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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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심 vs 명심 격돌하는 ‘대선 연장전’ 지방선거

[이종훈의 政說] 경기도지사 선거 패배 시 尹 국정동력 상실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2-05-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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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5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서울 마포구 한 스튜디오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2월 25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서울 마포구 한 스튜디오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6·1 전국동시지방선거(지선)는 지방정부와 의회 일꾼을 뽑는 선거이긴 하나, 정치적으로는 사실상 ‘대선 연장전’ 성격이 짙다. 대선 직후 치르기도 하지만 당내 조직 기반을 다져야 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확대를 위해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모두 정당 활동 경력이 일천하다. 윤 당선인은 집권 후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민의힘의 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청 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면 사면초가, 고립무원에 빠질지 모른다. 차기 대선 출마가 확실한 이 상임고문도 이번 지선과 2024년 총선에서 조직 기반을 다져야 한다. 그래야 차기 대선 전 치르는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지선 출마자 입장에서도 두 사람을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출마자일수록 누군가의 권위에 기대려는 경향성을 보이기 마련이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높으면 여당 출마자는 자신이 대통령과 가깝다는 점을 홍보 포인트로 삼는다. 이른바 ‘대통령 마케팅’이다. 마찬가지로 야당에서 유력 대선 후보가 부상하면 야당 출마자 역시 “아무개와 함께 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홍보가 유권자와 당원에 미치는 영향력은 의외로 크다.

    국민, ‘윤석열계’ 형성 바라지 않아

    이번 지선은 경선 과정에서부터 이른바 ‘윤심’과 ‘명심’ 논란이 거세다. 국민의힘 출마자는 대부분 “내가 윤심을 대변한다”고 주장하고, 민주당 출마자 대다수도 “명심이 나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윤 당선인과 이 상임고문의 측근들이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적잖다. 무엇보다 국민이 바라는 방향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촛불집회 이후 국민은 적폐청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것도, 윤 당선인에게 대선 승리를 안겨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이 문재인 정부에 기대한 것은 보수 적폐청산이고 상당 부분 달성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진보 적폐 역시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그 청산 책무를 윤 당선인에게 맡긴 상태다. 국민 입장에서 기존 보수 적폐와 연관된 세력에게 이를 맡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인연이 없던 윤 당선인이 부상한 까닭이다.

    국민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또 다른 보수 적폐 세력 육성이 아니다. 국민의힘 내 ‘윤석열계’가 만들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히려 잔존 보수 적폐 세력마저 혁파하기를 바랄 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탄생시킨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대표가 보수 적폐 세력을 정리하고 새로운 정치세대를 육성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의 반영이었다. 이 대표는 이번 지선에서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실험을 시도했다. 이것이 세대교체에 부분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실험이 완결적이지 못해서 지방의회 출마자와 기초자치단체장 출마자 정도에만 적용되는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광역자치단체장 출마자의 경우 중앙정치의 승패 논리에 따라 윤심과 명심이 적잖게 작동하는 모양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그 영향력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경선에서 윤심을 업은 황상무 전 KBS 앵커는 옛 친박근혜계인 김진태 전 의원에게 패했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에서는 누구보다 크게 “명심을 업었다”고 주장하는 안민석 의원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게 패배했다.

    윤심을 업은 광역단체장 출마자 중 경선을 통과한 인물은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 김태흠 충남도지사 후보, 김영환 충북도지사 후보, 주기환 광주시장 후보에 불과하다. 민주당 역시 경선에서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명심 바람이 생각보다 거세게 불지 않고 있다. 윤 당선인이나 이 상임고문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인 계파정치 청산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한국 정치 고질 ‘계파정치’ 지속 여부 주목

    두 사람 모두 확고하게 자기 사람을 심지 못했지만 ‘대선 연장전’이라는 이번 지선 성격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야 불문하고 거의 모든 후보가 윤심과 명심을 자처하는 현상은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중앙 정치를 지방 정치로 끌어들이려는 경향성은 그만큼 지방 정치가 중앙 정치에 예속됐다는 방증이다. 변해야 할 고질적 병폐다. 물론 이런 구조를 만든 것은 중앙 정치를 장악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다. 그들이 지방 정치와 지역 정치인을 수족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대선 연장전으로 치르게 될 이번 지선에서 윤심과 명심을 업은 후보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이 당선될까. 이것이 여야의 전반적인 승패보다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윤심을 업은 김은혜 후보가 이길지, 서울시장 선거에서 명심을 업은 송영길 후보가 이길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김은혜 후보가 승리한다면 국민의힘 내에서 윤 당선인의 영향력은 커질 테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총선 공천에서도 ‘친윤석열계’ 세력 확장이 가능해질 것이다. 송영길 후보가 승리한다면 마찬가지로 이 상임고문이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대표 당선 가능성도 커지고 당내 ‘친이재명계’ 세력 확대도 용이해질 것이다.

    반면 두 후보 모두 낙선한다면 반대 현상이 유발되면서 희비가 갈릴 것으로 봐야 한다. 윤 당선인과 이 상임고문 모두 타격을 입겠지만, 상처를 더 많이 입는 쪽은 당연히 윤 당선인이다. 국정수행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 입장에서는 계파정치 부활이 저지될 것이라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한 번 기득권 탑을 쌓으려는 정치권에 국민이 다시 철퇴를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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