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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달구는 필드 여왕 경쟁

[김종석의 인사이드 그린] 2년 연속 시즌 6승 박민지, 통산 4승 급상승세 김수지

  •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KLPGA 달구는 필드 여왕 경쟁

박민지(왼쪽)와 김수지. [사진 제공 · 박태성 작가]

박민지(왼쪽)와 김수지. [사진 제공 · 박태성 작가]

“솔직히 100점 다 주고 싶긴 한데… 99점을 주고 싶어요.”(박민지)

“너무 만족스럽고 잘한 것 같아요. 95점 정도 아닐까.”(김수지)

박민지(24·NH투자증권)와 김수지(26·동부건설)는 올 한 해 자신의 성적을 매겨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두 선수는 11월 13일 끝난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으로 종료된 2022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를 화려하게 장식한 투톱이다.


박민지, 시즌 마지막 대회 우승으로 대미 장식

박민지가 올 시즌 마지막 대회인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LPGA]

박민지가 올 시즌 마지막 대회인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LPGA]

박민지는 시즌 마지막 대회 우승으로 대미까지 장식했다. 2년 연속 시즌 6승을 올린 그는 통산 16승을 차지해 장하나(30)를 따돌리고 현역 선수 최다승 랭킹 1위에 나섰다. 2년 연속 다승왕에 올랐는데, 연속 다승왕이 나온 건 2006~2008년 신지애(34) 이후 14년 만이다.

박민지는 시즌 상금 14억7792만으로 단일 시즌 최다 상금 1, 2위에 모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지난 시즌 그는 15억2137만 원을 벌어들여 박성현이 갖고 있던 단일 시즌 최고 상금 기록(약 13억3309만 원)을 넘어선 뒤 이번엔 2위 기록을 세웠다. 장하나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통산 상금 50억 원을 돌파(50억3846만 원)했다. 22개 대회에 출전해 6승을 거둬 우승 확률은 27.3%에 이른다. 톱10에 11차례 진입했고 20개 대회에서 상금을 수령했다. 박민지는 “전성기가 맞는 것 같다. 나도 왜 이렇게까지 우승을 많이 하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 숫자가 맞나 싶을 만큼 어안이 벙벙하다. 내가 봐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수지 역시 KLPGA 최강자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박민지를 제치고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대상을 수상하게 됐고, 평균 타수도 70.47타로 1위에 등극했다. 2차례 우승트로피를 든 김수지는 27개 대회에 출전해 17차례나 톱10에 들었다. 톱10 피니시율은 63%. 컷 탈락은 시즌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한 차례뿐이다. 상금 랭킹은 박민지에 이어 2위(10억8258만 원)였다.

스스로 100점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내렸을 만큼 박민지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전반기에만 6승을 거둔 뒤 후반기에는 무관에 머물렀다. 체력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올해는 달랐다. 전반기에 3승을 챙긴 뒤 후반기 메이저 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메이저 퀸’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시즌 막판 컨디션 난조를 극복하고 최종전 우승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박민지가 남긴 ‘1점’은 뭘까.

“예전에는 안 될 때 끝까지 물고 늘어져 중간까지는 유지했는데 올해는 좀 안 되면 의지가 사그라져 잘하다가도 놔버린 대회가 몇 개 있어요. 크게 선두를 달릴 때 마음이 느슨해지면 어이없는 보기도 나왔고요.”

방심을 경계한다는 의미. 새로운 시즌에 대비해 내년 초 미국에서 두 달간 동계훈련에 들어가는 박민지는 KLPGA투어에 전념하면서 해외 투어 경험도 충분히 쌓을 계획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와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 투어 주요 대회에도 도전하기로 했다.

내년 해외 진출 가능성 열어둔 박민지

박민지. [사진 제공 · KLPGA]

박민지. [사진 제공 · KLPGA]

국내에서만 뛰고도 박민지의 세계 랭킹은 11월 18일 현재 12위다. 이 정도 랭킹에 KLPGA투어 상금왕 자격이라면 LPGA투어 메이저 대회 출전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박민지는 시즌 종료 후 “내년에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 것 같다”며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꾸준히 성적을 내 상금 랭킹 40위에 들어도 ‘빅 리그’ 직행의 길은 열린다. 내년 말 LPGA투어 ‘수능’에 해당하는 Q시리즈에 응시할 수도 있다.

김수지는 박민지와 2017년 KLPGA투어에 함께 데뷔한 동기다. 아마추어 국가대표로 일찌감치 주목받은 뒤 KLPGA투어 신인 시절부터 6년 연속 우승 행진을 펼친 박민지와 달리 김수지는 대기만성 스타일. 학창 시절 손목 부상으로 이렇다 할 성적은 없었다. 프로 무대에서도 KLPGA투어 루키 때부터 5년 연속으로 상금 랭킹 20위 안에 들어본 적이 없다. 2020년에는 상금 4000만 원으로 이 부문 랭킹 84위까지 떨어져 시드전을 거쳐 다시 투어에 복귀하기도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수지는 지난해 9월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115번째 대회 만에 투어 첫 우승을 달성한 뒤 골프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며칠 뒤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시즌 2승을 올리며 2021시즌 기량발전상을 받은 뒤 올해는 기복 없는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려 KLPGA투어 간판선수로 떠올랐다.

통산 4승을 9월(2승)과 10월(2승)에 모두 올려 ‘가을 여왕’으로 불리는 김수지는 “가을에 좋은 성적이 나와 대상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상반기에도 좋았지만 하반기에 더 좋았다”고 말했다. 9월 25일 OK금융그룹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며 시즌 첫 승 갈증을 푼 데 이어 10월 2일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2주 연속 정상에 올라 상승세를 유지하기도 했다.

2년 사이 눈을 비비고 다시 볼 만큼 성장한 데 대해 김수지는 “(투어카드를 놓쳐) 시드전에 다녀오면서 동기 부여가 많이 됐다. 대회를 뛰는 것에 대한 감사함도 많이 느꼈다”고 설명했다. 절박함과 간절함을 통해 골프에 새롭게 눈을 떴다는 것이다.

김수지는 대반전의 원동력으로 늘어난 비거리를 꼽았다. 똑바로 쳐 안전하게 페어웨이를 지키는 ‘똑딱이 골프’에서 벗어나 드라이버를 멀리 보내는 데 집중했다. 2020년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26야드로 87위였던 김수지는 지난해 243야드(22위)를 찍은 뒤 이번 시즌에는 246야드(16위)까지 늘렸다. 드라이버를 20야드 가까이 더 보내면서 2클럽까지 짧게 잡고 다음 샷을 하게 돼 코스 공략이 한결 편해졌다.

“비거리가 늘어나니 골프가 좀 쉬워졌어요. 전에는 롱아이언이나 하이브리드를 잡던 홀에서 미들 아이언이나 웨지로 칠 수 있으니 버디 기회도 많아지고, 보기가 줄었어요. 파5 홀 투온 공략도 자주 하고요.”

가까운 거리에서 그린을 공략하다 보니 이번 시즌 그린 적중률은 77.3%로 올라 4위가 됐다. 박민지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39야드(44위)이며 그린 적중률은 76.4%(7위).

가을 여왕 김수지, 드라이버 비거리 향상 주효

김수지가 10월 2일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LPGA]

김수지가 10월 2일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LPGA]

김수지는 비거리를 늘리려고 겨울 훈련 기간 근력 강화에 매달렸다. 1월부터 4월까지 주 4~5일은 하루 2시간 넘게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했다. 단백질 위주 식단을 실천하며 하루에 고기 300g씩을 먹었다. 그 결과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가 5마일 가까이 증가했다.

캘러웨이 ‘에픽 스피드’ 드라이버를 쓰는 김수지의 평균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는 98마일에 이른다. KLPGA투어 선수들의 평균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는 90~93마일. 캘러웨이 담당 피터에 따르면 “김수지는 드라이버 스핀양이 적어 최적의 탄도로 캐리 거리를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다”며 “임팩트 때 공에 전달되는 에너지 효율(스매시 팩터)이 높아 헤드 스피드 100마일이 넘는 선수보다 비거리가 더 난다“고 분석했다.

김재열 SBS 골프해설위원은 “김수지는 첫 우승을 계기로 숨겨져 있던 능력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업그레이드됐다”며 “단단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완벽에 가까운 보디턴 스윙이 강점이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빠른 스윙을 지녔다”고 분석했다.



내년 1월 초 베트남으로 전지훈련을 갈 생각인 김수지.

김수지. [사진 제공 · KLPGA]

김수지. [사진 제공 · KLPGA]

“오랜만에 해외에서 훈련하는데 잔디에서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올 하반기 대회를 계속하면서 틀어졌던 부분도 바로 잡아야 하고요.”

김수지는 “내년에는 상반기에도 우승을 많이 해보고 싶다”며 봄의 여왕도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래야 박민지가 3년 연속 등극을 노리는 상금왕에도 오를 수 있다.

박민지 역시 해외 투어 진출에 앞서 내년에도 KLPGA투어를 지배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열심히 훈련해 좀 더 운동선수다운 몸을 만들고 싶다. 드라이버샷 비거리를 늘리고 쇼트게임 능력을 향상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골프 전문가들은 “박민지는 끝판왕이다. 선두로 나섰을 때 좀처럼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김수지가 박민지처럼 정교한 쇼트게임과 퍼트를 앞세워 승부처에서 끝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양강 구도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인들 평가대로 떠오른 태양 박민지와 뜨는 별 김수지는 현재 4점가량 간격이 있을지 모른다. 달아나려는 민지와 쫓으려는 수지의 경쟁이 내년에도 필드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김종석 부장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동아일보 스포츠부장을 역임한 골프 전문기자다. 1998년부터 골프를 담당했고 농구, 야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주요 종목을 두루 취재했다.





주간동아 1365호 (p54~56)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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