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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우승 제조기 베른하르트 랑거

[김종석의 인사이드 그린] PGA 챔피언스 투어 팀버테크 챔피언십에서 자신이 세운 최고령 우승 기록 경신

  •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65세 우승 제조기 베른하르트 랑거

베른하르트 랑거가 11월 7일 PGA 챔피언스 투어 팀버테크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 · PGA투어]

베른하르트 랑거가 11월 7일 PGA 챔피언스 투어 팀버테크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 · PGA투어]

마스터스 2회 우승(1985, 1993), 골프 세계 랭킹 최초 1위(1986), 유러피언 투어 통산 42회 우승….

1972년 프로에 뛰어든 뒤 반세기 동안 숱한 승리 역사를 써내려간 베른하르트 랑거(65·독일). 60대 중반 나이에도 그의 우승 행진은 멈출 줄 모른다. 랑거는 11월 7일 미국 플로리다주 보카러톤의 로열 팜 요트 앤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챔피언스 투어 팀버테크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몰아쳐 3라운드 합계 17언더파 199타로 공동 2위 폴 고이도스(58·미국)와 통차이 자이디(53·태국)를 6타 차로 따돌렸다.

이로써 랑거는 2월 50세 이상이 출전하는 챔피언스 투어 처브 클래식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두며 작성한 PGA 챔피언스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64세 5개월 23일)을 다시 깨뜨렸다. 8개월 16일을 단축한 새 기록은 65세 2개월 10일. 전날 2라운드에서는 9언더파 63타를 쳐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타수를 치는 에이지 슈터도 됐다. 랑거의 통산 7번째 에이지 슈터.

60대 중반 나이에도 우승 행진 계속

랑거는 챔피언스 투어 통산 44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아 헤일 어윈이 가진 최다승 기록에 단 1승 차이로 다가섰다. 어윈은 61세 때 45번째 우승을 한 뒤 더는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랑거는 60세 이후에도 11차례나 우승했다. 어윈의 기록을 의식하고 있다는 랑거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점점 늙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2~3년 안에 어윈 기록에 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50대 후배 선수들이 즐비한 챔피언스 투어에서 랑거의 우승은 경이롭다는 찬사까지 나온다. 이기광 국민대 체육대학 교수는 “50세 이상 성인은 해마다 1~2%씩 근육량이 감소해 80세에는 총 근육량의 40~60%를 잃는다”고 말했다. PGA투어나 DP월드(유리피언) 투어를 뛰다가 50세가 돼 챔피언스 투어로 넘어온 ‘젊은’ 선수들이 우승 후보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랑거는 2008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11차례나 챔피언스 투어 상금왕에 등극하며 올해의 선수상을 8차례 수상했다. 만 60세였던 2017년에는 7승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했다. 챔피언스 투어 통산 상금도 처음으로 3000만 달러(약 411억 원)를 돌파해 약 3326만 달러에 이른다.



랑거는 2007년 챔피언스 투어 데뷔 후 16년 동안 해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훈련과 경기 감각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계속 정상과 인연을 맺었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위업이다.

랑거는 19세 때 군 복무를 하다 척추 골절과 디스크 파열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 그 후 50년 넘는 골프 선수 경력 동안 근력과 유연성 강화를 위해 매일 피트니스 운동에 집중한 것으로 유명하다. 키 174㎝인 랑거의 체중은 반세기 넘도록 줄곧 72㎏을 유지하고 있다.

랑거는 플랭크(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전신을 지탱하는 운동) 신봉자로 알려졌다. 코어 근육 강화가 자신의 골프를 지탱하는 주춧돌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랑거는 “플랭크 자세에서 시작해 팔과 반대쪽 다리를 들어올려 30초 동안 유지한 뒤 다른 쪽도 똑같이 시행한다. 이런 동작을 하면 균형감이 향상되고 허리가 강화된다”고 말했다. 성봉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은 “랑거처럼 65세 나이에 정자세로 플랭크 운동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 능력이 더 필요한데 랑거는 균형 잡힌 근육을 가졌으며 코어 근육과 밸런스 능력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유연성 키워 몸통 스윙

최고령 우승 달성 기념으로 메르세데스 벤츠가 베른하르트 랑거에게 제공한 차량. [메르세데스 벤츠 홈페이지]

최고령 우승 달성 기념으로 메르세데스 벤츠가 베른하르트 랑거에게 제공한 차량. [메르세데스 벤츠 홈페이지]

그는 부상 전력 탓에 일찍부터 몸에 부담을 덜 주는 부드러운 스윙을 하고 있다. 허리, 어깨, 엉덩이 관절을 많이 쓰지 않고 몸통 전체를 간결하게 회전하는 방식이다.

고덕호 골프해설위원은 “올해 미국에 사는 지인이 랑거의 연습 장면을 지켜봤는데, 5번 아이언을 타깃도 없이 페어웨이를 향해 쳤고, 나중에 공을 줍는 걸 보니 반경 5m 이내에 수십 개 공이 떨어졌다고 하더라. 롱 아이언의 정확성이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은 또 “레슨할 때 팔로만 치지 말고 몸으로 치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랑거가 바로 몸통 스윙의 교과서 같다”고 덧붙였다. 이신 골프해설위원 역시 “랑거는 절제된 스윙이 인상적이다. 백스윙과 피니시 크기가 그리 크지 않다. 나이에 맞는 스윙 크기와 스피드를 일정하게 유지하면 유효 타율이 높아져 비거리 손실을 줄이고 정확도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챔피언스 투어에서 랑거는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72.4야드로 64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티샷 정확도에 해당하는 페어웨이 안착률(76.%·7위)과 아이언 샷의 그린 적중률(72.6%·11위)이 모두 70%를 넘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홀당 평균 퍼트 수는 4위(1.724개)일 만큼 자신의 장기인 퍼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랑거는 일반적인 퍼터보다 10인치(25.4㎝) 이상 긴 45인치(약 114.3㎝)에 이르는 롱 퍼터가 트레이드마크다. 현재는 캘러웨이골프 오디세이 ‘화이트 핫 투볼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한다. 김흥식 캘러웨이골프 전무는 “브룸스틱(긴 빗자루) 퍼터를 사용하면 퍼터 끝부분을 명치 앞쪽에 고정해 긴 길이를 이용한 진자운동으로 퍼트 스트로크를 하게 된다. 손목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어깨 움직임으로 스트로크를 하게 돼 방향성에 일관성이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고 말했다. 특히 쇼트 퍼트를 할 때 매우 안정적이라 흔히 퍼터 입스가 온 선수에게 유용하다. 단점은 많은 적응 훈련이 필요하며, 전체 중량이 무겁다 보니 스트로크 강도를 통한 거리감 맞추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스탠스 경사가 안 좋은 상황에서는 다루기 어렵다.

20년 가까이 ‘빗자루 퍼터’를 썼던 랑거는 2016년 퍼터 그립 끝을 몸에 대고 퍼트를 하는 ‘앵커링’ 금지 규정이 시행되면서 타격을 받는 듯했으나, 부단한 노력 끝에 퍼터와 몸을 접촉하지 않는 방식으로 퍼트 스트로크를 교체해 그린 강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평균 타수는 69.16타로 6위다.

랑거는 노년층 골퍼를 위해 꾸준한 몸 관리, 매일 스트레칭, 코어 강화, 몸통 스윙, 철저한 기본기 등 5가지 팁을 제시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 해마다 파워와 유연성이 1~2% 줄어든다. 일찍부터 식이요법과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이것이 최우선 과제다.” 그는 또 “매일 아침저녁 몇 분만 스트레칭을 해도 좋다. 집이든 사무실이든 상관없다. 오랫동안 골프를 잘하기 위해 심한 웨이트 트레이닝까지는 필요 없다. 코어 근육을 단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몸통 스윙으로 비거리와 방향성을 높이고 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팔로만 스윙해서는 안 된다는 게 랑거의 조언. 그립, 스탠스, 자세(posture) 등 골프의 기본을 수시로 점검할 것을 강조했다.

시니어 골퍼는 저강도 근력운동 필수

베른하르트 랑거가 코어 근육 강화를 위해 플랭크 운동을 하는 모습. [베른하르트 랑거 트위터]

베른하르트 랑거가 코어 근육 강화를 위해 플랭크 운동을 하는 모습. [베른하르트 랑거 트위터]

‘한국의 랑거’로 불리는 김종덕(61)은 11월 9일 끝난 제27회 한국시니어오픈에서 우승하며 2년 연속 KPGA 챔피언스투어 상금왕에 등극했다. 프로 통산 33승을 거둔 김종덕은 40년 넘게 매일 10㎏ 덤벨을 이용한 보디턴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양손으로 아령을 들고 스윙하듯이 좌향좌 우향우 동작을 반복하면 신체 밸런스가 잘 잡히고 전체적으로 근력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덤벨을 헬스클럽뿐 아니라 집에서 TV를 보면서, 골프 대회 기간에는 호텔 방에서도 든다. 한 번에 10∼12회 3세트 정도를 한다. 20대 초반에 무리한 운동으로 허리를 다쳤지만 오랜 세월 덤벨과 인연을 유지한 덕분에 부상이 없고 장타의 원동력도 되고 있다.

서경묵 서울부민병원 스포츠재활센터장은 “시니어 골퍼는 저강도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근육 자체가 저절로 빠지는 속도가 빨라진다”며 “자기 나이만큼 아침저녁으로 팔굽혀 펴기, 스쾃 천천히 하기, 플랭크 자세로 30초씩 버티기 등을 해야 한다”고 권했다.

랑거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내 우승이 50, 60대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아직 뛰어난 수준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 물론 체력이 중요하고 정신적으로도 강인해야 한다.”

뛰어난 와인에 비유되는 랑거. 세월이 흘러도 그 가치를 지키며 선한 영향력까지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김종석 부장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동아일보 스포츠부장을 역임한 골프 전문기자다. 1998년부터 골프를 담당했고 농구, 야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주요 종목을 두루 취재했다.





주간동아 1364호 (p59~61)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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