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2

2021.06.04

김태희·하정우 차익 실현은 ‘꼬마빌딩’ 가격 상투 신호?

비주택담보 대출 LTV 70% 규제 도입… 빌딩도 ‘현금부자’ 전유물 될 듯

  • 김은미 칼럼니스트

    입력2021-06-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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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희, 하정우, 한효주, 이종석, 손지창(왼쪽위부터) 등 연예인들이 최근 수십억 원대
시세차익을 남기고 빌딩을 매각했다. [동아DB]

    김태희, 하정우, 한효주, 이종석, 손지창(왼쪽위부터) 등 연예인들이 최근 수십억 원대 시세차익을 남기고 빌딩을 매각했다. [동아DB]

    3월 배우 김태희는 2014년 132억 원에 매입한 서울 역삼동 빌딩을 203억 원에 매각했다. 같은 달 배우 하정우는 2018년 73억 원에 사들인 화곡동 건물을 119억 원에 팔았다. 이에 앞서 1월에는 배우 한효주와 이종석이 각각 2017년, 2018년 사들인 한남동 빌딩을 팔아 24억여 원, 5억여 원 시세차익을 남겼다. 2월에는 손지창-오연수 부부가 2006년 매입해 15년간 보유했던 서울 청담동 빌딩을 팔아 110억여 원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발 앞선 투자 방식으로 이목을 끈 연예인들의 빌딩 매각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빌딩 투자가 고점에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5월 17일부터 비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금융위원회가 4월 29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 후속 조치다. 앞으로 토지와 오피스텔, 상가 등 비주택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은 70%로 제한된다. 농·수·신협 등 상호금융권에서만 행정지도로 관리하던 것에서 전 금융권으로 대상이 확대된 것. 개인·법인의 신용도와 물건 상태에 따라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던 기존 비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하면 당분간 시장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배우 이종석이 최근 매각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빌딩. [동아DB]

    배우 이종석이 최근 매각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빌딩. [동아DB]

    꼬마빌딩 매수세 한풀 꺽일 듯

    7월부터는 토지거래허가지역내 빌딩 매입이 한층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비주택의 신규 담보대출 LTV가 40%까지 제한되면서 규제가 더욱 강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 청담동, 압구정동을 비롯해 송파구 잠실동, 성동구 성수동,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용산구 이촌동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번 규제로 상가나 이른바 ‘꼬마빌딩’으로 불리는 중소형 건물 거래 시장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 1~2년 사이 가격이 치솟은 꼬마빌딩 거래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다.

    꼬마빌딩은 건물 전체를 하나의 소유권으로 거래할 수 있는 일반건물 중 연면적 3000㎡ 이하, 7층 이하 규모로 매매 가격이 50억 원 이내인 건물을 말한다. 이러한 꼬마빌딩은 과거에는 수십억 원 자본금이 필요한 ‘부담스러운 투자처’였으나, 최근 수년 사이 집값 상승 및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으로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했다.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상가나 빌딩은 제재가 덜했다. 쉬운 예로, 매매가 15억 원 이상인 강남 아파트의 경우 대출이 불가능해 100% 현금으로만 매입해야 하지만, 50억 원 꼬마빌딩은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현금 10억 원만 있어도 매입할 수 있었다. 여기에 임대수익과 매각 차익까지 노릴 수 있어 유동자금이 몰렸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빌딩 거래 시장은 호황을 맞았다. 폐업으로 공실률이 상승하면서 건물 권리관계가 단순해져 매매 절차가 수월해진 덕분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 꼬마빌딩 거래 금액은 11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7조 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증가했다.

    4월 29일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으로 비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발표했다. [뉴시스]

    4월 29일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으로 비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발표했다. [뉴시스]

    20, 30대가 ‘50억 아파트’도 현금으로 ‘턱’

    부동산업계는 이번에 시행되는 비주택담보대출 제한으로 종전의 매수세가 한 풀 꺾일 것으로 전망한다. 박종복 미소부동산연구원그룹 원장은 “LTV 규제로 대출 가능 금액이 줄면서 유동자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개인투자 수요는 감소하고, 당분간 현금부자나 기관투자를 중심으로 거래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세금 부담과 대출 제한에 따른 거래량 급감, 공실률 상승에 따른 임대수익 감소 등을 우려해 일시적으로 거래가 주춤하면서 매매가가 내려갈 수 있지만 하반기 전반적으로는 강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상권이 축소됨에 따라 건물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지만, 임대수익이라는 강력한 매력이 존재하는 이상 빌딩 수요는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덜한 것도 장점이다. 상가는 주택과 달리 여러 채를 보유하더라도 중과세가 부과되지 않고, 빌딩은 개인 명의로 사서 3년 이상 보유할 경우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다. 3년 이상 보유 시 최소 6%, 10년 이상은 20%, 15년 이상은 최대 30%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에서 보듯 ‘현금부자’가 대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매매가가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거래된 압구정동 아파트 중 50억 원 이상에 팔린 매물은 총 36건이다. 이 중 6건은 20, 30대가 대출 없이 현금으로 샀다. 매매가가 비슷하게 형성돼 있는 꼬마빌딩 또한 유동자금을 충분히 보유한 개인투자자 ‘그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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