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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남자

화려하게 치장한 석가불의 위엄

‘청량산 괘불탱’

  • 황규성 미술사가 samsungmuseum@hanmail.net

화려하게 치장한 석가불의 위엄

화려하게 치장한 석가불의 위엄

‘청량산 괘불탱’, 조선시대 영조 1년(1725), 4.5X9m.

‘청량산 괘불탱’은 얼마 전 미술품 경매에서 약 35억 원에 팔려 화제가 됐던 그림입니다.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불교회화입니다. 2015년 중국에서 명나라 괘불이 약 500억 원에 매매돼 중국 최고가를 경신한 적도 있어 이래저래 비교되는 작품입니다.
가로 4.5m, 세로 9m 크기의 거대한 화면에 석가모니불 한 분만을 꽉 차게 표현한 독존상입니다. 비교적 풍만한 얼굴, 정면을 바라보는 가늘고 긴 눈과 눈썹, 남성적인 수염, 좌우로 벌린 발과 우람한 체구의 모습으로 석가불을 표현했고, 붉은색과 초록색 중심으로 채색돼 있습니다. 옷(佛衣) 중간중간에 섬세하고 치밀하게 각종 문양과 장식들을 넣어 더욱 장엄해 보입니다.
머리에 보관(寶冠)을 쓰고, 화려하게 치장한 옷을 입고, 두 손을 모아 꽃을 들고 있으니 보살로 생각하기 쉬운데 의외로 석가불입니다. 일반적으로 불(부처)은 간소하게 장식한 남성의 모습으로, 보살은 화려하게 치장한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이 작품은 그 반대입니다.
불교회화는 맨 아랫부분에 붉은색으로 면을 구획해 그 속에 검은색 먹으로 그림을 그린 화가(화승),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재정적 지원을 한 사람,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경전을 읽은 사람, 나무를 베어 와서 불을 지핀 사람, 종 치는 사람 등 이 그림에 참여한 사람들의 명단을 모두 기록합니다. 이것을 화기(畵記)라고 하는데, 여기에 석가불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부처의 보관 속에 2구의 부처가 또 표현돼 있습니다. 이른바 비로자나불과 노사나불입니다. 기독교에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가 있듯이 불교에도 비로자나(법신), 노사나(보신), 석가(화신) 삼신불이 있습니다. 이 괘불은 삼신불 가운데 인간세상에 직접 태어나 불행과 깨달음을 설파한 석가불의 불성을 강조하기 위해 석가불 중심으로 그렸고, 비로자나불과 노사나불은 보관에 간략히 표현한 일종의 삼신불회도입니다.
불교회화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눠볼 수 있는데 사찰 내부를 장식하는 ‘불화’와 야외 행사 때 거는 ‘괘불’이 있습니다. 괘불의 ‘괘’ 자는 ‘건다’는 뜻입니다. 즉 부처님오신날(석가탄신일)이나 천도재 등 사찰에서 중요한 행사를 진행할 때 법당이 협소한 경우 사찰 야단(野壇)에서 법회를 진행합니다. 이때 평소 깊이 잘 보관해뒀던 괘불을 꺼내 괘불대에 걸어 행사를 더욱 장엄하게 빛내곤 합니다.
세로 길이가 9m에 이르는 큰 괘불 앞에서 수많은 사람이 모여 법회를 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많은 사람이 모여 야외에서 법회를 여는 것을 ‘야단법석’이라고 했습니다. 요즘은 소란스럽다는 의미로 바뀌었지만 원래는 불교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괘불은 보통 높이 10~15m의 매우 큰 그림으로, 세계 예술사에서도 드물 정도로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우리의 문화유산입니다. 그래서 괘불 대부분이 보물로 지정됐고, 국제적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 종교회화사에서 우리나라 괘불에 비견할 정도로 크게 제작된 그림으로는 티베트의 만다라가 있는데, 대형 만다라는 모래 위에 그린 후 지워버리기 때문에 남아 있는 대작이 많지 않습니다.
괘불은 큰 사찰에서 중요한 행사 때만 잠시 등장하는 만큼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그림이 아닙니다. 간혹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괘불이 전시되는데 섬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채색하고 장식한 그 솜씨에 놀라곤 합니다.  







주간동아 2016.01.13 1021호 (p79~79)

황규성 미술사가 samsungmuse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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