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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절박한 국민에게 야당 탓만

朴 대통령 대국민담화…미적지근한 응답에 국민은 어중간한 지지율로 호응할 것

  • 이종훈 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 rheehoon@naver.com

절박한 국민에게 야당 탓만

절박한 국민에게 야당 탓만

박근혜 대통령이 1월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민은 절박하다. 당연히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아버지 뒤를 이어 제2 한강의 기적을 일구겠다던 박근혜 대통령 아니던가. 벌써 임기 4년 차다. 이제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박 대통령으로서도 밀릴 수 없다. 임기 말 레임덕을 막고 국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4월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국민담화는 중요했다. 국민 요구에 제대로 응답한다면 지지율 상승은 물론, 목표인 총선 180석 달성에 다가설 기회였다.
박 대통령은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통일대박론을 내세웠다. 당시 여론의 호응은 뜨거웠다. 반면 2015년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비선(秘線) 실세 국정 개입 의혹과 관련한 청와대 인적쇄신 요구를 외면해 후폭풍을 맞았다. 당시 지지율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지금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어중간하다. 40% 초반대로, 총선 압승을 견인하기엔 힘이 다소 달린다.



국민이 원한 3가지 응답

이번 대국민담화에서 국민은 어떤 응답을 원했을까. 크게 3가지였다. 첫째, 악화일로인 경제상황에 대한 해법, 둘째, 북한 4차 핵실험에 맞서는 대응전략, 셋째, 위안부 협상 이후 일본에 대한 대처 방법이다. 박 대통령이 제대로 응답하기만 한다면 국민은 지지율 상승으로 호응할 준비가 돼 있었다.
박 대통령은 경제가 위기라 했다. 국민 모두 격하게 공감했을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률은 3.6%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체감실업률을 가리키는 고용보조지표3은 10.7%에 달했다. 특히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2%로 1999년 통계 기준이 변경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은 20%대다.
2016년 경제전망은 더 어둡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내놨지만,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이보다 더 낮아지리란 관측이 대다수다. 6개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내놓은 수치는 평균 2.6%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수준인 3.1%에 그친다면 2.6% 성장에 머물 것이라 전망했다. 내수 부진으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들어 흑자가 늘어나는 ‘불황형 흑자’도 고착화할 우려가 높다.
당연히 대국민담화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3% 이상 경제성장률이 현실성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대외 여건은 어렵지만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이라고 답함으로써 불안감을 증폭할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힘들다고 고백했어야 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낙관일색의 정부 측 경제성장률 전망에 식상하기도 하고 지겹기도 한 상황 아니던가.
박 대통령은 안보도 위기라고 진단했다. 이 또한 국민 모두 격하게 공감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것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선제타격론을 비롯해 핵무장론, 심지어 정권교체론까지 터져 나오는 이유다. 국민을 더 분개하게 한 것은 정부가 사전 감지를 전혀 못했다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좀 더 단호했어야 한다.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논란을 유발했던 핵무장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선제타격 가능성까지는 언급했어야 한다. 물론 이 이상의 핵실험은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의지 표명과 더불어, 사전 감지를 못 한 데 대한 대국민사과까지 내놨어야 한다. 그러나 사과는 없었고 의지 표명도 미약했다. 선제타격은 언감생심, 그저 미국의 물리력과 중국의 외교력에 대한 기대만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전체주의 체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위협은 진실의 힘”이라며, 대북 확성기 방송의 유효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다는 사실에 국민은 좌절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이스라엘이 2007년 시리아 알키바르 핵시설을 폭격한 일과 2012년 미국에 사전 통보 없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밝힌 일을 기억한다. 국제전략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의 2014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군비지출 규모는 344억 달러(약 41조6000억 원)로 세계 10위다. 반면 이스라엘은 232억 달러(28조1000억 원)로 13위다. 이스라엘도 할 수 있는 일을 우리는 꿈도 꾸지 못한다는 사실이 화가 나고, 터지는 건 국방비리라는 사실에 분개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놓친 변수들

박 대통령은 중국을 움직이려는 요량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문제까지 언급했다. 배신의 정치인으로 직접 낙인찍은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공론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던 데서 오히려 한 발 더 나아간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 뒤 기자간담회에서 다시금 ‘진실한 사람’에 관해 설명했고 국민의 심판도 주문했다. 그런데 유승민표로 널리 알려진 사드를 언급하는 바람에 보는 이들의 머리를 꺄우뚱하게 만들었다. 경제가 위기라고 하면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를 해외로 특사 파견한 것만큼이나 이율배반적이라는 느낌을 누구나 가졌을 것이다.
다시 경제로 돌아가, 박 대통령이 내놓은 것은 또다시 야당심판론이었다. 많은 전문가가 선제적인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1997년 외환위기가 다시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음을 강조하면서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의 통과를 주문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통과시켜주지 않고 계속 방치한다면 국회는 국민을 대신하는 민의의 전당이 아닌 개인의 정치를 추구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공격을 퍼부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20대 국회가 19대 국회보다 나아야 한다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통틀어 국회를 겨냥했지만 실은 야당을 겨냥한 발언이다.
야당이 문제라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심판에 나서라는 말에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대통령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엄존한다. 박 대통령의 소통부재, 곧 불통은 더는 세간의 화제가 아니다. 국민 모두가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아 있다. 야당을 좀 더 설득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 역시 여전하다. 그런데 야당심판론만 강조하니 따라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스러울 따름이다.
경제위기와 관련해 노동계의 양보만 강조한 것도 균형을 잃은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노동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주고 싶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이고 대다수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라며 희생을 요구했다. 반면 우리 기업은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 역시 절박하기는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내수 부진에서 잘 나타나듯이 정규직조차 고용이 불안해 지출을 줄이는 상황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울 때는 그나마 여유 있는 장남이 돈을 풀어야 한다. 그런데 가장이 장남을 편애해 나머지 자녀에게 허리띠를 더 졸라매라고 요구하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대기업 오너들에게도 희생을 요구했어야 했다.
선거의 여왕께서 이미 총선의 전면에 나선 마당이다. 그래서 중요했던 대국민담화였지만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놓친 변수는 무엇일까. ‘국민의당’이 보수층에도 균열을 내고 있다는 점과 ‘진박(진짜 박근혜) 공천’에 대한 반발이 적잖다는 점이다. 기존 야당심판론이 잘 먹히지 않는 까닭이다. 경제와 안보에 대해서도 국민은 진솔한 반성과 구체적인 대안을 듣길 원했다. 미적지근한 응답에 국민은 어중간한 지지율로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







주간동아 2016.01.20 1022호 (p12~13)

이종훈 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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