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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자산시장,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김성일의 롤링머니] 손절 실천했어야 할 시점… 못 했다면 투자 철학 재점검해야

  • 김성일 프리즘투자자문 최고투자책임자(CIO)

추락하는 자산시장,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전 세계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GETTYIMAGES]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전 세계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GETTYIMAGES]

2022년 9월은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 역대급으로 기억될 한 달이 될 듯하다. 로런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자 하버드대 교수는 9월 29일(현지 시간) “지금은 매우 위험한 시기이며 2007년 8월처럼 불안하다”고 말했다. 2007년 8월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부동산과 주식 등 금융시장이 붕괴되기 시작한 때로, 이후 전 세계 주식시장이 무너졌다. 서머스는 영국 파운드화와 국채의 추락이 잠재적 붕괴 위험을 보여준다고 언급한다. 또한 막대한 레버리지, 경제정책 전망의 불확실성, 높은 잠재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과 대만의 긴장 상태, 급변하는 원자재 가격 등이 금융시장을 자극하는 변수라고 설명한다.

자산가격에 낀 거품이 빠지고 있다

서머스의 얘기가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투자자가 금융시장이 좋지 않음을 느끼고 있다. 코스피는 9월 30일 장중 2130선까지 하락하며 2150으로 마감했다. 조만간 2000선 이하는 물론, 1000포인트 중후반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가 급락의 최근 사례는 2020년 2월 코로나19 대유행 선언으로 촉발됐다. 당시 코스피는 한 달 만에 34.1% 하락해 2020년 3월 19일 저점인 1457을 기록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급락해 저점을 찍고 반등한 코스피는 기록적으로 상승해 이듬해 2월 저점 대비 120% 상승한 3200을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하락폭은 그때와 비슷한 34% 수준이지만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2021년 7월 6일 3305를 기록한 코스피는 이후 14개월 동안 하락해 고점 대비 34.9% 빠졌다. 코로나19 당시와 최근 진행되는 주가 하락은 하락폭은 비슷하지만 하락한 기간이 1개월과 14개월로 크게 차이 난다. 더 큰 차이는 하락 직전 모습이다. 2020년 2월 19일 기준 직전 1년간 코스피는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며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고점인 2021년 7월 6일 기준으로 직전 1년간 코스피는 51% 상승했다. 2020년 3월 이후 급등하는 시장을 보고 참가한 동학개미와 서학개미에게 이번 하락장은 너무도 혹독하다. 한국 시장만 빠지는 게 아니다. 미국 기술주 시장인 나스닥은 연초 이후 9월 말까지 34% 떨어졌고, 서학개미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나스닥 3배 ETF(TQQQ)는 2021년 11월 고점 대비 78% 하락했다.

문제는 주식시장만이 아니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국채 역시 2020년 8월 4일 이후 2년 넘게 하락하고 있다. 미국 중기 국채 ETF인 IEF는 9월 말까지 22% 떨어졌고, 장기 국채 ETF인 TLT는 하락폭이 40%를 넘었다. 한국 국채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고채 10년물의 가격 움직임을 추종하는 상품인 KOSEF 국고채 10년 ETF는 같은 기간 18% 하락했다. 국고채 10년물 일별 가격 움직임의 2배를 추종하는 KOSEF 국고채 10년 레버리지 ETF는 가격이 34%나 빠졌다. 주식과 국채의 동반 하락을 놓고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지만 무엇보다 자산가격에 거품이 너무 많이 꼈다는 것에 모두 동의하는 듯하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를 극복하려고 각국 정부가 시중에 풀어놓은 유동성이 실물 경제뿐 아니라 투자시장으로 급속히 유입되면서 자산가격에 심한 버블을 만든 것이다.

58개 신흥국 채무 불이행 가능성

또 다른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유로존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993년 유럽연합(EU) 출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9월 29일(현지 시간) 유로존의 9월 CPI가 지난해 동월 대비 1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7년 이래 최고치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상승률이 두 자릿수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유로존뿐 아니라 미국이나 한국 등 여러 나라도 역대급 인플레이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p로 시작됐다. 이후 0.5%p(빅 스텝), 0.75%p(자이언트 스텝)로 금리인상폭을 높였고, 9월 22일 FOMC 정례회의까지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00~3.25%다. 한국은행도 코로나19 때 0.50%로 낮췄던 기준금리를 2.50%까지 인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고통 없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것은 없다”고 발언해 경기침체도 불사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급격한 금리인상은 자산가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강달러 역시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ICE 달러지수’는 연초 이후 9월 말까지 16.7% 상승하며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지수가 지금보다 높았던 최근 기간은 2000년 8월부터 2002년 5월로 전 세계적으로 IT(정보기술) 버블이 붕괴되던 때였다. 한국 같은 신흥국들에 달러/원 환율 상승은 공포감을 더욱 심화한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로 뛴 경우가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은 이미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와 튀르키예의 통화가치는 올해 들어 39% 넘게 폭락했다.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했고, 세르비아도 IMF와 협의를 시작했다. 아프리카의 이집트와 가나, 동유럽의 체코와 헝가리 역시 어렵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IMF에 지원을 요청한 나라는 16개국이나 된다. 신흥국 가운데 58개국이 앞으로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도 나왔다.

통제 가능한 방법으로 포트폴리오 재정비

주가와 채권가격 하락, 높은 물가상승, 금리인상, 강달러 등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많은 투자자가 매크로 환경에 관심을 두고 있다. 네이버 트렌드에서 ‘연준, FED, 연방준비제도, FOMC’ 등 단어의 검색 빈도를 조사해보면 2020년 후반기부터 검색량이 급격히 늘었음을 알 수 있다(그래프 참조). 부동산 투자자들도 FOMC 미팅을 관심 있게 지켜본다고 한다. 미국의 금리 결정이 한국 아파트 가격에도 주요한 변수로 작용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투자자로서 혹은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주체로서 다양한 경제 환경에 관심을 두는 것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것은 투자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좋은 방법은 아니다.

투자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다. 시장의 움직임, 물가상승률 수준, 금리, 연준이나 정부의 정책, 기업이익 등은 통제할 수 없다. 이런 요소들은 누구도 통제가 불가능하다.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연준 의장조차 인플레이션 수준에 대한 예측이 틀렸다며 금리 정책의 한계를 인정했다. 하물며 개인투자자가 이런 요소들을 예측해 투자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반면 절약, 세금, 비용, 포트폴리오, 실천 등은 우리가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시기에 생활비를 절약해 투자금을 늘려가거나 투자 가능한 자금을 준비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효율적인 절세 상품 또는 저비용 투자 방법을 찾는 것도 좋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되돌아보기에도 좋은 시기다. 주식 위주로 짜였는지, 일부 종목에 과도하게 집중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포트폴리오 정비는 스스로 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가치투자자라면 저렴한 종목이 널려 있을 것이다. 자산배분 투자자라면 적절히 분산해뒀을 테니, 가격이 비싸진 달러 같은 자산을 일부 매도하고 비중이 낮아진 주식 등을 매수하면 된다. 손절 전략을 준비했다면 이미 실천했거나 손실을 확정해 매도해야 할 시점일 것이다. 만약 못 하고 있다면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전략을 세운 자신의 투자 철학도 다시금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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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60호 (p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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