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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의 기적을 되살리다

스페인 명장 알바로 팔라시오스

  • 바로셀로나=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1000년의 기적을 되살리다

12세기 말 스페인 왕 알폰소 1세는 카르투시오 수도회가 정착할 땅을 찾고 있었다. 왕의 명령을 받은 두 기사가 도착한 곳은 바르셀로나에서 서쪽으로 150km 떨어진 프리오라토. 첩첩산중인 이곳은 풍광이 빼어날 뿐 아니라 신비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곳이었다. 산꼭대기 소나무 위에 계단이 나타나는데, 그곳을 통해 천사가 하늘과 땅 사이를 오르내린다는 것이다. 수도회는 마치 하늘의 계시처럼 프리오라토에 자리를 잡았고, 그들은 이곳을 스페인 최고 와인 산지로 개발했다.
하지만 19세기 말 병충해로 포도밭이 초토화되자 사람들은 땅을 버리고 도시로 이주했다. 그로부터 100년 뒤인 20세기 말 버려진 땅 프리오라토의 잠재력을 알아본 젊은이들이 이곳을 재건하고자 나타났다. 그중 한 명이 알바로 팔라시오스(Alvaro Palacios)다. 알바로는 스페인 리오하 지방에서 5대째 와인을 만드는 집안 출신이다. 그는 프랑스 보르도대에서 양조학을 공부하고 페트루스(Petrus)와 스태그스 립(Stag’s Leap) 등 유명 와이너리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재원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말 그가 돌아간 곳은 고향 리오하가 아닌 프리오라토였다. 아버지가 이룩한 안정된 기반보다 잊힌 땅이지만 오랜 역사와 가능성을 지닌 프리오라토를 택한 것. 그리고 프리오라토에 정착한 지 10년 만에 그는 이 지역을 세계적인 와인 산지로 만들었다.
알바로가 추구하는 것은 와인 안에 ‘포도밭 본연의 목소리’를 담는 것이다. 그는 풀숲 더미에서 과거 수도사들이 만든 포도밭을 찾아내 다시 일구고 토착 품종인 가르나차(Garnacha)와 카리네나(Carin~ena)를 심었다. 땅이 한껏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화학비료, 제초제, 살충제를 쓰지 않는다.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생산하는 포도 양도 1kg 미만이다. 포도 한 알마다 맛과 향이 듬뿍 담기도록 하기 위해서다.
알바로가 만드는 최고급 와인은 레르미타(L’Ermita)다. 레르미타를 생산하는 밭 넓이는 겨우 1.5ha(약 1만5000m2). 생산량을 맞추기보다 땅이 내어주는 대로만 와인을 만들다보니 2013년에는 700병, 2014년에는 2000병을 생산했다. 좋은 품질에 희소성까지 겹쳐 이 와인은 병당 가격이 스페인에서도 1000유로, 우리 돈으로 130만 원이 넘는다. 핀카 도피(Finca Dofi)는 9ha(약 9만m2) 밭에서 한 해 약 2만 병이 생산된다. 힘과 우아함을 겸비한 이 와인에선 농밀한 과일향, 매끄러운 타닌, 은은한 오크향, 바이올렛향이 감돈다. 가격은 20만 원대다. 레스 테라세스(Les Terrases)와 카민스 델 프리오라트(Camins del Priorat) 와인은 알바로의 포도 재배 기준에 맞춰 프리오라토 농부들이 생산한 포도로 만든다. 탄탄한 구조감에 잘 익은 과일향과 미네랄향의 조화가 아름다운 와인이다. 레스 테라세스는 10만 원대, 카민스 델 프리오라트는 6만 원 정도다.
세계적인 와인 잡지 ‘디캔터‘는 2015년 알바로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스페인 와인 양조가로는 그가 처음이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그는 지금도 옛 포도밭을 재건하며 전통과 현대 기술을 접목해 우수한 와인 생산에 여념이 없다. 그가 또 어떤 와인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000년의 기적을 되살리다

알바로 팔라시오스와 스페인 프리오라토 전경. 레르미타 와인과 핀카 도피 와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 나라셀라





주간동아 2016.02.17 1025호 (p76~76)

바로셀로나=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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