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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주도권을 방역수칙이 쥐고 있는 기분이에요 [SynchroniCITY]

코로나 시국에 먹는 것만 즐거워요!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삶의 주도권을 방역수칙이 쥐고 있는 기분이에요 [SynchroniCITY]



2주마다 업데이트되는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삶의 계획도 바뀌고 있다. [GettyImages]

2주마다 업데이트되는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삶의 계획도 바뀌고 있다. [GettyImages]

영대 설에 어디 안 가셨어요?

현모 가긴 어딜 가요.

영대 저희도 간소하게 모여서 차례만 지냈어요.

현모 6명 이내로 모이셨죠? ㅎㅎ



영대 그럼요. ㅋㅋㅋ

현모 저희 집은 그 숫자를 너무 철저히 지켰어요. 4명 제한이던 새해 첫날에는 어머님이 1부, 2부로 나눠 자식들을 만나고 밥도 여러 번 차리고 그러셨어요. 혹시 안 지켰다 자식들한테 피해가 갈까 봐.

영대 현모 님네는 공인이니까 더 그러시겠네요.

현모 괜히 더 번거로울 때도 많은데 어쩔 수 없죠, 뭐. 그런데 사실 집에서는 괜찮다며 그냥 방역수칙 어기고 대가족 전부 모인 집도 많을걸요.

영대 그죠. 특히 어르신들은 명절에 여럿이 다 같이 모이지 않으면 섭섭해하시잖아요.

현모 어르신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실내에서는 여럿이 모여 놀더라고요.

영대 집집마다 분위기 차이가 클 거 같아요.

현모 백신도 집집마다 사연이 다양하더라고요. 제가 아는 오빠는 아버님이 의사이신데도 부모, 아내, 형제까지 싹 다 접종을 안 했어요. 갓 태어난 아기가 있는 집인데도 집안 전체가 어떤 신념을 갖고 거부하는 거죠.

영대 그럼 사회생활을 거의 못 하지 않나요?

현모 그래서 사흘에 한 번씩 PCR 검사를 받았다네요. 어휴, 힘들어라.

영대 헉. 그럴 정성이면 나 같으면 그냥 백신을 맞겠어요.

현모 그죠. ㅋㅋ 물론 정확히 사흘에 한 번씩 꼬박꼬박 검사하진 않았을 거예요. 필요할 때만 했겠죠.

영대 안 맞아도 활동이 가능하구나….

현모 그분은 프리랜서 아티스트라 가능한 거 같긴 해요. 친한 언니는 매일 출근하는 회사원인데 기저질환이 있어서 백신을 못 맞았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진짜로 이틀마다 PCR 검사를 했더라고요. ㅠㅠ

영대 와, 저는 다행이네요. 큰 이상 없이 백신 접종을 잘 했으니까요.

현모 맞아요. 백신도 복이 있어야 되는 거 같아요. 영문을 알 수 없이 며칠간 하혈하고, 안구 혈관이 터지고, 심박동 정지로 응급실에 실려 가고…. 이런 이야기들을 건너서 들은 게 아니라, 진짜 제 지인들한테 벌어진 일이거든요.

영대 하, 3차까진 어찌 맞겠는데 과연 4차, 5차, N차 접종까지 해야 하나…. 무섭네요.

현모 너무 무서워요. 이게 코로나19 감염도 그렇고, 뚜렷한 원인을 모른 채 상당 부분 운에 맡기는 거 같아서 스스로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엄청나게 불안하긴 해요.

영대 5차 대유행이 시작될 거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현모 이제 몇 차인지 세는 것도 헷갈리네요. 제 체감으로는 한 150차쯤 되는 거 같다는….

영대 그러고 보면 부작용 관련 뉴스나 이야기들이 미국에선 거의 안 들리는데 한국은 참 많은 거 같아요.

현모 그렇긴 해요. 그게 미국은 의료보험 시스템이 안 좋아서 원래 사람들이 병원을 우리만큼 자주 편하게 들락거리진 않잖아요. 웬만해선 참고 넘어가고요. 그러다 보니 우리처럼 면밀하게 증상을 관찰하고 반응하진 않는 듯해요.

영대 그러니까요. 한국 사람들이 워낙에 리포트를 재깍재깍 하니까 그런 측면이 있는 거 같아요.

현모 그러다 보니 막연하게 겁나서 접종을 차일피일 미룬 사람들은 더 영향을 받고. 살펴보면 주변에 미접종자가 은근히 많아서 식구 간에도 별별 옥신각신 스토리가 많더라고요.

영대 확실히 명절을 지배하는 정서가 코로나19와 관련 있는 거 같아요.

현모 어휴, 완전히 일상을 지배하잖아요.

영대 집안마다 명절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듯이, 코로나19를 대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문화도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는 듯하고요.

현모 그럼요. 명절 풍경이라는 것도 사회가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일반화하기가 어려워요. 한국 설날을 교과서로 배울 순 없는 거죠.

영대 명절에 어디로 여행 가는 전통이 있는 집은 요즘에도 온 가족이 ‘호캉스’(호텔+바캉스)를 하기도 하고, 하와이 같은 해외로도 가던데요.

현모 그러니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후부부가 명절만 되면 그렇게들 싸우죠. 각자가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보고 자란 문화가 극과 극으로 달라서. ㅋㅋㅋ

영대 벌써 몇 번째 ‘코명절’(코로나 명절)인지 이제 가물가물한데, 한마디로 우울하긴 하네요.

현모 솔직히 말도 못 하게 우울해요. 명절인지도 실감이 안 나고요. 음력 새해인데, 별다른 의지나 각오가 다져지지도 않고, 희망도 없고, 이놈의 코로나19가 언제 끝나려나 오로지 그것만 기다리게 돼요.

영대 한숨만 나오네요. 저는 어찌 보면 아이들 생각에 우울할 틈도 없는 거 같아요. 얘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앞으로 어찌 될까, 가장으로서 고민이 크거든요.

현모 에고, 그러시겠죠. 저야 아이가 없으니 우울감에 그저 미친 듯이 먹기만 하지만요.

영대 ㅎㅎㅎ 우리 작은 딸은 요새 너무 안 먹어서 걱정인데. 현모 님은 소식할 거 같은 이미지랑은 전혀 반대인 게 신기해요.

현모 타고난 대식가잖아요.ㅠㅠ 근데 핑계가 아니라 정말로 코로나19로 무력감에 짓눌러서 최근엔 더더욱 오직 먹는 것밖에 즐거운 일이 없었어요. 겨울엔 추워서 안 그래도 움츠러드는데, 마스크 때문에 맘껏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여행도 못 가고.

코로나19 사태로 ‘집콕’이 일상화되면서 이른바 ‘확찐자’가 늘고 있다. [GETTYIMAGES]

코로나19 사태로 ‘집콕’이 일상화되면서 이른바 ‘확찐자’가 늘고 있다. [GETTYIMAGES]

영대 그렇긴 하죠. 그래도 살이 안 찌니까 뭐 어때요.

현모 지금까진 그랬는데, 해가 바뀌면서 나이가 들어 그런지, 매일 정신 줄을 놓고 먹어댔더니 어느 날 갑자기 배가 실밥이 풀리는 거처럼 ‘빡!’ 하고 터지던데요?

영대 푸하하하하, 위장이 터진 거예요?

현모 아뇨 아뇨. 위는 괜찮은데 뭔가 피부가, 뱃가죽이 ‘빡!’ 하고 벌어지는 느낌이 왔어요.

영대 아놔, 살다 살다 처음 들어보는 소리네.

현모 진짜라니까요. 급격히 살이 찌면 살도 트고 그러잖아요. 그날 이후 실제로 배가 쥐고 있던 어떤 끈을 놓은 거처럼 제멋대로 굴어요. 나한테 딱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인격을 갖고 행동하는?

영대 아휴, ㅎㅎㅎ 말도 안 돼.

현모 연초 머릿속에 그렸던 내 신년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친구들이랑 디톡스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그러려고 했는데…. 어쩌다 한 달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을까요.

영대 그러게요. 지난해 12월부터 내가 원하는 습관을 몸에 익혀놨어야 하는데, 별반 새로운 거 없이 어영부영 후딱 지나가버렸네요.

현모 설마 이거 곱하기 12가 곧 2022년이 되진 않겠죠?

영대 평소라면 설 연휴가 지나면 여름휴가라도 바라보며 뭔가 기대할 만한 구석이 있을 텐데, 대반전이 없는 한 이렇게 지지부진한 날이 계속되겠죠.

현모 내 삶의 주도권을 바이러스와 방역수칙이 쥐고 있는 느낌이에요. 2주마다 업데이트되는 방역수칙만 쳐다보고 있고, 여름휴가 계획은커녕 당장 내일 상황도 예측이 안 되고요.

영대 그러고 보니 원래 미국 그래미 어워드도 이맘때쯤 열리는데 오미크론 확산으로 두 달이나 연기됐잖아요!!

현모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도 마찬가지예요. ㅠㅠ 국내엔 기사가 안 났는데, 2월 말이었다 3월 말로 결국 연기됐답니다. 그래미 어워드랑 딱 일주일 간격이네요!

영대 대중문화계에 캔슬 컬처(cancel culture)에 이은 딜레이(delay) 컬처로군요.

현모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안 되겠어요, 얼른 마음을 다잡아야지. 코로나19가 건드릴 수 없는 나만의 시간표와 루틴을 짜야겠어요.

영대 ㅎㅎ 그래요. 지금까지 1월은 연습게임이었던 걸로 하고, 심기일전해 새해 희망차게 스타트해보세요!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주간동아 1325호 (p60~62)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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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68호

2022.12.09

올 최고의 명언 ‘중꺾마’ 만든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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