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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야권 차기 대권 겨루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자력 당선’ 발판 삼아 이재명과 ‘관계 재설정’ 나설 듯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이재명과 야권 차기 대권 겨루는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6월 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6월 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12개를 석권하는 일방적인 분위기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혈전 끝에 어렵게 생존했다. 김 당선인은 49.06% 득표율로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48.91%)를 8900여 표(0.15%p) 차로 따돌리고 당선했다. 당초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 김은혜 후보에게 0.6%p 차로 뒤질 것이라는 전망을 개표 막판에 뒤집은 것이다. 같은 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했으나 지방선거 참패로 거센 ‘책임론’에 직면하면서 김 당선인은 야권의 새로운 대선 주자로 몸집을 키우게 됐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경제 전문가로서 중도 성향의 합리적 이미지가 강점으로 평가된다.

“尹이 민 ‘김은혜 바람’ 막은 뚝심”

김 당선인은 판자촌 출신의 이른바 ‘흙수저’로, 고시 양과에 합격해 정통 관료 길을 걸었다. 1957년 충북 음성군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초반에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 청계천 인근 무허가 판잣집, 경기 광주대단지(현 성남시 단대동 일대) 천막집 등을 전전하며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 덕수상고 재학 시절 한국신탁은행에 입사해 주경야독 끝에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 양과에 합격했다. 이듬해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사무관으로 본격적인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2차관,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당초 경기도지사 선거전은 ‘윤심(尹心)과 명심(明心)의 대결’ 구도였다. 김은혜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선거캠프 공보단장과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을 지냈다. 정치인 윤석열의 입으로 불린 김 후보를 위해 윤 대통령도 경기 지역 주요 현안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을 직접 챙기는 등 지원 사격에 나섰다.

김 당선인은 정치 입문 후 이재명 당선인과 호흡을 맞춰 ‘명심’으로 불렸다. 김 당선인은 지난해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같은 해 12월 “기득권 양당 정치의 진흙탕을 새 물결로 쓸어버려야 한다”면서 ‘새로운물결’을 창당해 민주당, 국민의힘을 견제하는 제3지대 주자를 자처했다. 그러나 대선을 일주일 앞둔 3월 2일 이재명 당시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단일화를 택했다. 이후 이재명 당선인과 공동 정치 행보에 나선 그는 당내 경선에서 5선인 안민석, 조정식 의원과 염태영 전 수원시장을 제치고 경기도지사 후보가 됐다. 이 과정에 이재명 당선인의 당내 지지 기반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에서 김동연 캠프에 과거 이재명 당선인을 보좌했던 측근 다수가 포진한 것도 ‘명심’의 지원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과거 인연이 어찌됐건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김 당선인과 이 당선인은 이전과는 다른 관계가 설정될 가능성이 적잖다. 이 당선인은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55.24% 득표율을 기록해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44.75%)를 10.49%p 차로 이겼다. 승리하긴 했으나 사실상 신승(辛勝)이었다. 이런 가운데 김 당선인은 야당 출마자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참패 분위기에서 자력으로 생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기도 선거 조직 측면에서 민주당 사정이 국민의힘보다 나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이재명 파워’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던 듯하다”며 “김 당선인이 유력 정치인으로서 첫발을 디디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에 직면하게 된 이 당선인과 달리 김 당선인은 민주당 패배 속에서 사실상 자력으로 기사회생했다”고 덧붙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김은혜 후보를 밀었음에도 김 당선인이 그 바람을 막아낸 뚝심을 보였다”면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비롯해 경기도 여론이 민주당에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는 점에서 김 당선인이 자력으로 당선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 처지에선 ‘경기도지사 김동연’이라는 차기 대권 잠룡의 출현이 그나마 거둔 성과라는 분석도 있다. 신 교수는 김 당선인에 대해 “정통 관료 출신으로 요직을 두루 거쳤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석박사 학위(공공정책학)를 받는 등 국제 감각을 지녔다는 점에서 현재 민주당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라며 “향후 민주당이 중도층을 흡수하는 데 유리한 주자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국민의힘에는차기 대선 주자급 인물이 여럿 있는 반면, 민주당에는 이재명 당선인 말고는 이렇다 할 대안이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면서 “김동연이라는 대안이 새로이 등장한 것이 대선 후보군의 폭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민주당에는 긍정적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당선 후 일성 “민주당 개혁·변화 필요”

이 당선인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은 김 당선인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김 당선인은 경기도지사 후보 시절인 5월 1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 당선인의 아내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분명히 문제가 명확하게 있다”고 말했다. 해당 토론회 자리에서 그는 “(경기 성남시) 백현동이나 성남FC 문제에 대해서도 의혹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며 “대장동(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검찰이든, 경찰이든 수사해 밝혀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6월 2일 오전 당선이 확실시되자 김 당선인은 “도민과 국민 여러분이 민주당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갖고 이런 영광을 준 것 같다”며 “민주당의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는 당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평론가는 “김 당선인으로선 경력, 능력 면에서 이 당선인에게 밀리지 않으니 ‘이재명 밑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느낄 공산이 크다”며 “다만 김 당선인이 이 당선인과 거리두기에 나서면 이번 선거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이재명 팬덤’이 당 안팎에서 공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내 기반이 없는 김 당선인에겐 불리한 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간동아 1342호 (p46~47)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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