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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피는 못 속이나’ 드라이버 279야드 날린 찰리 우즈

[김종석의 인사이드 그린] 13세 또래 능가하는 폭발적 장타… 아버지 우즈와 3년 연속 PGA 이벤트 대회 출전

  •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아버지 피는 못 속이나’ 드라이버 279야드 날린 찰리 우즈

타이거 우즈와 아들 찰리가 PNC 챔피언십에서 경기를 마친 후 포옹 하고 있다. [PGA투어 제공]

타이거 우즈와 아들 찰리가 PNC 챔피언십에서 경기를 마친 후 포옹 하고 있다. [PGA투어 제공]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와 아들은 “둘 다 걸어 다니는 펭귄 같았다”는 표현을 썼다. 라운드를 마친 뒤 함께 부상 부위에 냉찜질을 해야 할 형편. 그래서 팀 이름을 ‘얼음목욕(Ice Bath)’이라고 지었다.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마음만큼은 가벼워 보였다. 난관을 뚫고 함께 완주했다는 뿌듯함이 컸으리라. 이틀 동안 36홀 라운드를 마친 뒤 뜨겁게 껴안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와 아들 찰리(13)였다.

우즈와 찰리는 12월 19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리츠칼튼골프클럽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에 출전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우즈 부자, PNC 챔피언십 공동 8위

마지막 날이면 늘 그렇듯 이번에도 빨간색 상의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우즈 부자는 최종 라운드에서 65타를 쳐 합계 20언더파 124타로 공동 8위에 머물렀다. 전날 1라운드에서 59타를 몰아쳐 2타 차 공동 2위에 올라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다. 지난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걷는 데 애를 먹는 우즈는 오른발에 족저근막염까지 생겨 카트를 타야 했다. 지난해에 비해 체격이 훌쩍 커져 간간이 아버지를 능가하는 비거리를 보인 찰리는 대회를 앞두고 왼쪽 발목을 접질렸다. 그래도 우즈는 “가장 큰 수확은 연대감이다. 함께 경기한 것만으로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우리 모두 훌륭했다”고 말했다. 찰리 역시 “아빠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기뻐했다.

이 대회는 메이저 대회 또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가 부모, 자녀 등과 팀을 이뤄 진행하는 36홀 대회다. 2명이 각각 샷을 해 더 좋은 위치에 놓인 공으로 다음 플레이를 이어가는 스크램블 방식.

우즈는 3년 연속 출전할 만큼 이 대회에 애정을 보이고 있다. 자기 곁에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교통사고를 당한 우즈는 열 달 만에 이 대회를 통해 복귀했다. 골프는 고사하고 다리를 절단할 뻔 했던 그는 아들과 다시 설 무대를 떠올리며 힘겨운 재활 과정을 견뎌냈다.



우즈는 사고 여파로 올해 메이저대회에만 3차례 출전했다. 4월 마스터스를 47위(13오버파 301타)로 마감했다. 5월 PGA 챔피언십은 3라운드까지 12오버파 222타를 친 뒤 기권했으며, 7월 디오픈(브리티시오픈)은 컷 탈락(2라운드 합계 9오버파 153타)했다. 9차례 공식 라운드에서 2차례 언더파 스코어를 남겼다.
필드에 서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준 우즈는 “힘든 한 해였지만 최근 몇 년 중 가장 보람 있는 한 해이기도 했다. 한동안 쉬면서 걷기 능력을 끌어올릴 것이다. 제대로 회복하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내년 4개 메이저대회 출전을 1차 목표로 삼았다.

선수 우즈의 앞날은 불투명하지만 아버지 우즈로서 가야 할 길은 확실해 보인다. 자신의 뒤를 이어 골프에 전념하고 있는 찰리를 잘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우즈는 2004년 결혼한 스웨덴 출신 모델 엘린 노르데그렌과 사이에서 딸 샘과 아들 찰리를 낳은 뒤 이혼했다. 피는 못 속이는 듯 찰리는 어린 나이지만 골프 스타로 대성할 자질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메이저대회에서 3승을 거둔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은 “찰리는 이미 11세 때부터 정립된 스윙을 구사했다. 그 나이에 올바른 스윙 각도를 유지하기란 정말 힘들다. 주위의 높은 관심에 여유 있게 대처할 줄도 안다. 골프를 위해 태어난 것 같다. 정말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찰리는 PNC 챔피언십 프로암 10번 홀에서 드라이버를 279야드 날리기도 했다. 또래를 능가하는 폭발적인 장타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정적인 퍼트를 성공한 뒤에는 아버지처럼 어퍼컷 세리머니를 날린다.

올해 PNC 챔피언십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고 있는 찰리 우즈. [뉴시스]

올해 PNC 챔피언십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고 있는 찰리 우즈. [뉴시스]

아버지처럼 찰리에게 애정 쏟는 우즈

우즈는 마흔 살 넘어 골프에 입문한 아버지 얼 우즈(2006년 작고)의 골프 스윙을 보며 자랐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얼은 아들이 학교 숙제를 끝내지 않으면 운동을 시키지 않았다. 골프를 스스로 즐길 수 있도록 자유시간을 많이 줬다. 또 우즈가 스윙 연습을 하거나 코스를 돌 때 일부러 호주머니에 동전을 넣어 딸랑거리는 등 온갖 소음을 내기도 했다. 어떤 악조건에도 집중력과 인내심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우즈의 세대와 아들 찰리의 세대는 물론 다르다. 차고에서 골프를 익힌 우즈는 학창 시절 인종차별을 겪으며 더욱 단단해졌다. 집 안에 미니 골프 코스를 갖춘 세계적인 스타 아빠를 둔 찰리는 어느새 유명인 대접까지 받고 있다. 환경은 달라도 성실과 근성, 창의성에 중점을 둔 우즈의 교육법은 아들에게도 잘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찰리의 캐디를 하거나 함께 플레이하면서 우즈가 아들에게 자주 강조하는 건 골프가 안 될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것이다. 우즈는 “골프 대회 참가는 플레이 도중 계획 없이 뭔가를 변경해야 하고 그 결정을 믿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위기관리와 멘털 컨트롤이 중요하다는 의미.
우즈는 일흔네 살에 숨진 아버지에 대한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아버지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훌륭한 롤 모델이었다. 당신은 훌륭한 아버지이자 코치였고, 멘토이자 친구였다. 당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이제 우즈는 자신의 아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려 한다.

아버지의 투혼은 이미 어린 아들에게 살아 있는 교육이 되기에 충분하다. 아들 찰리는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경기를 해보니 아버지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됐다. 난 사실 부상도 아니고 작은 통증이었다. 여러 차례 수술과 재활을 거치며 아버지가 보여준 그동안의 과정과 현 모습에 새로이 존경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찰리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인 2008년 US오픈에서 아버지가 부러진 다리를 끌고 연장전 끝에 우승한 사실을 전해 들어 잘 알고 있다. 2019년에는 수차례 수술 끝에 복귀한 아버지가 마스터스에서 메이저대회 15승째를 달성한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골프를 비롯한 스포츠 분야에서는 최고 스타였던 아버지를 능가하는 2세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1900년 이후 미국 PGA투어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우승한 부자 챔피언이 탄생한 것은 8건에 불과하다.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 게리 플레이어 등 필드 전설들의 아들이 골프선수로 나섰지만 골프 역사를 빛낸 부친의 위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에서 부자 챔피언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역사적으로 아버지 능가하는 2세 골퍼 드물어

올해 PNC 챔피언십 우승은 비제이 싱 부자에게 돌아갔다. [PGA투어 제공]

올해 PNC 챔피언십 우승은 비제이 싱 부자에게 돌아갔다. [PGA투어 제공]

스포츠 스타 2세로 아버지의 길을 따르는 경우 ‘누구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현미경 같은 주위 시선 속에서 비교되는 삶 자체가 큰 스트레스다.

코리안투어 역대 최다인 43승을 기록한 최상호는 두 아들을 오랫동안 골프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했다. 골프선수가 되겠다고 할까 봐 걱정해서다. 최상호는 “골프는 유전적 영향보다 오로지 노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자연과 싸우며 죽은 공을 살려야 하는 너무 힘든 직업이다. 내가 평범했다면 모를까 아이들에게 무거운 짐을 안기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다른 길을 걸은 최상호의 두 아들은 취미로 익힌 골프를 즐기고 있다. 최상호는 쉬는 날 두 아들과 나가는 라운드가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고 한다.

우즈도 찰리가 자신처럼 대성하기보다 골프를 매개로 부자의 정을 쌓으며 올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인지 모른다.

PNC 챔피언십 개최는 시즌 때면 집을 비우기 일쑤인 프로골프 선수들이 가족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도록 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서 통산 72승에 빛나는 안니카 소렌스탐(52)도 아들 맥기(11)와 함께 참가했다. 여자 골프 세계 랭킹 2위 넬리 코르다(24)는 테니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아버지 페트르(54)와 호흡을 맞췄다. 도박·음주·폭행 등 온갖 기행으로 ‘악동’ 타이틀까지 붙었던 존 댈리(56)는 닮은꼴 골프선수 아들 존 댈리 주니어(19)와 출전해 자상한 아버지의 면모를 보였다.

우승은 내년에 환갑이 되는 비제이 싱(피지) 부자에게 돌아갔다. 32세 아들 카스와 16번째로 출전한 싱은 이틀 연속 59타를 쳐 최종 합계 26언더파 118타를 기록했다. 메이저대회 3승을 포함해 PGA투어에서 통산 34승을 거둔 싱이지만 “아들과 함께 우승한 건 내 골프 인생의 정점”이라고 기뻐했다. 왼발이 아파 굽이 편한 트레킹화를 신었던 싱은 시상식 후 “앞으로 평생 절뚝거리면서 살아야 할지 모른다”면서도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던롭스포츠코리아(대표 홍순성)가 2016년부터 해마다 국내 유일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하는 골프대회인 ‘파더 & 선 팀 클래식’을 개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어느덧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말연시를 맞았다. 뭐라도 함께하며 즐거운 추억을 쌓길. 새해를 따뜻하게 출발하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종석 부장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동아일보 스포츠부장을 역임한 골프 전문기자다. 1998년부터 골프를 담당했고 농구, 야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주요 종목을 두루 취재했다.





주간동아 1370호 (p57~59)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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