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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업·지자체 합심해 지역 일자리 만들고 인재 육성하는 ‘부산형 지·산·학’

‘2022 지산학 엑스포’ 12월 12~14일 개최… 파워반도체 매개로 부산 경제 활로 모색

  • 부산=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대학·기업·지자체 합심해 지역 일자리 만들고 인재 육성하는 ‘부산형 지·산·학’

12월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2 지산학 엑스포 현장. [최진렬 기자]

12월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2 지산학 엑스포 현장. [최진렬 기자]

“부산시로부터 지역 기업들을 추천받아 투자를 검토하기 위해 지산학 엑스포를 방문했다. 스타트업은 실력 편차가 크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주관한 행사에서 수상하는 등 실적을 낸 기업에 좀 더 눈길이 가는 편이다. 엑스포를 방문한 김에 기존에 눈여겨보던 부산 소재 다른 기업들과도 미팅을 가질 계획이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케이그라운드파트너스의 이보근 대표이사가 12월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2 지산학(지자체·산업계·학계) 엑스포’ 현장을 둘러보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부산에서는 지자체와 기업, 지역 대학이 대거 참여한 만남의 장이 펼쳐졌다. 부산시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이날부터 사흘간 열린 지산학 엑스포에 한국수력원자력, 포스코 등 110개 업체가 참여한 것이다. ‘지·산·학 협력, 대한민국을 바꿀 게임체인저’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엑스포에는 이병진 부산시 행정부시장,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각계 주요 인사도 참석했다.

“지자체, 산학협력의 촉매제 되겠다”

12~14일 열린 이번 행사는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기업들은 개별 부스를 운영하며 밴처캐피털 및 타 기업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다. 행사장 2층에서는 지·산·학 각계 인사가 신산업에 대한 최신 동향을 전하는 ‘미래 먹거리 세션’이 열렸다. 대한변호사협회,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전문가들이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되는 관련 지식을 전하는 ‘특별 세션’ 역시 업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행사장에 마련된 부스와 파트너링존에서 각계 관계자들이 미래 먹거리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무료로 카페테리아를 운영하며 휴게공간을 마련한 부산여대 등 지역 대학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참여 기업들은 “엑스포를 통해 다양한 기업 관계자와 전문가를 만나니 힘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중단된 산업 엑스포가 간만에 열려 좋았다” “한국수력원자력,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과 미팅을 가질 수 있어 뜻깊었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티타늄 부품소재 제조업체 ㈜엠티아이지 부스를 운영한 윤영기 연구원은 12월 12일 “혼자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는 의미의 ‘독불장군’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지자체, 산업계, 학계가 서로 ‘으샤으샤’ 하며 함께 발전을 꾀하면 혼자일 때보다 힘이 나고, 더 큰 성과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산·학 협력’은 부산시 역점 사업이다. “지자체가 기업과 대학의 협업을 돕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시정 철학이 담긴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그는 2020년 12월 15일 “대학이 살아야 산업이 살고, 산업이 살아야 대학이 산다”며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자체와 기업, 대학이 협력할 때 지역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인재 양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여타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인구 유출 문제를 겪고 있다. 2015년 7대 특별·광역시 최초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지난해 12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면서 특별·광역시 중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올해 12월 기준 부산시 고령인구 비율은 21.3%까지 늘어나는 등 고령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부산시는 지·산·학 협력을 통해 부산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인구 유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부산시가 지난해 지역 전출자를 대상으로 전출 사유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5%가 ‘일자리’를 이유로 꼽았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2017년, 2019년 각각 장전단지와 장안단지에 파워반도체상용화센터를 구축하는 등 미래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파워반도체 전문기업 제엠제코㈜가 10월 본사와 연구소, 공장 등을 부산시로 이전한 배경에도 시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파워반도체 산업은 부산시가 미래 먹거리로 적극 육성하는 분야다.

박형준 부산시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등 주요 참석자들이 12월 11일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2022 지산학 엑스포 준비보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배수강 기자]

박형준 부산시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등 주요 참석자들이 12월 11일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2022 지산학 엑스포 준비보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배수강 기자]

박형준 시장의 1번 공약, 지·산·학

지산학 엑스포도 유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박 시장은 12월 11일 “지금처럼 대한민국이 ‘수도권 일국주의’로 나아간다면 여타 선진국 사이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정부와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시장이 된 후 느낀 서울과 지방의 가장 큰 차이는 혁신 역량인데, 인재들이 서울로 유출되면서 악순환이 심화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시장은 “혁신 파동을 일으키기 위해 지·산·학 협력을 ‘1번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지산학 엑스포 개최 배경을 밝혔다.

‘부산형 지·산·학 모델’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서던포스트가 부산시 의뢰로 6월 22일부터 8일간 부산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7.4%가 ‘부산형 산학협력이 지역 상생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시민들은 부산형 지·산·학 이 청년 일자리 창출(37.7%), 현장 중심 지역 인재 양성(24.3%), 지역 산업발전 및 체질 변화(22.3%)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역 산업계 역시 박 시장의 시정 철학에 적극 공감하는 분위기다. 기업과 학계가 ‘각자 잘하는 분야’가 따로 있는 만큼 지자체가 이들의 협업을 이끌어주길 바라는 기류가 엑스포 현장에서도 두드러졌다. 지산학 엑스포에 참여한 최현무 네메시스 부사장은 “기업체는 기술개발에 애로가 있고, 대학은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산학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만남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화가 가속화하는 시대인 만큼 지자체 역할이 좀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부사장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바이어와 교류가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한 만큼 지·산·학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부산 지역에는 규모는 작지만 알짜 기술을 갖춘 ‘강소 벤처기업’이 제법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96개 해외 업체 및 대학을 고객으로 둔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 넥스트론이 대표적이다.

한 시민이 2022 지산학 엑스포 행사장에 마련된 증강현실(AR) 부스에서 AR 체험을 하고 있다(왼쪽). 2022 지산학 엑스포 행사장에 마련된 부산여대 바리스타과 카페테리아 부스. [최진렬 기자]

한 시민이 2022 지산학 엑스포 행사장에 마련된 증강현실(AR) 부스에서 AR 체험을 하고 있다(왼쪽). 2022 지산학 엑스포 행사장에 마련된 부산여대 바리스타과 카페테리아 부스. [최진렬 기자]

“앞으로도 만남의 장 활성화되길”

‘수도권 기업 유치’ 못지않게 ‘지역 강소기업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기업들이 ‘스타트업 너머’를 추구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판을 깔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산학 엑스포에 참가한 윤영기 세이프몬 대표는 “서울·경기 지역은 기업들이 몰려 있어 미팅 등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부산시 역시 앞으로도 만남의 장을 활성화해 스타트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11월 21일 발표한 ‘2021년도 기준 벤처 1000억 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린 벤처기업은 739개였다. 이 중 부산시 소재 기업은 34개로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수도권에 매출 1000억 원 이상인 기업이 452개(61.2%)인 점을 고려할 때 지역 간 일자리 격차가 여전히 심각한 셈이다. 다만 1년 사이 매출액 1000억 원 이상을 달성한 벤처기업이 전국 평균 16.7% 증가한 반면, 부산에서는 54.5%(12개) 늘어 증가세가 가파르다.

엑스포 현장에서 만난 일부 기업 관계자는 “인재 유치에 어려움이 있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인력 수급을 시장에 맡기면 아무래도 수도권에서 인력을 다 빨아들이는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박사급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전했다. 부산시는 지역 기업의 이 같은 애로를 해소하고자 11월 15일 부산 지역 13개 대학과 ‘파워반도체 인재 양성 공유대학’ 업무협업을 맺는 등 지역 인재 양성을 적극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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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69호 (p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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