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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해서 더욱 매력적인 레드벨벳

[미묘의 케이팝 내비] 신곡 ‘Birthday’로 한국적 오컬트 시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그로테스크해서 더욱 매력적인 레드벨벳

클래식을 샘플링한 신곡을 내놓은 레드벨벳. [사진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클래식을 샘플링한 신곡을 내놓은 레드벨벳. [사진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3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한 ‘Feel My Rhythm’을 내놓은 지 약 8개월, 레드벨벳이 두 번째로 클래식과 조우했다. 신곡 ‘Birthday’는 조지 거슈윈의 ‘Rhapsody in Blue’를 선택했다. 거슈윈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잔뜩 감상하길 기대한다면, 곡은 조금 의외일 수 있다. 샘플이 선명하게 들리는 것은 버스(verse)뿐이다. 현대적 사운드로 구성된 후렴은 현악기로 뒤덮인 속에서 바흐와 까끌까끌하게 마찰을 일으키며 아찔함을 선사하던 전작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다만 후렴은 ‘Rhapsody in Blue’의 서늘한 상승감을 이루는 화성을 끌어오고, 이 진행은 곡 전체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주요 원동력으로 사용된다.

뮤직비디오는 진저브레드의 생일 파티와 이에 난입하는 레드벨벳을 그리고 있다. 동물 탈을 쓴 괴수들이 잔뜩 등장하는 가운데 설인 예티, 거대 고양이, 오망성 등 오컬트적 기호들이 추가된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존재는 아마 사자탈일 것이다. 기괴하면서도 정감 가는 이 털북숭이 전통 탈의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그는 이 스릴 넘치지만 즐거운 모험극에서 정벌의 대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존재로 그려진다. 심지어 타고 다닌다는 용도도 있다. 아마도 핼러윈 분장으로서 처녀 귀신 정도를 제외하면, 케이팝에서 흔치 않게 만나는 한국적 오컬트다. 2010년대 중반부터 영화 ‘장산범’이나 TV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등 한국적 공포 캐릭터를 발굴하는 시도가 왕왕 있었는데, 그 영향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미국 하이틴 콘텐츠를 정전으로 삼아 자라난 케이팝에서 특히 신선하게 느껴지는 시도다. 적어도 1990년대 영화광의 절대적 로망인 ‘가위손’보다는 말이다.

끔찍함과 귀여움의 절묘한 조합

레드벨벳은 데뷔 초반부터 집요하게 그로테스크했다.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피카부(Peek-A-Boo)’가 하이틴 호러물이던 것도 그렇지만, 초기작들은 더했다. ‘Ice Cream Cake’는 기묘한 동물들이 나타나는 황량한 공간을, ‘Dumb Dumb’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복제되는 레드벨벳을 그렸다. ‘Russian Roulette’에서 멤버들은 서로를 잔혹하게 살해하려 한다. 뮤직비디오 속 타자들도 공포스럽고, 종종 레드벨벳에 의해 퇴치된다. 다만 이들은 귀엽게도 묘사된다. 이번의 사자탈처럼. 예외가 있다면 2014년 데뷔곡 ‘행복(Happiness)’ 속 분홍색 곰돌이가 오직 귀여움만 제공한 것 정도일 듯하다. 끔찍함과 귀여움의 결합은 레드벨벳의 오랜 기법이다.

2010년대 중반 기묘는 걸그룹 문법의 하나이기도 했다. 그것은 순진하거나 섹시한 것, 그 이상의 가능성을 탐험하는 통로였다. 엉뚱·발랄하든, 사차원 소녀든, 호러든 그것은 최소한의 진보였다. 외모도, 청자와의 관계도 아닌, 성격과 사고방식이라는 차원을 추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속을 알 수 없는 여자’라는 타자화로 수렴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개중 좀 더 적극적으로 기괴하려 했던 레드벨벳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뿌리를 놓지 않은 것 같다. 이제 와서는 ‘Feel My Rhythm’이 그로테스크로의 복귀를 위한 걸음처럼 보이기도 한다.

‘Birthday’ 가사는 소원이 이뤄지는 생일 파티를 노래하지만 뮤직비디오 속 생일 주인공인 진저브레드는 피해자가 된다. 기묘한 세계를 낙천하는 거슈윈을 이 대목에서 인용하는 사람이라니 끔찍하다. 그러나 그것마저 아이러니로 즐기는 것이 ‘Birthday’라고 한다면 더없이 적절한 인용이겠다. 레드벨벳이 일으키고 전시할 수많은 층위의 모순과 기괴함을 기대하며, 마음의 안전벨트를 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간동아 1367호 (p64~64)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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