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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식어버린 성장엔진 되살릴 불씨가 없다

진짜 문제는 잠재성장률…10년 뒤엔 2% 아래로 추락

식어버린 성장엔진 되살릴 불씨가 없다

식어버린 성장엔진 되살릴 불씨가 없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월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2015년 경제성장률과 관련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2.6%이다. 경제성장률이 2%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만이 아니다. 2012년 이후 현재까지 2014년(3.3%)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3%를 밑돌고 있다(그래프1 참조). 세계 역사에서 유례없는 압축성장 신화를 써내려오던 한국이 수년째 2%대 성장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국내 경제가 2%대 성장을 반복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잠재성장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국가의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를 모두 활용했을 때 물가를 상승시키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중·장기 추세를 말할 때 주로 사용한다. 한국의 경우 과거에는 한 해 경기가 부진하면 그다음 해에는 V자로 회복하는 패턴이 반복됐지만, 지금은 아무리 노력해도 최대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 자체가 낮아졌다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다.
한국의 이전 잠재성장률을 시기별로 살펴보자. 1990년대 초 국내 잠재성장률은 7%대 초반에 육박했지만 이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급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1991~95년 7.3%였던 이 수치는 2000년대 4%대로 미끄러졌고, 2011~2015년에는 3.2%로 계속 하향 추세다(그래프2 참조). 앞으로가 더 심각하다. 잠재성장률은 2016~2020년 2.7%로 하락하면서 2%대에 진입한 후로도 계속 떨어져 2020년대 후반에는 2.0%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는 현재 추세를 반영한 수치일 뿐이고, 최악의 경우 조만간 1%대 진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동, 자본, 생산성 모두 빨간불

잠재성장률이 이처럼 급속히 약화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잠재성장률은 얼마나 많은 노동력과 자본이 투입되는지, 이렇게 투입된 요소들의 생산성이 얼마나 높은지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직면해 있어 노동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인구구조는 출산율 하락, 평균수명 연장,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인구 진입 등으로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고령화 사회를 경험하게 될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7년 감소세로 돌아서고, 2031년에는 아예 총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 시대에 도달할 것이다.
자본투자는 어떨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내투자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중국이나 베트남 등 해외로의 직접투자는 크게 증가했다. 투자를 나타내는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이 1970년대 평균 14.9%, 80년대 12.8%에서 2000년대 이후 2%대로 급락했다. 해외 직접투자가 자본자유화와 외환위기를 거치며 2010년 기준 8% 내외를 기록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저축률 하락 등으로 국내 투자재원의 감소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금 조달의 어려움도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국내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질 것을 우려해 신규투자를 자제하는 실정이다.
물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 동일한 규모의 자본과 노동이 공급되는 상황에서도 국내 산출물이 많아지고 잠재성장률이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노동력 급감과 자본 투입의 한계를 상쇄할 만한 수준의 생산성 향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총요소생산성 향상 속도가 빠르지만, 현재 한국의 총요소생산성 향상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에 수렴해 있다. 연구개발비 지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4%를 넘는 등 연구개발(R&D)의 양적 수준만큼은 세계 최고에 육박해 있음에도 그 성과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진다면 경제는 중진국 함정을 피할 방법이 없다. 한국은 2006년 처음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돌파했다. 당시만 해도 조만간 3만 달러를 넘어서며 OECD 선진국 평균 수준인 5만 달러 달성 역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수년간 횡보하고 있고, 2015년에도 2만7513달러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현재 같은 저성장이 지속된다면 선진국 국민소득에 가까워지기는커녕 신흥국들의 추격에 쫓기는 처지가 될 공산이 크다.


식어버린 성장엔진 되살릴 불씨가 없다

혁신이 실제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성장률이 낮아진다는 건 일자리가 점차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성장에 따른 고용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고용탄성치는 2011~2015년 평균 0.61이다. 즉 1% 경제성장이 이뤄지면 약 0.61%의 신규취업자가 증가한다는 의미이다. 가뜩이나 취업준비생이 쌓여가는 현재 상황에서, 잠재성장률 하락은 청년실업 문제를 더욱 악화할 할 수 있다.  
재정건전성 악화와 납세자들의 조세 부담 증가 역시 커다란 위협 요인이 될 것이다. 고령화 사회 진입, 복지 수요 증가 등으로 국내 복지 관련 예산은 이미 2016년 기준 123조4000억 원 수준으로 총지출 예산의 31.9%를 차지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둔화한다면 정부가 예상한 것만큼 조세 수입을 거두기 어려워진다. 증가하는 복지예산에 비해 재원 확보가 점차 어려워진다면 납세자들의 조세 부담 증가가 불가피해진다.
처방전은 있을까.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일단 추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출산율을 높이고 OECD 회원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을 높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고령자의 정년 연장과 적극적인 이민정책 추진도 노동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적정 투자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 환경을 개선하거나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 역시 필요하다. 기업들의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규제 완화, 신성장 부문 조기 산업화, 신수요 개척 등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다양한 성장요인 가운데 특히 향후 한국 경제성장에서 가장 기여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총요소생산성이다. 경제효율화와 경제구조 선진화로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이 잠재성장률 하락 방지에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뜻이다. R&D 투자의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개발된 혁신과 아이디어가 실제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드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16.02.17 1025호 (p46~47)

  •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ck1009@h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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