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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하는 ‘청렴도시’ 부산 구현

공직사회 청렴이 모든 일의 첫걸음… 관련 조직·인력·예산 지원

  • 박형준 부산시장

시민과 함께하는 ‘청렴도시’ 부산 구현

박형준 부산시장. [사진 제공 · 부산시]

박형준 부산시장. [사진 제공 · 부산시]

고대 바빌로니아 함무라비 법전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어떤 자가 뇌물로 곡물 또는 금전을 받았다는 증거가 있으면 처벌한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3700여 년 전 제정된 인류 최초 성문법에 이미 뇌물 처벌법이 등장한 것이다.

‘논어’ 안연(顏淵) 편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자공이 스승인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답했다. “정치란 먹을 것을 충분케 하고, 군대를 충분히 유지하며, 백성들이 군주를 믿게 하는 것이다.” 이에 자공이 그 셋 중 부득이 버려야 한다면 무엇부터 포기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군대와 먹을 것을 차례로 꼽으면서 마지막까지 버려선 안 되는 것이 백성의 신임이라고 했다.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 시스템의 존립 근거는 위정자 혹은 공직자의 청렴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있다는 얘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경우를 봐도 그렇다. 코로나19 사태 초반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당시 국민은 마스크 5부제의 불편함보다 분배 시스템의 공정성에 더 주목했다.

큰 변화 맞는 부산에 요구되는 ‘적극 행정’

그런데 시대가 흐르면서 청렴 개념도 조금씩 변하고 있고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부패하지 않은 것을 청렴이라고 했지만, 오늘날에는 공직자가 국민의 이익에 보탬이 되도록 창의적·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적극 행정’이라고 칭하며 청렴 범위에 넣고 있다. 공직자가 법을 잘 지키고 뇌물을 받지 않는다 해도 국민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무위(無爲) 부패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 같은 변화의 시기일수록 공직자는 청렴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후위기, 눈부신 기술 발전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국민의 삶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다.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이런 시기에 공직자들이 매사 명확한 기준을 갖고 행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나라 전체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경제도 새롭게 성장해갈 수 있다. 청렴은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로도 꼽힌다. 물적자본과 인적자본의 축적 수준만으로 한 국가를 평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그 국가의 청렴도와 국민의 윤리의식 정도가 나라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실제로 경제성장과도 직결된다.



부산 이야기를 좀 하자면 지금 부산은 큰 변화 시기를 맞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겪어온 오랜 경기 침체를 벗어던지고 환골탈태 중이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북항 재개발, 낙동강변 에코델타시티 조성 등 부산의 명운을 좌우할 대규모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프라뿐 아니라 도시를 움직이는 시스템에도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대학과 지역 기업들을 주축으로 지·산·학 협력체계를 만들어 경제 체질을 바꾸고 혁신의 파동을 부산 전역으로 확산해가는 중이다. 어느 때보다 부산시 공무원들에게 적극적인 청렴이 요구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4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제1차 부산시 청렴사회 민관협의회’ 청렴서약식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가운데)과 위원들이 서약서 낭독에 맞춰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국민권익위원회]

4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제1차 부산시 청렴사회 민관협의회’ 청렴서약식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가운데)과 위원들이 서약서 낭독에 맞춰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국민권익위원회]

신뢰받는 부산 만드는 청렴 정책

그래서 필자는 지난해 4월 부산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공직사회 청렴이 모든 일의 첫걸음이라는 생각으로 청렴한 부산을 만드는 데 많은 정성을 쏟아왔다. 신뢰받는 부산 시정을 만들기 위한 청렴 정책 방향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시민과 함께하는 청렴 문화 조성이다. 스스로 청렴해지면 제일 좋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시민사회의 견제와 감시를 제도화해 공직사회와 연결하는 것이다. 우선 4월 부산 지역 내 20개 공공기관과 14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부산시 청렴사회 민관협의회’를 열고 이해충돌 방지 실천 청렴서약을 했다. 33개 민관 공동 추진 청렴 실천 과제도 수립해 현재 시행 중이다. 시민들이 청렴 관련 제보를 신속하고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청렴소리함에 대한 접근성도 대폭 향상시켰다.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공무원, 공공기관의 시간 외 수당 부정 수령에 대해서는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집중 감찰을 시행할 계획이다.

둘째, 시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적극 행정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적극 행정은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5월부터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소극 행정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또한 공무원들이 불명확한 법령 때문에 혹시 법에 저촉될까 겁이 나서 적극 행정을 망설이는 일이 없도록 애매한 부분들을 컨설팅해주는 사전컨설팅팀도 신설했다.

셋째, 청렴과 관련된 조직, 인력, 예산을 지원하고 비리가 발생한 경우 엄정하게 처리하는 등 내부 통제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조직 내 청렴 문화 확산과 시정 신뢰도 제고를 위해 감사위원회 산하 조사담당관을 청렴담당관으로 개편하고, 구·군, 공사·공단 등 산하 기관의 감사 역량 강화를 위해 시 감사위원회와 구·군이 함께하는 대행·위탁감사를 활성화하고 있다. 감사 결과 부정·부패 행위가 발견된 경우 엄중한 처벌로 공직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울 예정이다.

청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대원칙이다. 공직사회가 청렴해야 시민이 신뢰를 보내고, 바로 그 신뢰가 도시를 발전시키는 강력한 행정력, 추진력이 된다. 그간의 노력 덕분에 지난해 부산시 청렴도는 전년 대비 1단계 오른 3등급이 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청렴 1등 도시가 곧 경제 1등 도시라는 믿음으로 ‘청렴 도시, 부산’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자 한다.





주간동아 1360호 (p52~53)

박형준 부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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