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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바이오신약 첫 성공 한미약품

항암 분야 신약 롤론티스, 국내 최초 미국 FDA 시판허가 승인… 8조 원 시장 선점 효과

  •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글로벌 바이오신약 첫 성공 한미약품

한미약품은 한국 제약업계에서
연구개발(R&D) 선두주자로 꼽힌다. [사진 제공 · 한미약품]

한미약품은 한국 제약업계에서 연구개발(R&D) 선두주자로 꼽힌다. [사진 제공 · 한미약품]

항암 분야 신약 ‘롤론티스’. [사진 제공 · 한미약품]

항암 분야 신약 ‘롤론티스’. [사진 제공 · 한미약품]

항암치료는 암세포 파괴를 목적으로 하지만 호중구감소증이라는 부작용도 불러온다. 백혈구 내 존재하는 호중구는 우리 몸에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침범했을 경우 첫 번째 방어선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항암치료를 하다 보면 이 호중구 수치가 떨어지면서 감염에 취약해져 생명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약효 늘리는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

하지만 한미약품의 연구개발(R&D) 노력으로 앞으로는 항암치료에 수반되는 이런 난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 및 예방 바이오신약 ‘롤론티스’가 10월 1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허가 승인을 획득한 덕분이다. 10월 23일부터 미국 파트너사 스펙트럼을 통해 미국 전역에 출시된 롤론티스(미국 제품명 롤베돈)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 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가 적용돼 이 약이 타깃으로 하는 골수에 지속적으로 작용해 기존 제품 대비 우수한 조혈모세포 분화 및 증식 효능을 지닌다. 또한 항암제 투여 이후 24시간이 경과해야 투여할 수 있는 기존 제품들과 달리 항암제와 동시 투약이 가능한 장점이 확인됐으며, 추가 임상도 진행 중이다. 롤론티스의 FDA 시판허가는 한미약품이 개발한 바이오신약 중 첫 사례로, 항암 분야 신약으로도 국내 최초다. 특히 FDA 실사를 통과한 국내 공장(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해 FDA 허가를 받아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한국 최초 바이오신약이기도 하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글로벌 시장 규모는 8조 원에 이른다.

혁신신약을 연구하는 한미약품 연구소 내부. [사진 제공 · 한미약품]

혁신신약을 연구하는 한미약품 연구소 내부. [사진 제공 · 한미약품]

롤론티스 FDA 시판허가는 무엇보다 랩스커버리의 상용화 가능성이 입증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미약품이 처음 선보인 랩스커버리는 치료용 단백질에 랩스캐리어(LAPS Carrier)를 결합해 반감기가 짧은 단백질 의약품의 생체 내 지속성을 획기적으로 늘림으로써 투여 횟수를 줄이고 피하 투여를 용이하게 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부작용은 감소시키고 효능은 개선하는 혁신적 플랫폼 기술이다. 한미약품이 현재 개발 중인 30여 개 신약 중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바이오신약만 10여 개에 달한다. 특히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 기반 바이오신약의 적응증(어떠한 약제나 수술 따위에 의해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을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로 빠르게 확장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먼저 한미약품이 9월 3~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임상영양대사학회(ESPEN)에서 소개한 랩스GLP-2 아날로그(Analog·HM15912)도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된 단장증후군(소장이 짧아 영양소의 소화 흡수 기능이 저하됨으로써 발생하는 여러 대사 이상) 혁신신약으로, 개선된 체내 지속성과 우수한 융모세포 성장 촉진 효과를 토대로 세계 최초 월 1회 투여 제형으로 개발되고 있다. HM15912는 2019년 미국 FDA, 유럽 의약품청(EMA),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각각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으며 2020년에는 FDA가 소아희귀의약품으로, 2021년에는 FDA가 패스트트랙 개발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현재 글로벌 및 국내 단장증후군 환자 대상으로 HM15912 단독 투여 임상 2상을 시작했다. 또 랩스GLP-2 아날로그와 Exd4 아날로그(에페글레나타이드) 병용으로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도 확인됐다.

희귀의약품 지정 20건, 국내 최다 기록

한미약품이 9월 19~2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당뇨학회(EASD)에서 발표한 랩스트리플(LAPS Triple) 아고니스트(Agonist·HM15211)와 랩스글루카곤(LAPS Glucagon) 아날로그(HM15136)도 주목된다.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 신약으로 지방간과 간 염증, 간 섬유화 등 복합 증상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20년 미국 FDA 패스트트랙 개발 의약품으로 지정됐으며, 현재 생검(biopsy)으로 확인된 NASH 및 간 섬유화 환자를 대상으로 후기 임상 2상을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는 미국 FDA와 유럽 EMA로부터 △원발 담즙성 담관염 △원발 경화성 담관염 △특발성 폐 섬유증 등 적응증으로 총 6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아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 중 가장 많은 희귀의약품 지정 기록을 갖고 있다.



또 랩스글루카곤 아날로그는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인 주 1회 투여 제형의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 바이오신약으로, 비만 유도 모델에서 체중, 지방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모두 효과적으로 개선했으며, 만성신장질환 동물에서 요중 알부민 배설과 ACR(알부민 크레아티닌 비율)가 개선됐음이 확인됐다. 2018년 FDA와 EMA는 랩스글루카곤 아날로그를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2020년 EMA는 인슐린 자가면역증후군 희귀의약품으로, FDA는 소아희귀의약품으로 추가 지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은 6개 파이프라인에서 10가지 적응증으로 총 20건(미국 FDA 9건, EMA 8건, 한국 식약처 3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보유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최다 기록을 자체 경신했다(표 참조). FDA 및 EMA의 ‘희귀의약품 지정’은 희귀·난치성 질병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의 치료제 개발 및 허가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유럽의 경우 허가 신청비용 감면, 동일계열 제품 중 최초 시판허가 승인 시 10년간 독점권 등 혜택이 주어진다.

2021년 기준 매출액 1조2032억 원을 기록한 한미약품은 혁신신약 개발로 글로벌 R&D 선두주자로 우뚝 섰다. 1973년 창립해 제네릭(복제약) 생산·판매 단계에 머무르던 한국 제약산업의 발전 단계마다 선두에서 ‘한국 최초 개량신약’ ‘복합신약’ ‘혁신신약’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기술 개발을 주도해왔다.

한미약품의 제제 기술, 신약 기술 라이선스(수출) 계약 역사는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기업 로슈와 오랜 특허분쟁 끝에 자체 개발한 항생제 세프트리악손 제조 기술의 우수성과 신규성을 입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허분쟁마저 한미약품에 유리하게 전개되자 로슈가 기술 수출을 제안했다. 이를 한미약품이 수용하면서 1989년부터 6년간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한미약품의 제조 방법을 로슈가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조건의 계약이 국내 제약사상 최초로 600만 달러(약 85억4000만 원) 규모에 체결됐다. 이 기술 수출은 한미약품의 기술력 및 지명도를 국내외에 알리고, 제품이 아닌 무형의 기술이 수출됨으로써 제약산업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개량신약, 복합신약 명가

국내 복합신약 붐을 주도한 한미약품 로수젯, 아모잘탄엑스큐, 아모잘탄플러스, 아모잘탄(위부터). [사진 제공 · 한미약품]

국내 복합신약 붐을 주도한 한미약품 로수젯, 아모잘탄엑스큐, 아모잘탄플러스, 아모잘탄(위부터). [사진 제공 · 한미약품]

한미약품은 대다수 기업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1997년 외환위기 때 또다시 글로벌 제약기업 노바티스에 마이크로에멀전 제제 및 관련 특허 3종에 대한 글로벌 판권을 당시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에 기술 수출을 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마이크로에멀전 기술 수출은 한미약품의 혁신적 제제 기술과 효율적인 특허 전략이 주효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렇게 축적된 한미약품의 R&D 역량은 2015년 글로벌 제약기업과 다수의 신약 라이선스 계약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제약산업 발전의 새로운 기폭제가 됐다.

고혈압 치료 개량신약 ‘아모디핀’으로 국내 제약업계 개량신약 붐을 이끈 한미약품은 2009년 국내 제약회사 최초로 암로디핀과 로살탄을 복합한 ‘아모잘탄’을 출시하며 복합신약 분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아모잘탄, 아모잘탄플러스, 아모잘탄큐, 아모잘탄엑스큐 등 총 4종 18개 용량으로 구성된 ‘아모잘탄패밀리’는 2021년 12월 31일까지 누적 매출(유비스트 기준) 1조9억 원을 달성했다. 아모잘탄패밀리는 2018년 이후 연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으며, 2019년 이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전문의약품 상위 10개 제품에 한미약품 로수젯과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계시장에서도 아모잘탄패밀리의 경쟁력은 입증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 MSD는 아모잘탄을 ‘코지XQ’라는 브랜드로 세계 여러 나라에 판매 중인데, 이는 한국 제약회사가 개발한 완제의약품을 글로벌 제약기업이 수입해 각국에 수출하는 최초 사례다. 또 멕시코 중견제약사 살라네스는 아모잘탄플러스, 아모잘탄큐를 중남미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국가의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아모잘탄 시판허가를 받아 중국 공식 브랜드명을 ‘메이야핑’으로 결정하고 판매에 나섰다.

또한 이상지질혈증 대표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은 출시 5년 만인 2021년 1232억 원 매출을 달성하고, 이상지질혈증 복합제 시장 1위 및 원외처방의약품 중 2위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로수젯이 고용량 스타틴 단일제보다 환자 치료에 더욱 유용하다는 연구가 세계 최고 권위를 지닌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로써 로수젯이 고용량 스타틴 단일제 중심이던 이상지질혈증 치료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의약품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약품은 이 같은 다양한 성과를 토대로 지난해 연매출 100억 원 이상을 돌파한 의약품만 18개에 달하는 성과를 거뒀다(유비스트 기준). 18개 제품은 모두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순수 국산 의약품으로 로수젯(1232억 원), 아모잘탄(836억 원), 에소메졸(538억 원), 한미탐스(317억 원), 아모잘탄플러스(282억 원), 아모디핀(243억 원) 등이다.

당뇨와 비만, 항암, 면역질환에 주력

현재 한미약품은 업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를 이어가며 의학적 언멧니즈(Unmet Needs: 미충족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혁신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10여 년간 신약 개발 연구와 바이오, 합성신약 등 제품 상용화에 필수적인 생산시설에 투자한 금액만 2조7422억 원이다. 업계 최고 수준인 매출액 대비 15% 이상 비용을 투자하며 제약업계 R&D를 선도하고 있다. 또한 서울 송파구에 있는 서울 연구센터와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연구센터, 팔탄공단의 제제연구센터, 평택 바이오플랜트의 바이오공장 연구센터는 물론, 베이징한미약품과 한미정밀화학연구소 등에 총 550명의 제약 R&D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신약은 약효 지속 및 투약 용량 최소화 콘셉트의 바이오신약과 차세대 표적항암제 중심의 합성신약, 치료 효율을 극대화한 복합신약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당뇨와 비만, 항암,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면서 최근에는 희귀질환 치료제 영역으로 확대해가고 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지속 시간을 늘리는 ‘랩스커버리’ 기술을 비롯해 표적항암과 면역항암 기능을 동시에 갖는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 ‘펜탐바디(PENTAMBODY)’를 통한 항암신약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또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제약사 녹십자와 희귀질환 치료제를 위한 전 과정 사업협력에 나서고, 미국 바이오 기업 페인스와는 이중-다중항체 공동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AI(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 전문기업 스탠다임과도 업무협력을 체결하고 신약 개발 초기 연구 단계에서 AI를 활용해 항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등 다양한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상용화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한미약품의 행보는 지금까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온 개척자 길이었다. 우종수 한미약품 사장은 “제약강국을 향한 여정에서 늘 선두에 서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우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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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62호 (p26~29)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1366

제 1366호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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