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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대, ‘아이 콘택트’가 더 필요해요 [SynchroniCITY]

악플러도 눈을 마주하고는 악담 못 할 것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비대면 시대, ‘아이 콘택트’가 더 필요해요 [SynchroniCITY]



타인의 눈동자 속에 내가 있다. [GETTYIMAGES]

타인의 눈동자 속에 내가 있다. [GETTYIMAGES]

현모 강원 평창에 내려왔는데, 바람이 차요.

영대 여기도 이제 아침 공기가 제법 선선해요.

현모 섭섭해요. ㅜㅜ 이렇게 두 번의 여름을 코로나19와 함께 보내버렸다니….

영대 그것도 그래요. 근데 평창이면 또 막국수 먹겠네요. ㅎㅎ



현모 그건 ‘살아 있으니 숨 쉬겠네요’ 같은 말 아닌가요. 방금 저녁으로 먹고 들어왔어요.

영대 지난주엔 경기 파주까지 와 그렇게 막국수를 드시고 인증샷을 보내시더니. ㅎㅎ

현모 아, 그날은 촬영장이 하필 막국숫집 옆이라 끝나고 먹은 거죠. ㅋㅋㅋ

영대 정작 파주 시민인 나는 짬이 안 나 못 가는데.

현모 맞다. 저 막국수 관련 프로그램에서 섭외 왔어요. ㅎㅎㅎ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케이 했죠. 알아봐주신 게 감사해서.

영대 역시 요즘은 진정성이 시대정신! 막국수 한 우물을 파니 그 진정성을 다들 알아보네요.

현모 아마 조만간 영대 님에게는 파주시청에서 연락이 올 듯요. ㅎㅎㅎㅎ

영대 자랑스러운 파주인, 뭐 그런 거면 좋지만 그건 윤도현이라는 워낙 유명한 파주인이 계셔서.

현모 그나저나 요즘 유튜브 라이브가 뜸하시네요? 바쁘셔서 그런 거?

영대 예상치 못하게 일로 바빠지긴 했죠. 근데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고, 방송하면서 이런저런 상처를 좀 많이 받아 처음처럼 편하게 못 하는 것도 있어요.

현모 어머, 무슨 상처요??? 나 지금 반창고 꺼내는 중.

영대 가시 돋친 말들이나 오해들도 그렇고….

현모 누가, 무슨 가시 돋친 말을요???

영대 누구라고 할 건 없어요. 사실 평론가라는 직업 특성상 비판이나 날 선 말들을 들을 수밖에 없기는 해요.

현모 워낙 어려운 포지션이긴 해요. 그래도 방송을 편히 못 할 정도가 돼선 안 되죠. ㅠㅠ

영대 그러게요. 최근에는 글뿐 아니라 방송으로도 많이 소통하다 보니 종종 관심이 저라는 사람에게 집중되는 느낌이 들어 피곤해요. 제 일과는 상관없이 저라는 사람에 대한 불필요한 관심이 많아졌달까. 아직 그런 게 익숙지 않아요.

현모 흠, 잘 모르겠지만 이겨내셔야 해요(밑도 끝도 없이? ㅋㅋ).

영대 두둥! 이겨…내겠습니다(?)

현모 그런 거에 흔들리거나 무너져선 안 된다고요. 요즘은 미디어가 발달해 일반 직장인도 각종 평이나 구설이 필연적으로 따라다니거든요. 무시할 건 무시하고, 중심 잡으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영대 현모 님은 방송인으로 오래 활동해 이런 일에 익숙하시죠? 이 분야 선배(?)로서 잘 이겨내는 팁이라도….

현모 글쎄요, 저도 마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편은 아니에요. 매일 새롭게 겪고, 또 지나가고 잊어버리고 그러길 반복하죠. 내가 귀 기울여야 할 사람들과 의견들이 뭔지를 구분하는 편이에요. 나를 충분히 알고, 나를 소중히 여기는 분들의 이야기에 훨씬 큰 비중을 둬요.

영대 저에겐 그런 사람이 딱 아내예요. 거의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존재랄까.

현모 오홍!!!! 정답 나왔네요! 딩동댕~ 아내 말만 들으세요!!

영대 흠, 근데 티파니 영 만나셨더라고요??

현모 아내 분 말씀만 잘 들으라고 했더니 딴청 대박….

영대 이야기가 늘 논리적으로 흐르란 법은 없죠! 같이 하신 방송 이야기가 갑자기 떠올랐어요.

현모 SBS 모바일 콘텐츠 ‘모비딕’에서 론칭한 ‘티파니와 아침을’이라는 프로그램에 나갔어요. 그러고 보니 그날 티파니랑도 멘털 관리에 대해 대화를 나눴어요.

영대 거봐요! 싱크로니시티는 이렇게 다 연결된다니까요.

현모 같이 명상도 하고 좋아하는 책 얘기도 했는데, 정말 잘 통하더라고요. 생각해보세요. 소녀시대 티파니는 어릴 때부터 이미 글로벌 슈퍼스타였잖아요. 그래도 사람이 느끼는 기쁨과 고통은 결국 많이 다르지 않은 거 같아요.

영대 전 소녀시대 시절부터 티파니 팬인데, 오래전 ‘라디오스타’에 나와 고향이 미국 LA 근교 다이아몬드 바(Diamond Bar)라고 해 굳이 운전해서 거기를 지나쳐왔다는…. ㅎㅎ 티파니 씨 인터뷰는 관심 있어 종종 보는데, 화려한 면모 이면에는 그 나름 고민이 많더라고요. 언제 꼭 인터뷰해보고 싶어요.

현모 그죠. 전 솔직히 고백하면 소녀시대 멤버들에 대해 자세히는 몰랐다가, 그녀와 그렇게 몇 시간 보내고 난 뒤 완전히 반했어요. 방송에는 편집돼 담기지 않았지만, 짧은 명상 뒤 선생님 리드에 따라 얼마간 서로 말없이 눈을 마주 보게 됐거든요.

영대 눈 크고 예쁜 사람들끼리 쳐다봤으니 서로 눈에 안 빠졌나 몰라요.

인간의 본질이 만나 공명하는 느낌이 드는 아이 콘텍트. [GETTYIMAGES]

인간의 본질이 만나 공명하는 느낌이 드는 아이 콘텍트. [GETTYIMAGES]

현모 그거 아세요? 가만히 상대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그 사람 속에 내가 있어요. 단순히 더 가까워지고 연결된다는 느낌에서 더 나아가 그가 즉 나고, 내가 즉 그인 걸 알게 된다고나 할까.

영대 가족이나 친구처럼 이미 알던 사람이 아닌, 처음 만난 사람과 한 경험이라 그 느낌이 더 특별할 거 같아요.

현모 이걸 처음 깨달았던 순간이 생생히 기억나는데, 인도에서 명상을 배울 때였어요. 무슨 수업을 마치고 난 뒤 옆 사람이랑 마주 앉아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아이 콘택트를 하라는 거예요. 그때 마침 제 옆에 있던 분이 네덜란드에서 온 빨간 머리 중년 아주머니였어요.

영대 잘 모르는 아주머니?

현모 같은 수업을 듣는 참가자였지만 하필 그분이랑은 이전에 한 마디도 나눈 적이 없는 거예요. 근데 정말 신기하게도 우리 둘이 침묵 속에서 몇 번 눈을 끔뻑이며 조용히 마주 보다 갑자기 동시에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뚝뚝뚝 흘렸어요.

영대 정말 궁금하네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서로 마음이 교감하는? 그의 눈 안에서 내 속의 아픔을 발견하는? 말만 들어도 찌릿한 느낌이 들어요.

현모 잊을 수가 없어요. 말 한 번 섞어본 적 없는 낯선 파란 눈의 여성이었는데, 백 마디 설명이 필요 없이 그가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나도 그를 오래전부터 안 것 같은, 하나가 된 기분이었어요.

영대 제가 직접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왠지 각각의 사람을 둘러싼 여러 가지 껍질을 벗어던지고 인간의 본질끼리 만나 공명하는 느낌이었을 거 같네요.

현모 좀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가 주고받는 여러 종류의 상처가 사실은 서로의 눈에 비친 자기 모습을 지긋이 바라볼 때 나을 수 있는 거 같아요. 악플러도 실제 대면해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면 그런 공격을 할 수 없을 거예요.

영대 비대면 시대이기도 하고,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온라인 지인이 늘어나는 지금은 더더욱 귀한 경험이에요. 우리 다음에 만나면 아이 콘택트 한번 해봐요. 명상부터 배워야 하나.

현모 사실 두 눈만 부릅뜬다고 되는 건 아니죠. ㅋㅋㅋ 마음의 눈을 감고 있으면 남은커녕 나의 진실조차 보이지 않으니까요.

영대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데 죄송하지만, 우리는 아이 콘택트를 시작하면 몇 초 내로 웃겨서 눈물이 흐른다에 한 표!

현모 왜 나만 보면 맨날 웃기다 그래요?! 안 그래도 컴퓨터 화면을 너무 오래 봤더니 눈물이 흐르려던 참인데. 저, 눈 좀 쉴게요.

영대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이 콘택트가 아니라 아이 레스트!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주간동아 1303호 (p68~70)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1307

제 1307호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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