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2

2022.03.25

대선 후 봄바람? 한국 증시 방향성은 기업 이익이 결정한다

주식 양도세 폐지 부분 수정 시 평가절하됐던 증시 가치 재평가

  •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

    입력2022-03-3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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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뉴시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운동 기간 유력 대선 후보들이 자본시장 발전, 부동산시장 안정, 신(新)산업 지원 등을 경제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신정부 정책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다. 더욱이 2020년 ‘동학개미운동’으로 대표되는 개인투자자가 급증하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개인투자자 보호, 물적분할 제한, 양도소득세(양도세) 폐지 등 주식시장과 관련된 공약이 과거에 비해 늘어났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한국갤럽 리서치에 의하면 지난해 1월 기준 국내 주식투자 인구 비율은 29%로 2000년 10%대, 2014년 15%대에 비해 크게 늘었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통화긴축정책 불확실성,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인플레이션 급등 불안 등 온갖 악재에 시달렸다. 좀처럼 호재라고 부를 만한 재료가 등장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대응을 힘들게 만들었으나, 대선 이후 신정부 정책 기대감이라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선 직후인

    3월 11일 신정부 수혜 업종으로 불리는 원전, 건설, 내수 관련 주식이 단기 급등세를 기록한 점도 이러한 기대감에 기인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단기가 아닌, 중기적 관점에서 “정권교체 후 새로운 국내 정책 모멘텀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주식시장의 추세 상승을 이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우선순위에 올려둘 필요가 있다.

    국내 정책적 요인보다 대외 변수에 좌우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 증시는 수출주도형 경제국가 모델을 채택한 만큼 구조적 특성상 국내 정책적 요인보다 대외 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국내 대형주가 대부분 수출기업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선진국 수요 변화, 달러화 가치 변화 등 거시경제 환경에 따른 수출 실적이 기업들의 이익 변동을 좌우한다. 그리고 기업 이익은 한국 증시 방향성을 결정한다.

    일례로 1998년 15대 정부 출범 후 각 대통령의 집권 기간별 코스피 수익률을 계산해보면 김대중(+19.3%), 노무현(+184.8%), 이명박(+18.1%), 박근혜(+4.4%), 문재인(+16.8%) 등 정권마다 수익률 차이가 극명히 엇갈렸다(그래프 참조). 대선 후 허니문 기간으로 언급되는 1개월간 수익률도 김대중(+33.2%), 노무현(-10.6%), 이명박(-8.7%), 박근혜(-0.6%), 문재인(+3.9%) 등으로 플러스를 기록한 해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도 있다. 대선 6개월 후 수익률도 유사한 결과를 나타냈다. 이는 대선 이후 허니문 기대감에 따른 증시 랠리는 기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국내 증시의 전반적인 방향성은 자국 정책 모멘텀보다 당시 글로벌, 특히 선진국 경제를 포함한 매크로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물론 지난 2년간 국내 개인투자자가 급증해 이들의 표심을 자극할 만한 정책들이 지속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은 개인이 아닌 외국인이 수급 키를 쥐고 있는 상황이며(연초 이후 외국인의 순매수 방향에 따라 증시 방향성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 외국인 수급은 매크로 환경 및 국내 주요 상장사 이익과 직결된 수출 실적이 좌우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거 데이터에 비춰보면 대선이 증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이번에도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주식 양도세 폐지, 기업들의 물적분할 제한, 공매도 제도 개선 등 자본시장 발전 공약에 상당 부분 주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증시를 리레이팅(rerating: 똑같은 이익을 내더라도 주가가 더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는 일)할 수 있는 요인들은 존재한다. 자본시장 활성화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에서 주목할 부분은 주식 양도세 폐지다. 코스피 기준으로 현재 주식 양도세 요건은 보유시가총액 10억 원 이상 혹은 지분율 1% 이상인 대주주에 한해 20~30% 양도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신설함과 동시에 대주주 요건 성립 유무에 관계없이 연간 5000만 원 이상 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사실상 모든 투자자에게 과세하는 만큼, 실제 도입되는 내년 이후에는 국내 증시의 전반적인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만약 양도세가 전면 폐지된다면 연말마다 대주주 요건 회피를 목적으로 한 개인투자자의 일시적 매도 물량 압박도 받지 않을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양도세 폐지 공약 주목

    이론상으로 양도세 폐지는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를 개선하거나, 양도세에 대한 보상으로 주식 매수자가 낮은 가격을 요구하는 현상도 줄어들게 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양도세는 정권 성향에 관계없이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재정 원칙의 기조이며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일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한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선진국 혹은 메이저 주식시장에서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표 참조). 향후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반대 의견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양도세 전면 폐지보다는 부분 수정(양도차익 과세 금액 기준 상향, 특정 소득 분위 한정 등)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전면 폐지가 아닌 부분 수정 자체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을 배려한 시장 친화적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정책의 신뢰성과 연속성이 확보됐다는 전제하에 물적분할 개선, 투명성 개선까지 현실화된다면 그동안 선진국 및 경쟁 신흥국 증시에 비해 장기간 평가절하됐던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가치)을 중장기적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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