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7

2021.09.24

DL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서 약진… 대형 건설사 ‘적과 동침’도 불사

재건축 주춤하는 사이 리모델링 기습 성장… 조합원 합의 관건

  • 윤혜진 객원기자

    imyunhj@gmail.com

    입력2021-09-28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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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L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참여한 경기 수원시 신성신안쌍용진흥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예상 게이트 투시도. [사진 제공 · DL이앤씨]

    DL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참여한 경기 수원시 신성신안쌍용진흥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예상 게이트 투시도. [사진 제공 · DL이앤씨]

    15~30년 된 구축 아파트에 리모델링 붐이 일고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뼈대가 튼튼해야 해 준공 15년 차부터 안전진단 B등급(수직 증축 B등급, 수평·별동 증축 C등급) 이상이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조합설립에 필요한 동의율도 리모델링은 66.7%로 재건축(75%)에 비해 낮아 서울과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인기다.

    한국리모델링협회의 8월 기준 리모델링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85개 단지가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완료했다. 추진위원회 설립 단계까지 추산하면 이보다 많다. 온라인 종합부동산포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경기·인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공동주택 단지는 각각 52개와 43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지난해 17조3000억 원에서 2025년에는 37조 원, 2030년에는 44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건설사 입장에서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낮은 편이라 포스코건설, 쌍용건설 등 몇몇 건설사만 주로 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규제로 수주난이 이어지면서 리모델링 사업에 반전이 일어났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리모델링 사업은 단순 도급 형태라 건설사 측이 직접 분양해야 하는 위험성이 없고, 이미 아파트라는 담보가 있기 때문에 공사 대금을 떼일 염려도 없다”며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돼 재건축 승인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건설사들이 현실적 대안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리모델링 전통 강자 쌍용건설·포스코건설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에 리모델링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에 리모델링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는 회사는 DL이앤씨다. 5월 경기 군포시 산본 우륵아파트(1508가구·3225억 원) 계약을 따내면서 리모델링 시장에 복귀한 이후 연이어 경기 수원 영통 신성·신안·쌍용·진흥아파트(1854가구·3926억 원), 산본 율곡아파트(2348가구·4950억 원) 사업을 수주했다.

    삼성물산과 GS건설은 올여름 리모델링 전담팀을 꾸렸다. 6월 주택본부 산하에 리모델링팀을 신설하며 7년 만에 리모델링 시장에 복귀한 삼성물산은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고 한 달 만에 서울 고덕동 아남아파트(887가구·3475억 원)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다. GS건설은 5월 서울 마포구 밤섬현대아파트(248가구·933억 원) 사업을 따낸 데 이어, 서강GS아파트(현 538가구)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사업이 진행된다면 이미 마포자이 1·2·3차, 신촌그랑자이,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등을 공급한 마포구에 대규모 ‘자이타운’을 만들게 된다.



    리모델링 전통 강자인 쌍용건설과 포스코건설도 새 경쟁 상대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00년 업계 최초로 리모델링 전담팀을 출범한 쌍용건설은 올해 상반기 리모델링 사업에서만 1조2600억 원 실적을 올렸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리모델링 공사는 신축에 비해 난도가 월등히 높아 경험이 없는 시공사가 뛰어들기에는 어려운 분야”라며 “1위 수성을 위해 신공법 개발과 전담 엔지니어 육성, 타사와 전략적 제휴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만4000여 가구에 달하는 리모델링 수주 실적을 지닌 포스코건설도 만만치 않다. 8월 한 달에만 경기 용인수지동부아파트(687가구·1778억 원)와 광교상현현대아파트(572가구· 1927억 원)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건설사들은 적과 동침까지 불사하고 있다. 올해 가장 큰 리모델링 사업으로 알려진 서울 가락 쌍용1차(2373가구·8000억 원) 리모델링 사업에는 쌍용건설·포스코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 4곳이 함께 시공사로 선정됐다. 시공 능력 1위 삼성물산과 2위 현대건설도 서울 성동구 금호벽산아파트(1963가구·7090억 원) 리모델링 사업에 컨소시엄을 이뤄 최종 선정됐다.

    “하이엔드 브랜드 아니면 안 해”

    한편 리모델링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숨어 있던 문제점이 수면으로 떠오를 조짐도 보인다.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건이 대표적이다. 입지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이 먼저 제시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조합 측에서 먼저 요구하는 편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 정책상 단지마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다는 것은 무리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아파트 가치를 높이고 싶은 게 당연하다”며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계약을 해지한 재건축 단지 사례가 나오고 있다. 리모델링 단지에서도 부딪힐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아예 시공사를 제한해 경쟁입찰을 받는 단지도 생겼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우·극·신’(우성2·3단지, 극동, 신동아4차)처럼 비슷한 연식의 소규모 단지가 뭉쳐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만들면 각종 커뮤니티 시설을 늘릴 수 있고 공사비, 공용 관리비 절감도 가능하다. 시공사 입장에서도 대규모 단지는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하기가 좋아 부담이 덜하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리스크는 나누고 경쟁으로 인한 피로는 줄일 수 있다.

    다만 관건은 ‘사공이 많은 만큼 원활한 합의 도출이 얼마나 잘 이뤄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리모델링 사업은 속도전이다. 서진형 회장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설계 기법들을 공유하다 보면 시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무엇보다 영업력이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도 컨소시엄 형태의 참여가 많을 것”이라며 “여러 장점이 있는 만큼 조합원끼리는 물론, 조합원과 시공사 간, 여러 시공사 간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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