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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프로필 마음에 든다” 튀는 젊은 오너 정용진

영민하게 SNS 활용하는 용진이 형… SSG랜더스 우승으로 ‘신세계 유니버스’ 확장할 듯

  •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인플루언서 프로필 마음에 든다” 튀는 젊은 오너 정용진

11월 8일 인천 미추홀구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SG 랜더스가 키움 히어로즈를 꺾고 우승을 확정하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환호하고 있다. [뉴스1]

11월 8일 인천 미추홀구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SG 랜더스가 키움 히어로즈를 꺾고 우승을 확정하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환호하고 있다. [뉴스1]

‘대한민국의 기업인이자 인플루언서. 신세계그룹 부회장이자, KBO리그의 프로야구단 SSG 랜더스의 구단주’

최근 한 위키 사이트에 정리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프로필이다. 정 부회장은 10월 1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프로필을 캡처해 올린 뒤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에 한 누리꾼이 “인플루언서 부분이 마음에 드셨나봅니다”라고 글을 남기자 “맞아요”라고 답했다. 정 부회장은 77만7000명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가진 파워 인플루언서다. 인스타그램에서 유명인 인증 표식을 가리키는 파란 딱지가 계정 옆에 붙어 있기도 하다. MZ세대 사이에서는 ‘용진이 형’이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불린다.

77만여 팔로어 가진 파워 인플루언서

정 부회장은 SNS를 통해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이 연상되는 재계 최고경영자(CEO) 이미지를 친근하게 바꾼 대표 인물로 꼽힌다. 그의 SNS는 아이들이 준 편지나 가족 여행 모습, 반려견 근황 등 평소 접하기 힘든 ‘부회장님’의 소소한 일상이 공유돼 있다. 때론 이마트나 SSG닷컴의 신제품 정보, 브랜드 론칭 소식, 프로야구단 SSG 랜더스 활동상 등을 알리는 비즈니스 소통 창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누리꾼 질문에 친절하게 댓글을 다는 일도 다반사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을 두고 대중에 친밀하게 다가가는 영민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거수일투족에 대중의 시선이 쏠리면서 논란의 빌미가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일례로 올해 초 인스타그램에 ‘멸공’(滅共: 공산주의자를 멸하다) 관련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려 논란을 불러왔고, 당시 신세계 계열사 주가까지 출렁였다. 이에 정 부회장이 SNS를 통해 사과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정 부회장은 왜 ‘양날의 검’으로 불리는 SNS 활동에 열심일까. 재계에서는 신세계와 이마트가 젊고 트렌디한 유통 기업 이미지를 갖게 된 배경 중 하나로 그의 파급력 큰 SNS 행보를 꼽는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SNS는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필수 도구인데, 정 부회장 스스로 그 효과를 입증한 셈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디지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22년은 신세계그룹이 디지털로 피보팅하는 원년”이라며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하던 일들이 디지털로 전이되고 있는 만큼 이제 우리가 고객이 있는 디지털 시공간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77만 명 넘는 팔로어는 신세계그룹의 잠재적인 소비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소문난 미식가이자 평소 요리하는 모습을 SNS에 종종 올리는 정 부회장은 ‘피코크’ 칠리새우나 피자 품평기 등을 통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며 고객과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직접 고른 이마트 자체브랜드(PB) 상품 25종으로 구성된 ‘YJ 큐레이션 박스’(9만9000원)를 출시했다. 500개 한정으로 판매된 해당 제품은 한나절 만에 모두 품절됐다. 소통을 중시하는 정 부회장은 판매 전날 ‘YJ 큐레이션 박스’ 티저 영상을 SNS에 공유했고, 품절 후에는 ‘SOLD OUT(매진)’이라는 글귀가 담긴 일러스트도 게시했다. 일명 ‘정용진표’ 아이템은 눈에 띄게 매출이 오르면서 완판 행렬로 이어졌고, 유통업계에는 ‘정용진 효과’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완판남 부회장님, 부캐 ‘제이릴라’로 사업 다각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오른쪽)과 그를 닮은 부캐 ‘제이릴라’가 함께한 모습. [제이릴라 인스타그램]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오른쪽)과 그를 닮은 부캐 ‘제이릴라’가 함께한 모습. [제이릴라 인스타그램]

이에 정 부회장은 자신을 닮은 부캐 ‘제이릴라’를 육성하며 사업 영역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이릴라는 알파벳 ‘제이(J)’와 고릴라를 뜻하는 ‘릴라’의 합성어다. 화성에서 나고 자란 고릴라 제이릴라가 지구에 도착해 패션, 음악, 스포츠, 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지구인 친구들을 만나면서 활동한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지난해 4월 공식 인스타그램과 SSG 랜더스의 홈 개막전에 등장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정 부회장은 제이릴라와 관련해 “닮지 않았다” “짜증 난다”고 표현하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SNS에 꾸준히 노출했고, 대중은 오히려 이런 태도에 관심과 호감을 나타냈다.

인플루언서 프로필에 관해 언급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SNS. [인스타그램 캡처]

인플루언서 프로필에 관해 언급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SNS. [인스타그램 캡처]

제이릴라는 명품 브랜드 구찌, 패션 브랜드 코치로부터 운동화와 제휴 컬렉션 의상을 협찬받고 미국 전기자전거 브랜드 ‘슈퍼73’과 협업해 커스텀 바이크를 출시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캐릭터를 육성하는 신세계푸드는 빵을 좋아하는 제이릴라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프리미엄 베이커리 매장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를 운영 중이다. 제이릴라는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주요 경기나 골프장, 전시회, 팝업 스토어 등에 등장해 인지도를 쌓았고,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 4만9000명이 넘는 인플루언서로 성장했다. 신세계푸드는 10월 중순 코오롱F&C와 협업해 2030을 위한 골프웨어 ‘제이릴라×더카트골프’를 출시해 패션 시장에도 진출했다. 번개 패턴과 감각적인 컬러, 제이릴라 캐릭터가 디자인 요소로 활용된 패딩조끼, 맨투맨, 셔츠, 팬츠, 스커트, 모자 등 20여 종으로 구성됐다. 정 부회장은 직접 패딩조끼를 착용한 모습을 SNS에 올리며 제품 출시를 알리기도 했다.

SSG 랜더스 우승, 스포테인먼트 마케팅 성공적

신세계그룹 야구단 SSG랜더스의 인기 덕분에 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 SSG랜더스필드점이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사진 제공 · 신세계푸드]

신세계그룹 야구단 SSG랜더스의 인기 덕분에 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 SSG랜더스필드점이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사진 제공 · 신세계푸드]

소문난 ‘야구광’으로 알려진 정 부회장이 최근 가장 집중하는 건 야구 활용 마케팅이다. 지난해 SK 와이번즈를 인수해 SSG 랜더스를 창단하고 구단주 타이틀을 얻은 그는 스포츠와 유통을 잇는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 마케팅 강화에 나설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꾸준히 자신의 SNS에 SSG 랜더스 활동상을 소개해왔고, 그룹사와 협업으로 다양한 연계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인천 SSG랜더스필드는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 스타벅스, 이마트24, SSG 랜더스 굿즈숍 등 계열사들이 한데 모인 ‘신세계 유니버스’다. 특히 2022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 이후 노브랜드 버거 SSG랜더스필드점은 홈경기가 열리는 날(총 72일)마다 버거 1100여 개가 판매돼 누적 판매량 8만 개를 돌파했다. 또한 SSG닷컴은 4월 2~8일 야구단 창단 1주년을 기념해 각종 혜택과 야구의 재미 요소를 더한 ‘랜더스데이’ 온라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는데, 전주 대비 매출이 30% 올랐다. 재계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정 부회장은 10월 말 SSG랜더스의 KBO리그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시즌 개막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1위 기록) 우승을 기념하고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기원하고자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 ‘언더마이카’와 협업해 SSG 랜더스 재킷을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250벌 한정 수량으로 39만9000원에 판매된 이 제품은 모두 품절됐고, 현재 리셀가는 90만 원이 넘는다.

SSG 랜더스는 지난해 매출 529억 원을 기록하며 신세계가 인수한 지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1월 8일에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우승 당일 정 부회장은 SNS에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는 사진과 함께 ‘내년에도 이거 받고 싶음. 중독됐음’이라며 재치 있는 우승 소감을 밝혔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야구단의 선전으로 본업인 유통까지 부가가치 창출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야구단과 연계한 신세계그룹의 마케팅 전략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용진 부회장은 대중과 SNS 소통을 즐기는데, 이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모든 의견을 두루 듣겠다는 열린 마음가짐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SSG 랜더스 우승 후 팬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리는 소감을 보니 소비자를 우선시하는 유통업계 CEO의 본모습이 반영된 듯하다”고 덧붙였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주간동아 1364호 (p27~29)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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