유명한 동원F&B는 2014년 김에 아몬드, 통밀, 메밀 등을 넣은 영양 간식 개념의 ‘양반 스낵김’ 3종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태국, 중국 등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김스낵 ‘키미(Kimmy)’를 선보였다. 이에 대해 이종은 동원F&B 주임은 “태국의 경우 스낵김시장이 한 해 약 1000억 원에 이른다. 기존 일본 시장 수출과 함께 신흥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미주, 태국, 중국, 베트남 등의 시장을 더욱 키워 올해 100억 원 이상 해외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김 수출 3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목표 달성을 위해 해수부와 함께 수산물 수출 확대를 위한 ‘장보고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구자성 aT 수산수출부 부장은 “우리나라 농수산물 수출 품목 가운데 3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이 참치, 담배, 그리고 김이다. 참치는 원양에서 잡아와 가공한 뒤 수출하고 담배도 50% 이상이 외국 원료를 수입해 만드는 데 반해, 김은 국내에서 생산, 가공, 수출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해결하는 품목 중 수출 1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어가 수입 창출과 직결되는 품목인 만큼 3억 달러 달성에 만족하지 않고 5억, 1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김 양식장 면적 확충과 어가의 정부 지원 시급

김은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았나

어민들이 수산물위판장에 내다 팔기 위해 바다에서 채취한 김을 배에 싣고 와 대기 중이다. 김 수출 확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김 생산량 확보다. 동아일보DB

해수부도 김 수출 인프라를 다지고자 해외 마케팅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중국, 프랑스, 인도네시아, 미국 등에서 ‘K-시푸드페어’를 개최했으며, 해외 방송 프로그램을 상대로 PPL(간접광고)도 적극 추진 중이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베트남 드라마에서는 김밥을 만드는 장면을 삽입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김을 홍보했고, 한국 맛집을 소개하는 중국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전남지역의 김 판매장과 양식장에서 촬영하는 것으로 광고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김 생산량 확대를 위한 정부 지원도 시급하다. 정재강 김수출협의회 회장은 김 수출 활성화를 위해 김 양식장 면적 확충과 어가의 금전적 지원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어가에서 생산하는 김의 40%가 수출용으로 나가는데 양식장이 부족하다 보니 원료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 수출을 확대하려면 생산량 자체를 늘려야 하고, 그러려면 김 양식장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해수부에서 양식장 면적 확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아는데, 말로 그치지 말고 빠른 시일 내 행정 절차가 진행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수출용 전문 공장을 짓는 데 드는 시설비와 건축 자금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원초인 물김을 말려 가공하는 기계 대당 비용이 10억 원에 달하다 보니 어가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 회장은 “고품질의 수출용 김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려면 상당한 기술력과 시설 보완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어가들이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개인이 직접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김 재배지인 바다의 안정성 확보와 종자 개발, 제조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업무 또한 정부의 몫이다. 구자성 부장은 “김 수출이 지속적으로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해협 관리, 우수한 종자, 효과적인 마케팅 등 모든 것이 동시에 해결돼야 한다. 김은 끊임없는 변화가 가능한 식품인 만큼 정부와 어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앞으로도 우리나라 수출업계의 든든한 효자 상품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는 작황이 매우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어가들의 근심이 깊다. 엘리뇨 현상으로 바닷물 수온이 올라가 김 양식 생산량이 현저히 줄었다. 보통 1월부터 4월 사이 원초가 나기 시작하는데, 지금까지 확보된 물량을 보면 지난해 3분의 1 수준밖에 안 돼 원초 가격이 이미 30% 이상 올랐다고 한다. 일본, 중국과의 가격경쟁을 피하려면 어가가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전남 무안에서 김 양식을 하는 한 어민은 “이런 경우는 몇십 년 만에 처음이다. 보통 설 지나면 물량이 웬만큼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턱도 없다. 앞으로 물량이 나오는 걸 봐야겠지만 물김 확보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국 김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제품 안정성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미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시민단체가 한국 김의 중금속 검출 여부를 둘러싸고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김 샘플 검사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aT 관계자는 “다행히 기준치를 밑도는 수준이나 향후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모르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조속히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수 김 종자 개발 위해 R&D 센터 건립, 연구원 양성 절실” ▼ 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센터 박은정 박사  ▼



김은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았나

사진 제공·국립수산과학원

최근 김 수출 확대로 우리나라 김 산업 발전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긴 했지만 김 산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종자 개발과 관련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장 큰 문제는 2012년부터 해조류 분야도 품종보호제도가 전면 시행됨에 따라 일본 품종 사용 시 로열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바로 경쟁력 있는 자체 품종을 개발하는 것. 박은정 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센터 박사(사진)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김의 13%가 일본 품종을 사용하고 있어 국산 신품종 개발 지연 시 로열티 지급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고생산성 품종 개발을 통한 수입 종자 대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해조류 관련 연구는 1990년대 이후까지 대량생산에만 집중하느라 자체 품종 개발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종자 개발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는 7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농작물의 육종 수준과 비교하면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더욱이 해조류 육종 원천 기술 개발 및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대해 박은정 박사는 “현재 국립수산과학원 내 해조류 육종 인력은 나를 포함해 3명(김 2명, 미역 1명)뿐이고 지방자치단체 내 인력도 2명 정도밖에 안 된다. 반면 일본의 경우 김을 생산하는 현(縣) 단위 연구기관에 5~10명을 보유, 약 80명의 육종 인력이 주둔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중국 또한 최근 들어 신품종 개발의 필요성을 깨닫고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예산과 육종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악한 환경에도 국립수산과학원은 전남도청, 전남대, (주)풀무원홀딩스 등과 손잡고 김 4품종에 대해 품종보호권을 출원해 등록을 완료했다. 현재 품종보호권 심사 중인 품종도 7개에 달한다. 기술력도 육종 역사가 65년에 달하는 일본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원초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속성장을 기본으로 고온에서도 내성이 강하고 병에도 강한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왔습니다. 2013년 속성장 방사무늬김 ‘수과원 104호’의 품종보호권을 출원한 데 이어 속성장 방사무늬김 수과원 105호, 속성장 잇바디돌김 수과원 106호, 항산화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방사무늬김 전수1호 등 총 5품종의 품종보호 출원을 확보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김 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김 관련 연구개발센터 설립과 우수한 연구원을 양성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김 자체를 우리나라 대표 특산품으로 인정하는 마음가짐부터 갖추어야 한다. 박은정 박사는 “인삼의 경우 재배지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에 비해 김을 비롯한 해조류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립수산과학원이 유일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주간동아 2016.02.24 1026호 (p44~47)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관련기사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7

제 1217호

2019.12.06

아이돌 카페 팝업스토어 탐방기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