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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구역 확충해야 비흡연자와 갈등 줄어”

尹 “비흡연자·흡연자 공간 분리” 공약, 흡연정책 대선 이슈 재부상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흡연 구역 확충해야 비흡연자와 갈등 줄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월 17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왼쪽). 한 흡연자가 담배를 들고 있다. [뉴스1, 동아DB]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월 17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왼쪽). 한 흡연자가 담배를 들고 있다. [뉴스1, 동아DB]

“다행히 직장에는 흡연 구역이 있는데 일터를 조금만 벗어나면 흡연 부스를 찾기 어려워요. 식사 약속이라도 있는 날에는 주변 눈치에 담배를 못 피우는 경우도 많죠. 담배 가격은 오르는데 정작 흡연자를 위한 정책은 부족해 보입니다.”

尹, 담뱃세 재원으로 흡연 부스 확충 공약

직장인 이모 씨가 털어놓은 고충이다. 이는 이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 5명 중 1명은 흡연자다. 국민 상당수가 흡연자임에도 관련 정책은 ‘금연’에 편중됐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대선을 앞두고 ‘흡연권’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정책 개선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흡연 구역 확충은 비흡연자와 흡연자 모두에게 이롭다”는 주장과 “흡연자의 건강만 해칠 뿐이다”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1월 28일 “비흡연자와 흡연자의 근본적 공간 분리를 통해 담배연기로 인한 사회갈등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담뱃세 일부를 재원으로 활용해 흡연 부스, 재떨이 등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흡연 부스 환기시설 등 흡연 구역 기준도 정립할 계획이다. 흡연 구역을 보충해 흡연자의 편의성을 증진하는 한편, 간접흡연으로 인한 비흡연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내 금연 구역은 28만 2600여 곳(2019년 1월 기준)인 반면, 흡연 구역은 6200여 곳(2018년 12월 기준)에 불과하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는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흡연 구역에 대한 상세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흡연 구역 설치 및 관리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고 말했다. 입법조사처는 2019년 ‘금연 구역 지정 현황 및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흡연 구역 설치 및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흡연자뿐 아니라 비흡연자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015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흡연자의 80.6%가 흡연 구역 조성에 찬성했다. 이는 흡연자 찬성률(77.0%)보다 높은 수치다.

이웃 나라 일본의 ‘분연(分煙) 정책’이 모범 사례로 언급된다. 분연 정책이란 흡연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 간접흡연율 감소를 추구하는 정책이다. 일본 보건당국은 2022년까지 성인 흡연율을 12%로 낮추는 목표를 수립했다. 주목할 점은 간접흡연율 목표치다. 올해까지 직장과 행정기관에서 간접흡연율 0% 달성을 계획한 것이다. 2004년부터 분연 정책이 지속돼 간접흡연율이 감소세를 보이는 만큼, 일본 정부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길거리 등에서 담배꽁초나 침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하철역 등 주요 건축물 등에 폐쇄형 흡연 공간이 마련된 덕분이다. ‘잇푸쿠’라는 이름의 유료 흡연 시설 역시 간접흡연 문제 개선에 일조했다. 잇푸쿠는 ‘담배 한 모금’이라는 의미로, 1회 이용료 약 50엔(약 500원)이 청구된다. 일본은 흡연자들을 위한 공간을 충분히 마련한 후 ‘길빵’으로 불리는 길거리 흡연자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분연 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흡연자 단체는 이 같은 분연 정책 추진 움직임을 즉각 환영했다. 한국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의 이연익 대표운영자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갈등을 해소하는 데 가장 시급한 문제가 흡연 구역 확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의 4%가량이 금연사업에 할당돼 있을 뿐, 정작 흡연 구역 확충과 관련된 예산 편성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자료 | 기획재정부

자료 | 기획재정부

“흡연자가 낸 세금, 흡연자 위해 사용하라”

구체적 재원 확보 문제가 넘어야 할 산으로 여겨진다. 흡연자 단체들은 담뱃세 중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몫을 활용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국민건강증진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담배에 부과·징수하는 부담금이다. 궐련 20개비당 841원이 부과된다. 연평균 3조 원 안팎이 징수(표 참조)되나 정작 흡연자 관련 예산으로 배정되는 액수가 적다는 지적이 있다. 흡연자인권연대는 2월 9일 “흡연자들로부터 걷은 세금 일부라도 흡연자를 위해 사용해달라”고 성명을 냈다.

정부 당국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제기됐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1년 부담금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사용 용도에는 부과 대상자와의 관련성이 약한 사업까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비의 절반 이상이 건강보험에 사용되고 있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배치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과도한 담뱃세 부과 부담을 줄이는 한편, 흡연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에 재원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흡연 구역 확충이 ‘흡연자의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대한금연학회는 윤 후보의 공약 발표 이후 “흡연자의 표를 얻기 위한 실외 흡연 부스 설치 및 흡연 구역 확충 공약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백유진 대한금연학회 회장(한림의대 가정의학과 교수)은 “기계로 환기해도 내부가 100% 정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흡연 부스를 통해 담배 연기의 독성으로부터 흡연자들을 보호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주간동아 1327호 (p46~47)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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