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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식 필요한 ‘걸 크러시’ 통념

[미묘의 케이팝 내비] 수많은 걸그룹 지향점이지만 식상함 벗어나야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재인식 필요한 ‘걸 크러시’ 통념

[GettyImages]

[GettyImages]

‘걸 크러시(Girl Crush)’라는 망령이 케이팝을 떠돌고 있다. 오래된 소식이다. 마마무가 대표주자로 호명되고 심지어 ‘Girl Crush’라는 노래까지 발표한 것도 이미 2015년이다. 한동안 청순 계통이 지배하던 걸그룹 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망령도 이런저런 생태적 변화를 거쳤다. 이제는 강한 비트에 어둡고 무거운 무드로, 밝게 웃기보다 매섭게 노려보는 표정이 더 많은 콘셉트를 두루 칭하는 표현이 됐다. 이 단어를 둘러싼 화두도 조금은 달라졌다.

‘여성이 반하는 대상’으로 직역되는 걸 크러시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대적으로 회자됨과 동시에 우려를 낳았다. 여성이 여성을 사랑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를 오직 도전적이고 강렬한 여성이라는 대상의 특질로 제한해버리기 때문이다. 걸 크러시인 인물이 아니라면 여성이 그를 지적이라거나 교양이 넓다는 등의 이유로 사랑할 수 없다. 또한 걸 크러시인 특별한 인물이 아니고서는 여성이 여성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고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말끔히 잊은 것이다.

이후 걸 크러시 의미는 빠르게 변했다. 원래 ‘여심을 사로잡는다’라는 뜻인 이 표현이 ‘남심 사로잡는 걸 크러시’라는 형용모순에 동원돼 많은 이의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다. 2016년 블랙핑크가 데뷔와 동시에 파란을 일으키고 빠르게 세계인의 관심사에 오르면서 걸 크러시는 많은 걸그룹의 지향점이 됐다.

이제는 걸 크러시 표방을 고민해야

지금까지도 꾸준히, 그리고 체감적으로는 점점 더 많은 걸그룹이 걸 크러시를 표방한다. 왜일까. 많은 이가 지적하는 것처럼 해외 취향의 영향이다. 해외 팬들은 강렬한 비트와 어두운 테마의 자극적인 곡들에 더 반응하는 것으로 흔히 알려졌다. 국내에 비해 팬 연령층이 다소 낮아서라는 분석도 있고, 국내식의 ‘청순’이나 ‘애교’가 문화적으로 맞지 않아서라고도 한다. 또한 해외에서 케이팝은 소수가 즐기는 하위문화로 그만큼 자극적인 방향의 콘텐츠가 소구되기 쉬운 탓도 있어 보인다. 이는 보이그룹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BTS(방탄소년단) 역시 이러한 해외 취향의 곡들을 ‘국내 취향’ 타이틀곡들과 병행하며 성장했다.

보이그룹의 다양한 콘셉트가 결국 하나의 인물로 통합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무드’라고 한다면, 걸그룹의 그것은 훨씬 큰 낙차를 그린다. ‘청순 소녀’와 ‘걸 크러시’는 다분히 다른 인간형이다. 같은 아티스트가 두 가지 콘셉트를 모두 보여준다면 기획이 표류하고 있거나 ‘변신’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가까스로 정당화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행이라고 해서 손쉽게 걸 크러시를 선택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 또한 그럼에도 방향을 선회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그만큼 무리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겠다.



그런데 걸 크러시의 또 한 가지 동인으로 제시되는 것은 ‘여성 팬 확보’다. 충성도 높은 여성 팬이 필요해서 여성이 좋아할 콘셉트를 취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질문은 “왜 걸 크러시인가”보다 이것이다. 여성 팬이 사랑할 수 있는 여성은 과연 걸 크러시에 국한되는가. 2015년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최근 인터넷에 떠도는 음반 구매자 성비표에 따르면 걸 크러시에 충실한 그룹도 많게는 70% 이상이 남성인 경우가 흔하다. 여성 팬이 75%에 달하는 경우는 낙천적 이미지를 참신하게 담아내는 그룹이라고 한다. 변화가 빠른 케이팝 시장이라지만 통념은 언제나 현실보다 한참 느린 듯하다.





주간동아 1331호 (p53~53)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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