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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최대 적(敵)은 ‘유리 멘털’

[김종석의 인사이드 그린] 로리 매킬로이, 1라운드 첫 홀 트리플 보기 하고도 페덱스컵 타이틀 거머쥐어

  •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골프 최대 적(敵)은 ‘유리 멘털’

로리 매킬로이가 8월 2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이스트 레이크 골프클럽에서 열린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 3차 대회 투어 챔피언십 정상에 올라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로리 매킬로이가 8월 2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이스트 레이크 골프클럽에서 열린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 3차 대회 투어 챔피언십 정상에 올라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시즌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최후 승자는 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였다. 골프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갖은 시련에도 포기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한국 샛별 김주형(20)도 정상을 향한 매킬로이의 발걸음에 영감을 줬다.

매킬로이는 8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애틀랜타 이스트 레이크 골프클럽(파70)에서 끝난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 3차 대회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페덱스컵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21언더파 263타로 공동 2위 임성재(24)와 스코티 셰플러(26·미국)를 1타 차로 제쳤다. 이로써 우승 보너스만 1800만 달러(약 241억 원)를 챙겼다. 지난주까지 한 시즌 대회 출전으로 모은 상금 865만 달러(약 115억8000만 원)의 2배도 넘는 금액이다. 매킬로이는 2016, 2019년에 이어 세 번째 페덱스컵을 품에 안으면서 두 번 우승한 타이거 우즈를 밀어내고 역대 최다 우승 기록도 세웠다.

매킬로이, 한때 ‘새가슴’ 별명

1라운드 첫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고도 강한 정신력으로 우승한 로리 매킬로이의 경기 모습. [뉴시스]

1라운드 첫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고도 강한 정신력으로 우승한 로리 매킬로이의 경기 모습. [뉴시스]

우즈는 트위터를 통해 “트리플 보기로 한 주를 시작하고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우승했다”는 찬사를 보냈다. 우즈의 칭찬대로 매킬로이는 이번 대회 1라운드 1번 홀(파4)에서 트리플 보기를 했다. 드라이버 티샷이 왼쪽으로 심하게 말려 프로비저널 볼까지 쳤지만 이마저도 벙커에 빠졌다. 5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으나 2.1m 더블 보기 퍼팅까지 실패해 3타를 잃었다. 2번 홀(파3)에서도 보기를 해 초반 2홀에서 4타를 까먹었다.

가뜩이나 매킬로이는 페덱스컵 랭킹 보너스 타수에 따라 선두와 6타 차로 시작하는 불리한 상황이었다. 페덱스컵 1위 셰플러가 10언더파로 출발한 반면, 매킬로이는 4언더파로 스타트를 끊었는데 대회 시작 두 홀 만에 10타 차로 벌어진 것이다. ‘출근길 교통사고’에 비유할 만한 최악의 분위기였지만 매킬로이는 “윈덤 챔피언십에서 톰 킴(김주형)은 1라운드 1번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고도 우승했다. 골프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도 톰 킴처럼 해보겠다”고 오히려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매킬로이는 3라운드까지도 선두 셰플러에 6타 뒤진 공동 2위였지만 투어 챔피언십 사상 최다 타수 역전 우승이라는 기록까지 세우며 화려한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스윙 기술만큼 중요한 강한 정신력

지난달 PGA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PGA투어 사상 두 번째 최연소 우승 기록을 쓴 김주형이 샷을 하는 모습. 1라운드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4오버파)로 출발한 그는 최다 타수 역전 우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뉴시스]

지난달 PGA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PGA투어 사상 두 번째 최연소 우승 기록을 쓴 김주형이 샷을 하는 모습. 1라운드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4오버파)로 출발한 그는 최다 타수 역전 우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뉴시스]

매킬로이가 언급한 대로 김주형은 앞서 8월 7일 막을 내린 윈덤 챔피언십 1라운드 1번 홀(파4)에서 쿼드러플 보기(4오버파)를 하고도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PGA투어에 따르면 홀별 데이터를 추적한 1983년 이래 대회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 이상 스코어를 내고도 우승한 선수는 김주형이 처음이다. 당시 김주형은 “쿼드러플 보기를 했지만 예선은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최선만 다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나 김주형이 대회 첫날 첫 홀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스코어에 낙담하며 무너졌다면 영광의 순간은 결코 맞지 못했으리라. 골프에서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은 골프를 직업으로 삼은 프로뿐 아니라 주말 골퍼에게도 스윙 기술만큼이나 필요한 덕목이다.

매킬로이도 한때 새가슴으로 불린 적이 있다. 2011년 마스터스는 매킬로이 골프 인생의 대표적인 흑역사로 남았다. 사흘 내내 선두를 지키며 4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선 그는 우즈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21세 11개월)에 ‘그린재킷’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후반 들어 ‘폭망’ 하면서 메이저 대회 잔혹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1타 차 단독 선두였던 10번 홀(파4)에서 드라이버 티샷이 심한 훅을 내는 등 연이은 실수로 트리플 보기를 한 매킬로이는 11번 홀 보기에 이어 12번 홀에서 4퍼트로 더블보기, 13번 홀에서 티샷을 개울에 빠뜨리며 우승 꿈을 아예 접어야 했다. 3라운드까지 3퍼트가 한 번도 없었던 그는 4라운드 출전 선수 중 가장 많은 35개 퍼트를 기록했다. 속절없이 무너진 4라운드 성적은 8오버파 80타. 매킬로이는 4대 메이저 타이틀을 모두 품에 안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는 데 마스터스 우승만 부족한 상태다.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만하다.

큰 상처를 입은 매킬로이는 멘털 강화에 집중했다. 레인지(연습장)보다 마음을 단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정도. 높은 기대에 대한 압박감이 경기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PGA투어에서 통산 8회 우승한 브래드 팩슨으로부터 정신적 측면에 대한 코칭을 받은 그는 경기 시작 전 20분 동안 명상과 시각화 연습을 반복하는 루틴을 실천하고 있다. 인내심을 강조한 그는 “완벽하게 골프를 치려고 얽매이지 않게 됐다”며 “메이저 대회라고 특별히 의식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키우는 대신, 모든 토너먼트를 동일하게 다루려 노력한다. 대회를 내 기술을 향상시키고 배우는 여정으로 여기려 한다”고 말했다.

PGA투어에 ‘바운스 백’이라는 기록 항목이 있다. 보기 이하의 저조한 성적을 낸 직후 곧바로 버디 이상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매킬로이는 28.47%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투어 평균은 20.46%.

‘뚜껑’ 열렸을 때 평정심 빨리 되찾는 게 관건

주말 골퍼 사이에서는 “버디 다음 홀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버디를 낚은 흥분에 다음 홀에 대형 참사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PGA투어에서는 ‘리버스 바운스 백’도 집계한다. 버디 이상의 좋은 성적을 내고 다음 홀에서 보기 또는 그 이상을 치는 빈도를 측정하는데 낮을수록 좋다. 이 부문에서 임성재는 9.04%로 1위에 올랐다. 임성재는 343개 홀에서 언더파를 기록했는데, 그다음 홀에서 오버파를 기록한 경우가 31차례에 불과했다. 투어 평균은 15.77%. 김주형이 “임성재의 꾸준한 경기력을 배우고 싶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골프 라운드를 하다 보면 언제든 실수가 나올 수 있다. ‘뚜껑’이 열렸을 때 평정심을 되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칭심리 전문가인 정그린 그린코칭솔루션 대표는 “골프 플레이를 할 때 무너진 기억은 빨리 잊는 게 좋다. 물론 무너진 플레이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지만 대부분 이성적으로 분석하기보다 감정적 대처가 많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골프를 멘털 롤러코스터라고도 한다. 마음가짐에 따라 그래프가 왔다 갔다 하듯, 자유자재로 치고 올라갈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어서다. 이런 속성을 잘 받아들이면서 플레이한다면 무너지는 홀이 나오더라도 다시 좋은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는 게 골프심리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 대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다음 홀이나 다음 샷에 대한 생각을 멈춰야 한다. 과거 성공이나 실패보다 현재가 중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눈앞에 있는 샷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에 집중하려면 잠시 생각을 비우는 행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심호흡을 하거나 빈 스윙 또는 어드레스 때 몸의 느낌과 감각을 천천히 스캔해보는 방법도 권장한다. 골프에서 갑작스러운 난조를 초크(choke·질식) 현상이라고 한다. 압박이 심해져 목이 졸리는 듯한 부담이 느껴진다면 골프 스윙의 가장 중요한 두 요소인 리듬과 템포에 집중해 일관성을 되찾아야 한다. 한연희 전 골프대표팀 감독은 “플레이 도중 압박감이 심해지면 스윙이 빨라져 리듬이 깨지고 헤드업이 빨리 된다. 최대한 스윙을 천천히, 충분히 가져간다 생각하고 공을 끝까지 봐야 한다”며 “백스윙 톱에서 한 박자 쉬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수분 섭취는 긴장 해소에 도움이 된다. 대회 때 티샷을 하기 전이나 중요한 퍼팅을 앞두고 물을 마시는 선수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골프의 전설 보비 존스는 “경쟁적인 골프는 주로 두 귀 사이에 있는 5.5인치 공간에서 이뤄진다”는 명언을 남겼다. 무엇보다 멘털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굿 샷도 나온다.

김종석 부장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동아일보 스포츠부장을 역임한 골프 전문기자다. 1998년부터 골프를 담당했고 농구, 야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주요 종목을 두루 취재했다.





주간동아 1355호 (p68~70)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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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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