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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시대, 전통 기업이 디지털 대전환(DX) 주도권 잡는다”

디지털 혁신 전문가 강정우 “인플레로 로봇자동화 빨라져… 국내 DX 선두는 KT”

  •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고금리 시대, 전통 기업이 디지털 대전환(DX) 주도권 잡는다”

강정우 HL홀딩스 상무. [지호영 기자]

강정우 HL홀딩스 상무. [지호영 기자]

세계 각 기업에서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이 일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가상현실,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혁신하고 있다. 기업은 DX로 비즈니스 모델을 효율적으로 구축해 경쟁력을 키우고, 위기에 처한 사업을 살리기도 한다. 이제 DX는 기업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됐다. 지금까지 DX 주도권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스타트업 등 혁신 기업이 쥐고 있었다. 전통 기업들은 혁신 기업을 쫓는 모양새였다.

로봇 시대 도래

그렇다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강타한 지금, DX 주도권은 어디로 향할까. 디지털 혁신 전문가이자 ‘DX 코드’ 저자인 강정우 HL홀딩스 상무는 “플랫폼이 범용화되고 있다”며 “유동성이 축소된 시장에서 DX 주도권은 전통 기업이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강 상무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와튼스쿨 MBA에서 재무를 전공했다. 한국 1호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코스닥 상장 기업이 된 솔트룩스의 CSO(최고전략책임자)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HL홀딩스에서 신사업 투자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DX가 기업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기업 생존에 필수가 된 DX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나.

“DX는 단순한 디지털화와는 다른 의미다. DX 개념은 늘 진화하는데, 현재는 데이터뿐 아니라 고도화된 분석 역량, 자동화 기술 등 세 가지 구성 요소를 사업 환경에 맞게 조합해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정의된다.”

DX는 언제 시작됐나.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 바둑기사의 바둑 대국을 기억하나. 이 대결로 딥러닝 기술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면서 기업 의사결정권자들 눈에 DX가 확 들어오기 시작했다. 현재 DX는 기업들의 최고 관심사가 됐고,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많이 파급돼 있다.”

DX를 진화하는 개념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진화하고 있나.

“예전에는 DX가 마케팅이나 세일즈, 위험관리 등 특정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기능이 융합됐고 산업 전 영역에 퍼져 있다.”



DX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나.

“최근 3년간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로봇시대 도래다. 두 번째는 플랫폼 창궐이다. 로봇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다. 기업에서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로보틱 처리 자동화)가 대중화하면서 일반 사원도 RPA로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제조, 물류, 서비스 분야에서도 로봇자동화가 눈에 많이 띈다. 생각보다 로봇시대가 빨리 다가오고 있는데, 인플레이션이 그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인건비가 비싸 어쩔 수 없이 로봇자동화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플랫폼 범람은 DX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5년 전만 해도 핫하던 플랫폼이라는 키워드가 지금은 식상한 단어가 돼버렸다. 플랫폼 만드는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예전에는 플랫폼 기술이 강력한 무기였지만 이젠 범용적인 도구가 됐다.”

그렇다면 ‘넥스트’ DX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제품, 콘텐츠 모두 차별화 요소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디지털 기술은 마케팅 경쟁으로 제 살 깎아먹기였다. 이제는 본업의 본질로 다시 돌아갈 때다. 디지털 전달체계가 범용화되면 결국 ‘얼마나 물건을 잘 만드느냐’로 소비자의 관심이 옮겨간다.”

디지털 기술 범용화

전통 기업에 기회가 온다는 말인데.

“맞다. 제품을 잘 만드는 전통 기업의 시대가 온다. 디지털 기술만 갖고 적자를 감내하던 혁신 기업은 이제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차별화도 문제지만 시중에 자금이 없다. 이런 기업의 적자를 떠받쳐줄 투자금이 절대적으로 말라가고 있다. 금리상승으로 앞으로 1~2년은 굉장히 어려운 시기가 온다. 실적이 없는 혁신 기업은 버티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반면 전통 기업은 여전히 본업에서 돈을 벌며 사업을 꾸려갈 것이다. 2~3년 전부터 혁신 기업과 전통 기업의 경쟁 구도가 생겼는데, 최근 시장 자금이 떨어지면서 전통 기업이 유리해졌다.”

유동성이 중요한 변수 중 하나라는 뜻인가.

“시장에 돈이 말랐다. 혁신 기업이 성장하려면 자금이 받쳐줘야 되는데 주식시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자본시장이 위축됐으니 제품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 결국 제품을 잘 만들어야 된다. 하지만 인지도가 높은 전통 기업들과 경쟁하기가 만만치 않다. 또한 혁신 기업은 스톡옵션 행사도 여의치 않아 인력 확보도 전통 기업이 더 쉬워질 것이다. 경제위기가 전통 기업에는 기회가 된다.”

혁신 기업이 생존하기 힘든 환경이 됐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

“이젠 진정한 보호무역 시대가 시작된다. 정부는 디지털 혁신이라는 이름하에 무리하게 정책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예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물건을 팔 곳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가 1등 제품으로 몰릴 확률이 높다. 지금 중요한 부분은 세계 1등 상품을 여러 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해야 한다.”

현재 DX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은?

“DX는 순위를 측정하긴 어렵다. 현대자동차가 자동차를 잘 만들고, 이마트가 물건을 잘 파는 것 모두 디지털 혁신의 성과다. 다만 디지털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 중에서는 미국 구글과 아마존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두 기업은 인프라 사업자뿐 아니라 플랫폼으로도 영향력이 강해져 반독과점 공세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주가 흐름이 좋지 않다.”

독보적인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테슬라. [사진 제공 · 테슬라]

독보적인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테슬라. [사진 제공 · 테슬라]

독보적으로 DX를 이룬 또 다른 기업이 있나.

“테슬라는 자율주행에서 독보적이다. 테슬라는 차를 팔 때 ‘카메라로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하는 데 동의한다’는 동의서를 받는다. 2000명 가까운 자율주행 관련 인력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자율주행을 고도화하고 있다. 기존 완성차 기업이 테슬라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 DX, 언어 장벽 높아

디즈니는 스트리밍 콘텐츠 시장에서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로 앞서가고 있다. [사진 제공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는 스트리밍 콘텐츠 시장에서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로 앞서가고 있다. [사진 제공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20년 출간한 저서 ‘DX 코드’를 통해 스트리밍 콘텐츠 시장의 양대 산맥인 넷플릭스와 디즈니를 분석했다. 최근 스트리밍 콘텐츠 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앞으로 이 분야를 선도할 기업이 궁금하다.

“지난 몇 년간 후끈 달아올랐던 플랫폼 디지털 전환이 한계에 한 번 도달했다. 플랫폼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많이 등장했다. 이제는 생존을 위한 합병 시기가 곧 올 것이다. 앞으로 넷플릭스는 점점 어려워지고 디즈니는 지속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스트리밍 시장에서 디즈니가 압도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DX 성과가 눈에 띄는 국내 기업이 있나.

“KT다. KT는 통신사업 정체성을 디지털 기업으로 바꾸고, DX를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면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AI나 로봇, 자동화 등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솔루션을 도전적으로 만들고 있다. 국내에 공급되는 서빙 로봇은 대부분 KT 제품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DX 수준도 궁금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당연히 DX 수준이 일류일 것이다. 6년 전쯤 GE는 ‘제조 부문의 아마존이 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GE는 클라우드 제조를 혁신하는 모든 소프트웨어, 데이터 분석, 로봇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처참히 실패했다. 지금처럼 AI 분석 기술이나 클라우드 사업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기업들은 DX를 절박하게 생각지 않았다. 한마디로 타이밍이 안 맞았다. 아마 지금까지 GE가 버텼다면 기회를 맞았을 것이다. DX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앞으로 그 타이밍을 잘 맞춰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중국의 DX는 어떤가.

“중국은 최근 4~5년간 인터넷 사업이 굉장히 활성화됐다. 그러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제조업에서 일을 안 해 생산직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고, 임금도 많이 올랐다. 중국은 지금 사활을 걸고 제조 부문을 로봇자동화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원가 경쟁력이 최고인 중국이 절박하게 로봇자동화로 원가 혁신을 하고 있는 것이다.”

DX의 핵심은 데이터인데, 한국은 그 부분에서 미국이나 중국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언어 베이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장을 선도하려면 사람들의 대화와 지식으로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거나, 자산이 풍부해 데이터를 갖고 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둘 다 어렵다. 미국과 중국 빅테크가 가진 DX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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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60호 (p29~31)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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