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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저해한다며 규제 반발해온 카카오, 덩치 걸맞은 책임 이행하지 않았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 “국민 일상생활에 막대한 영향 플랫폼 기업,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책임 이행해야”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혁신 저해한다며 규제 반발해온 카카오, 덩치 걸맞은 책임 이행하지 않았다”

10월 17일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의 카카오톡 서비스가 마비됐다. [뉴스1]

10월 17일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의 카카오톡 서비스가 마비됐다. [뉴스1]

“통신망 등 주요 사회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문제에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이 같은 운영 문제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통신사업자의 의무로만 생각했다. ‘플랫폼 기업은 약자’라는 프레임 때문에 놓친 부분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10월 18일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이들의 사회적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카카오와 네이버를 빼놓고 경제·정치·사회 일반을 논할 수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규제 논의에 알레르기 반응”

플랫폼 기업이 속한 부가통신사업자와 통신사업자 간 ‘관계 역전 현상’은 전 세계적 추세다.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공룡 기업이 하나 둘 탄생하면서다. 한국 역시 네이버(시가총액 26조9861억 원), 카카오(21조2641억 원) 등 플랫폼 기업이 규모 면에서 SK텔레콤(19조8760억 원), KT(9조2042억 원) 등 주요 통신사업자를 앞질렀다.

10월 15일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했다. 4800만여 명이 이용하는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멈추면서 한국 사회가 일순간 마비된 것이다. 배터리실에서 발생한 화재가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카카오 역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화재 나흘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 교수는 더 나아가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을 늘리는 법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로 1991년 행정고시 합격 후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일했으며 2004년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방송·통신·인터넷·개인정보 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2017년부터는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 등을 맡아 학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교수는 “사고 당일 친구 10여 명과 모임이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아 텔레그램을 이용했다. 한두 시간 내 서비스가 재개되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오랜 시간 상황이 지속돼 당황스러웠다”며 입을 열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동아DB]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동아DB]

이번 사태를 어떤 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가.

“그간 카카오, 네이버 같은 플랫폼 기업과 관련해 골목상권 침해나 알고리즘 투명성 등 여러 논란이 있었다. 규제 논의가 시작되면 이들은 항상 알레르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면서 반대해왔다. 플랫폼 기업이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상 재난 관리 대책 이행 대상에서 빠진 배경이기도 하다. 기업 매출이나 시가총액에 걸맞은 최소한의 의무를 부담해야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다. 부가통신사업자도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의무를 지도록 한국 사회가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플랫폼 기업은 왜 특히 규제에 민감했나.

“카카오나 네이버는 항상 자신들은 약자고, 어떤 규제가 도입되면 혁신을 저해한다며 반발했다. 일견 타당한 주장이다. 두 곳 모두 과거 중화학공업처럼 정부 정책을 등에 업고 성장한 회사가 아니지 않나. 스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고 기술을 개발해가며 성장한 회사다 보니 앞선 반발도 이해할 만한 측면이 있다. 다만 국민에 끼치는 영향이나 기업의 큰 덩치에 걸맞은 최소한의 책임 또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서 문제다. 정부 역시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만큼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에서 카카오의 영향력은 해외 여타 플랫폼 기업보다 커 보이는데.

“이전에도 국회에서 인터넷 데이터센터(IDC)를 보호하는 대책 등을 수립하려 했다. 하지만 ‘영업 비밀이다’ ‘프라이버시 침해다’ ‘국가가 민간 IDC를 장악하려 한다’ 등 기업 측 반대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다. IDC 점검이 ‘데이터 접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데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 미국처럼 시장의 자정 작용을 통해 불법 행위를 한 사업자 등을 퇴출하는 과정을 거치면 좋겠지만 한국은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자가 적은 특수한 상황이다. 텔레그램이 카카오톡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활용되는 형국이다.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확대해 전 국민의 일상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인 만큼 일정 부분 규제를 수용해야 한다.”

“서버 이중화·백업 문제로 피해 키워”

10월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캠퍼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궁훈(왼쪽), 홍은택 당시 카카오 각자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동아DB]

10월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캠퍼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궁훈(왼쪽), 홍은택 당시 카카오 각자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동아DB]

카카오가 그간 서버 안정성 부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보호공시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는 정보보호 분야에 140억 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경쟁사 네이버 투자액(350억 원)의 40%에 불과한 수준이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매출 규모가 6조 원대로 비슷하다.

카카오가 유독 정보보호 분야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양사는 성장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카카오는 주로 외국인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성장했고, 내부 조직들을 분사해나가면서 몸집을 키웠다. 외국인 투자를 많이 받다 보니 단기간에 주주들에게 수익을 환원하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활용했다. 이외에도 카카오는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네이버는 전통 기업들과 유사하게 성장했다. 의사결정체계도 카카오에 비해 단일화돼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이번 사태를 두고 카카오와 네이버를 단순 비교하는 것에는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카오가 서버 이중화나 백업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면서도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가 있어 피해가 적었다는 식으로 단순화해 비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화재가 발생한 곳이 카카오의 메인 IDC가 위치한 곳이라서 카카오 피해가 더 컸다. 만일 네이버 메인 IDC가 위치한 강원 춘천센터에 불이 났다면 얘기가 달랐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기업들과 비교해도 이번 사태가 예외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해외에서도 태풍이나 화재로 IDC가 다운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오랫동안 서비스가 전체적으로 멈추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해외 사업자의 경우 이 같은 사태에 대비하고자 2중, 3중으로 백업 등을 해놓기 때문이다. 서비스의 신뢰성을 위해 최대한 투자하는 것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지 않겠나. 물론 이 같은 조치들은 추가 비용을 유발한다. (카카오는) 부가통신사업자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선에서 투자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의 안전성 확보에 관한 문제인데 너무 안일했다.”

“기존 통신사업자 법체계 개정해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가통신사업자의 사회적책임이 강화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17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고 더구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카카오를 두고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기간통신망과 다름없다”고 평가한 만큼 관련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에서도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수립과 시행 대상에 부가통신사업자 등을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과거 관련 규제가 좌초된 만큼 이번에는 뚝심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미래를 생각해 국회에서 필요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제 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로 나뉜 기존 법체계를 다시 한 번 고려해야 할 때가 됐다. 이전까지는 전자는 중요하고 후자는 덜 중요한 것으로 인식됐다. 이는 옛날에나 통용되는 얘기로,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플랫폼 기업에 대해서 EU처럼 별도의 법제를 통해 규제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기존의 법체계에 포함해서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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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61호 (p4~6)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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