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2

2023.01.06

“상반기 마이너스 경제성장 가능성, 하반기엔 회복 신호 포착될 것”

김영익·이종우·홍춘욱 경제 전문가 3인이 본 ‘2023년 전망’… “심각한 경제위기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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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3-01-0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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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자산시장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GettyImages]

    2023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자산시장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GettyImages]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정부가 한 해 성장률을 2% 미만으로 전망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부터 우리 경제를 덮친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상황이 올해도 지속되리라고 보는 정부의 인식이 담긴 것이다. 또 정부는 올해 수출이 세계 교역과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으로 3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2.5% 증가하지만 지난해(4.6%)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자산시장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연초부터 코스피는 장중 2200 선이 붕괴됐고, 부동산 역시 역대 최저 거래량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빙하기에 돌입할 조짐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인하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연준은 최근 공개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넘쳐나던 유동성이 꺼지고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휘청거리는 2023년 대한민국 경제를 관련 전문가들은 어떻게 전망할까.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와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이코노미스트에게 물었다. 3명은 모두 금융가 스타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김 교수는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 부사장, 이 이코노미스트는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홍 이코노미스트는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상반기 경기침체는 피할 수 없다

    김영익 교수. [동아DB]

    김영익 교수. [동아DB]

    경제와 관련된 각종 지표는 경기침체 장기화 가능성을 예고하지만 3인의 경제 전문가는 모두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김영익 교수는 “올해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1.6%로 예상하지만 나는 그보다 낮은 1.2%로 전망한다”면서도 “경기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봐야 한다는 측면에서 상반기가 지나면 다양한 경기 개선 신호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경기는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상반기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에 가까울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 대신 앞으로 경기를 알려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2021년 6월 정점을 찍었는데 올해 상반기 어느 시점, 특히 1분기 말쯤 저점이 올 것 같습니다. 현재 경기가 너무 나쁘니까 언론 등에서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모든 기업이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 같은 좋은 기업은 하반기가 되면 다시 이익이 늘겠지만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능력)이 1 미만인 기업은 더 어려워지겠죠.”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동아DB]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동아DB]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경기가 좋지는 않을 테지만 지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엄청난 경기침체가 오거나 경제위기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각한 경기침체가 발생하려면 경기가 상당 폭 둔화돼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정도여야 하는데, 지금 정부나 한국은행 등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1%대로 예측한다는 것은 그 정도로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그게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위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건설사, 증권사, 저축은행 몇 개가 날아간다고 심각한 위기가 되지는 않거든요. 지난해 상황이 안 좋다 보니까 다들 너무 얼어 있는데 ‘경기가 좀 나쁘네’ 정도일 겁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동아DB]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동아DB]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도 “지금 경제가 나쁜 것은 맞지만 완만하게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지난해 4분기부터 너무 가파르게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데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입니다. 또 8월부터 집값이 매달 1% 이상 빠지고 있습니다. 특히 레고랜드발(發) 채무불이행 사태로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일어나 전형적인 급격한 불황을 맞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최악의 상황이 한꺼번에 오면 정부는 아무래도 경기부양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미 연준의 긴축정책에 맞출 수밖에 없겠지만 극단적인 상황에 빠지게 둘 수는 없으니 부양책이 나올 테고, 그러다 보면 하반기에는 회복 신호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동산시장은 지켜보는 것이 최선

    미 연준의 고금리 정책 여파와 경기침체 우려는 주식·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21년 6월 최고 3300 선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지난해 2300 선까지 내려오며 고전을 면치 못했고, 부동산시장 또한 집값이 연일 빠지는 가운데 대출금리 인상으로 고통받는 이가 많다.

    김영익 교수는 이와 관련해 “현 주가에는 이미 경기침체 국면이 반영돼 있다고 보기 때문에 1분기에 저평가된 주식은 사도 좋다”고 말하면서도 “집값은 이제 하락 국면 초입이라서 KB국민은행 부동산 가격 기준으로 2022년 6월 고점 대비 30%가량 빠질 때까지 앞으로 2년간 지켜볼 것”을 조언했다. 이어 김 교수는 “지금 만약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올해 금리가 떨어질 테니 채권을 사도 좋을 것 같다”고 추천했다.

    그는 올해 1분기 미국과 한국의 금리인상이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기침체가 일어나면 미 연준이나 한국은행이 예상한 것보다 물가상승률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경기부양책을 펴지는 못해도 금리인상을 더는 강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 금리는 서서히 하강 곡선을 그리다 3% 선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도 “경제가 나쁘다고 해서 금리인하가 급격히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지금 3년물 국채 수익률 3.5%를 기준으로 볼 때 금리가 올해 내내 3.5~4.0% 사이에 계속 머무르는 형태가 되지, 과거처럼 저금리로 돌아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혹시 지금도 금리가 내려가면 상황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산입니다. 지금까지 비정상이던 금리가 지금 정상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만약 부채가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빚을 청산하는 게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거품이 잔뜩 끼어 있는 부동산 투자도 금물이고 주식도 큰 변화가 없을 테니 지켜보는 게 좋겠죠. 지금 연간으로 봤을 때 채권이 가장 수익이 날 것 같습니다.”

    올해 최고 투자상품은 채권

    홍 이코노미스트도 금리인상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미국 경기지표를 보면 물가상승률이 꺾이기는 했는데 원자재 가격과 물건 값에 바로바로 반영되는 게 아니라서 제대로 다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장 한국만 봐도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은 것이 지난해지만 올해 들어서야 오르고, 국제 곡물 가격도 지난해 최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는데 라면 값은 최근에야 인상됐거든요. 미국이나 한국이나 그런 것들이 상반기에 다 반영돼 하반기로 가면 물가가 떨어지지 않을까 전망해봅니다.”

    그도 올해 주식과 부동산시장에 대해서는 관망 입장을 내놓았다. 수출이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기업 실적에 반영돼 주가가 오를 수 없고, 부동산 가격도 2020년과 2021년 급상승하면서 쌓인 거품이 30%가량 된다고 보기에 하락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3배까지도 거품이 쌓인 만큼 충분한 가격 하락을 지켜보거나 급급매, 경매 등으로 싸게 매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올해의 최고 투자상품은 무엇일까. 바로 채권이다. 고금리 상황이어서 6% 정도까지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는 “채권, 그중에서도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낸 우량 은행채를 추천한다”며 “절세 측면에서는 표면금리가 낮은 저금리 채권을 사는 게 좋지만 앞으로 금리가 정점에서 내려올 테니 장기로 묻어둘 수 있는 고금리 채권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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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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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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