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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설날엔 ‘옥캉스’ 하세요

일상에 쉼표, 한옥에서 하룻밤

  • 김민경 여행작가 mingaemi@gmail.com

올 설날엔 ‘옥캉스’ 하세요

5성급 한옥호텔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의 야경. [사진 제공 ·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

5성급 한옥호텔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의 야경. [사진 제공 ·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집을 다시 보고, 새롭게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상의 틀에 박힌 집 문을 잠시 닫고 낯선, 새로운 ‘집’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는 이도 많다. 호캉스(호텔+바캉스), 캠핑, 차박(자동차+숙박), 한 달 살기 등이 특별한 여행법이 아닌, 누구나 해봄직한 일상적인 여행이 됐다. 그중 집보다 더 집 같은, 몸과 마음이 말랑하게 녹아드는 한옥에서 하룻밤은 우리에게 완전히 다른 시간을 선사한다.

정갈한 한옥호텔 인기

‘옥캉스’를 즐길 수 있는 한옥호텔이 꽤 인기다. 편안한 서비스와 시설은 물론, 넓은 주차장과 조식 제공 같은 편리함도 갖췄다. 게다가 거대한 정원이 있어 마음껏 산책도 할 수 있다. 숙소 면적이 넓은 편이라 여럿이 묵더라도 한 공간에 머물기 좋다. 투숙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같은 가격대 빌딩형 호텔의 공간 규모나 주변 자연환경을 생각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5성급 한옥호텔인 인천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은 시설, 서비스, 경관 등 모든 면에서 최고로 꼽힌다. 전남 영암군의 ‘영산재’는 산과 바다를 동시에 눈에 담을 수 있다. 객실 형태가 다양해 개인 뜰이 있는 방부터 누마루가 포함된 독채까지 선택 폭이 넓다.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운 전남 여수시에 자리한 ‘오동재’는 바다를 코앞에 둔 한옥호텔이다. 전북 남원시에 있는 ‘남원예촌 by 켄싱턴’은 걸어서 둘러볼 만한 관광지가 많아 자녀를 둔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더없이 좋다.

경북 경주시에는 워낙 다양한 한옥 숙소가 자리하지만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이럴 때는 ‘라궁’이나 ‘황남관’ 같은 호텔형을 선택하면 무난하다. 강원 평창시 ‘고려궁 전통 한옥호텔’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산세가 일품이다. 방마다 향긋한 편백나무 욕조가 마련돼 있다. 서울 북촌에는 독특한 한옥호텔 ‘보눔 1957 한옥 앤 부티크’가 있다. 호텔이라고 부르지만 부유한 한옥집에서 대접받는 듯한 재미를 선사하는 곳이다.

최소 100년 전에 지은 옛 한옥에서 하룻밤은 어떨까. 공간의 낯섦만큼이나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의 간격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고택이다. 한옥에 속하지만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이들의 가옥을 보존 및 정비한 곳이 대부분이라 ‘구옥(舊屋)’보다 ‘고택(古宅)’이라고 부른다. 이맘때 가면 여민 문 사이로 들어오는 찬바람 덕에 엉덩이는 뜨끈하나 코끝은 시린 정겨운 겨울밤을 경험할 수 있다. 고택은 대체로 양지바르고 아늑한 땅에 자리 잡아 따스함과 옹골진 기운이 감돈다. 북적거림은 피하고, 자연 속에 현재를 잠시 묻어두고 싶다면 고택을 추천한다.

‘3917마중’의 목서원 본채 난파정은 숙소가 온돌로 돼 있다. [사진 제공 · 3917마중]

‘3917마중’의 목서원 본채 난파정은 숙소가 온돌로 돼 있다. [사진 제공 · 3917마중]

고택은 전북 전주시와 완주시, 경북 안동시 등지에 많다. 안동 ‘학봉종택’은 100여 칸 집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보물로 지정된 고문서 등을 볼 수 있도록 박물관처럼 꾸며놓았다. 안동 ‘치암고택’은 풍경과 정취가 일품이면서 본채, 사랑채, 헌함(대청 기둥 바깥으로 낸 좁은 마루) 등 조금 독특한 구조를 지녀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살림집은 안동 ‘임청각’이다. 고성 이 씨 종택이자 독립운동가 이상룡의 생가로 500년 역사를 지녔으며 원래 99칸으로 만들어졌다. 일제강점기 때 집을 통과하는 철길이 놓여 현재는 반밖에 남지 않았다. 안동에는 400년 고택을 활용해 리조트처럼 운영하는 ‘구름에’도 있다. 완주 ‘소양고택’은 ‘요즘 고택’이라고 할 수 있다. 130년 된 고택 3채를 해체해 조성한 곳으로 카페 겸 레스토랑, 완주의 1호 독립서점이 있고 나머지 공간은 숙소로 운영되고 있다. 완주 ‘아원’은 경남 진주시의 250년 된 고택을 옮겨온 곳이다. 방탄소년단(BTS)이 다녀간 곳으로 유명한데,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경에 둘러싸여 조용하게 쉬기에 알맞다. 전남 나주시에는 아주 독특한 근대 한옥 숙소가 있다. ‘3917마중’으로, 1939년 지은 목서원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한식과 일본식 주택이 합쳐진 독특한 모습, 가구 등을 경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롯이 누리는 시공간

요즘 가장 핫한 한옥 숙소는 ‘요즘 한옥’이다. ‘요즘 한옥’은 한옥 뼈대는 살리고, 현대 기술과 감성을 더해 완전히 새로 지은, 말 그대로 요즘 스타일의 한옥이다. 구도심의 오래된 골목에 있는 편이라 도보여행 중 들르기 좋다. 대문을 여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낮은 천장에 드리운 서까래, 따스한 나무 소품들, 아담한 마당과 툇마루, 탁 트인 넓은 문이 부각된다.

‘응정헌’은 숙박객에게 조식과 피크닉 박스를 제공한다(왼쪽). ‘아모’의 요리하고 싶어지는, 탁 트인 감성 주방. [사진 제공 · 응정헌, 사진 제공 · 아모]

‘응정헌’은 숙박객에게 조식과 피크닉 박스를 제공한다(왼쪽). ‘아모’의 요리하고 싶어지는, 탁 트인 감성 주방. [사진 제공 · 응정헌, 사진 제공 · 아모]

유명한 곳을 꼽자면 서울 ‘누와’ ‘뉠스테이’ ‘문향재 바이 버틀러리’, 강원 춘천시 ‘스테이한량’, 전주 ‘무렵’ ‘청연’, 남원 ‘스테이리운’ 등이 있다. 하나같이 ‘집보다 근사한 집’에서 멋진 하룻밤을 선사한다. 공통점은 독채 공간이라는 것. 수용 인원은 보통 2인, 최대 3인 정도다. 넓은 마당을 두고 방만 나눠 쓰는 숙소가 많은데, 현대 시설처럼 꾸며놓은 아늑한 방은 편히 머물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주 ‘스테이보리’, 전주 ‘고유’는 큰 집과 마당을 품고 있어 가족과 함께 머물기 좋다. 서울 은평구 ‘응정헌’은 소담스러운 풍경을 즐길 수 있으며 조식, 한옥 마당에서 즐기는 피크닉 박스를 제공한다. 경주 ‘아모’는 한옥에 발리 휴양지 감성을 더한 곳이다. 주방과 실내 가족탕에서 마주한 큰 창은 생소하지만 편안한 휴식을 안겨준다.

한옥 숙소는 한옥을 체험하는 시간을 선사할 뿐 아니라, 그 안에 들어온 사람은 누구라도 온전히 쉬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





주간동아 1324호 (p66~67)

김민경 여행작가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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