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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최성자의 문화유산 산책

러시아공사관으로 가는 ‘고종의 길’ 복원

아관파천 120주년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sjchoi5402@naver.com

러시아공사관으로 가는 ‘고종의 길’ 복원

러시아공사관으로 가는 ‘고종의 길’ 복원

멀리 보이는 건물이 러시아공사관으로 1896년 2월 아관파천 이후 1년간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에서 덕수궁(당시 이름은 경운궁)을 비밀리에 오갈 때 이용하던 돌담길과 문이 보인다. 이돈수 명지대 교수가 미국 주간지 ‘하퍼스 위클리’ 1897년 7월 24일자에 실린 이 사진을 발견해 2007년 공개했다. 사진작가 윌리엄 헨리 잭슨(1843〜1942)이 한국을 방문했던 1896년 찍은 것으로 ‘러시아공사관’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동아DB

1896년 2월 10일 인천항에 정박한 러시아 군함 코르니코프에서 장교 5명과 수병 107명이 상륙해 급히 서울로 출발했다. 그다음 날 새벽 고종과 세자는 경복궁 영추문을 빠져나와 러시아공사관으로 들어갔다. 명성황후가 건청궁까지 난입한 일본군 장교에게 시해된 지 4개월이 지난 직후였다. 고종은 약  1년 동안 러시아공사관에 머물렀다.
올해가 아관파천 120주년이다. 문화재청은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을 찾아든 길을 찾아 ‘고종의 길’을 만든다. 한국근대사의 쓰라린 장소가 역사의 교훈을 상징하는 길로 바뀐다. 고종의 피신 길은 추정이 가능하다. 영추문을 나선 다음 대궐 담장을 순찰하던 일본군을 피하려고 서촌 마을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북악산에서 내려오는 냇가를 따라서 내수동 길을 지나 지금의 세종문화회관 뒷길을 거치면 옛 경기여고 터에 있던 선원전 뒷길로 들어설 수 있다. 어딘가에서 만난 러시아 병사들이 고종을 공사관까지 옹위했을 것이다. 대한제국 시기에 미국공사관이 제작한 정동지도에서는 선원전과 현 미국대사관 사이 작은 길을 ‘왕의 길(King’s Road)’이라고 했다.
고종의 파천 직후 정계에는 소용돌이가 쳤다. 총리대신 김홍집과 탁지부대신 어윤중이 타살됐고, 처형 대상인 군부대신 조희연과 이두황, 이진호, 우범선 등은 일본으로 도주했다. 폐비 조치는 취소됐고, 을미사변 재조사가 시작됐다. 새 정권은 효과적인 민심수습책을 펴나갔다. 친일 정치인을 단죄하고 단발령을 폐지했으며 각종 미납 세금을 탕감했다. 의병들에게도 해산을 적극 설득했다. 일본은 이런 상황을 이용했다. 히로시마 제5사단의 군법회의에 회부된 을미사변 관련자 48명을 증거불충분으로 석방했다. 그리고 슬그머니 대원군 관련설을 퍼뜨리거나 조선 군인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웠고, 서울에 주둔한 일본군은 전과 같이 정부를 압박했다.
정동 언덕에 흰색 전망탑이 있다. 러시아공사관 건물은 6·25전쟁 때 모두 없어졌고 탑만 남아 옛 흔적을 보여준다. 러시아 건축가 사바친(A. I. Sabatin)이 설계해 1890년 완공한 건물은 르네상스식 벽돌 3층 구조였다. 이 공사관 터와 미국대사관저가 인접해 있다. 지금은 막혀 있지만 미국대사관저와 경기여고 터 사이에 작은 길이 있었다. 그 길 끝에 덕수초교가 나온다.
한로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러시아공사 카를 이바노비치 베베르(Karl Ivanovich Weber·1841~1910)는 영국과 일본을 견제한 러시아의 대변자였다. 청일전쟁 이후 삼국간섭으로 일본이 주춤하자 고종과 왕비는 베베르를 매개로 러시아에 의지했다. 을미사변은 그에 대한 일본의 보복이었다. 베베르가 조선에서 수집한 문화재가 러시아 표트르대제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명성황후가 그에게 선물한 11세기 고려청자 향완과 종이상자를 보면 애처로운 생각도 든다. 왕실이 소유한 최상품이었다. 베베르의 눈은 높았다. 그가 수집한 금동연봉봉황장식 철제은입사촛대나 청자도 일급이었다. 그가 복용한 한약재와 처방전도 있어 귀중한 한의약 연구자료가 되고 있다.  


러시아공사관으로 가는 ‘고종의 길’ 복원

명성황후가 러시아공사 카를 이바노비치 베베르에게 준 고려청자 향완(오른쪽)과 종이상자. 사진 제공 · 국립문화재연구소





주간동아 2016.02.03 1024호 (p118~118)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sjchoi54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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