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2

2021.06.04

요격미사일 SM-6, 北 서울 타격 못 막는다

美 실전 상황 가정 요격시험 실패… 한반도 전장 환경에도 부적합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1-06-0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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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해군 구축함이 SM-6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미 해군]

    미국 해군 구축함이 SM-6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미 해군]

    5월 29일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은 SM-6 미사일을 이용한 요격시험이 실패했다고 짤막하게 발표했다. 미국 측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시험은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1발을 요격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됐다. 이지스 탄도미사일방어(BMD) 시스템의 미사일 탐지·추적·교전·요격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실전 상황을 가정해 SM-6 미사일 2발이 하나의 표적을 향해 발사됐다. 과거 세 차례 요격 시험이 성공했으므로 이번 요격도 별다른 문제없이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요격미사일 2발 모두 표적을 맞히지 못한 채 허공에서 폭발했다. 미사일방어국과 미 해군은 이번 요격시험이 이뤄진 장소와 미사일을 발사한 전투함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실패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꺼리는 분위기다. 이번 시험은 왜 실패했을까.

    함대공·함대함미사일 SM-6

    SM-6 미사일의 속도는 마하(음속) 3.5로 SM-3, 사드(THAAD) 등 탄도미사일 요격 용 미사일체계에 비해 느리다.  [사진 제공 · 미 해군]

    SM-6 미사일의 속도는 마하(음속) 3.5로 SM-3, 사드(THAAD) 등 탄도미사일 요격 용 미사일체계에 비해 느리다. [사진 제공 · 미 해군]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은 어떤 나라보다 기술적 신뢰도가 높다. 전력화에 앞서 성능을 철저히 검증하기 때문이다. 이번 요격 시험도 미국의 까다로운 검증 규정에 따라 실시됐다. 다만 이전과 달리 실전 상황을 가정해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요격 임무를 부여했다.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된 미사일은 단순한 비행 테스트부터 실전 상황을 가정한 요격 테스트까지 여러 시험 단계를 거친다. 초기 테스트에선 전술적 요소를 배제한다. 기술적 데이터만 얻는 것이 목적이므로 타격 목표인 미사일의 표적·비행 정보를 요격 측 전투체계에 고스란히 제공한다. 즉 타깃이 언제, 어느 정도 속도와 고도, 코스로 날아올지 전부 파악한 상태에서 요격미사일이 표적을 맞힐 수 있는지 여부만 시험하는 것이다.

    반면 실전 테스트에선 표적에 관한 그 어떤 데이터도 주어지지 않는다. 위성을 통해 미사일 발사 경보가 전파되면 이지스함은 목표물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방향으로 레이더 빔을 집중 조사한다. 표적을 탐지·추적해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실전과도 같은 상황에서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번 SM-6 요격 시험은 이 같은 시나리오로 진행됐다. 결론적으로 실전 상황에서는 아직 요격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입증됐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SM-6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을 잡기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다. 적 항공기가 공대함미사일을 날리기 전 요격할 수 있는 장거리함대공미사일로 개발됐다. 함대의 방공구역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사거리 167㎞급 SM-2 함대공미사일을 대폭 개량해 만들어졌다. SM-6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370㎞이며, 미사일을 발사한 군함의 목표 조준용 레이더 ‘일루미네이터(Illuminator)’의 지원 없이 스스로 목표를 타격하는 능동 레이더 유도장치도 적용됐다. 그 덕분에 SM-6 미사일을 탑재한 군함은 더 많은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미사일과 부스터, 유도장치 모두 기존 미사일 기종에서 하나씩 따온 검증된 부품이기에 신뢰성도 높다. 미 해군의 차세대 핵심 방공 무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지나친 기대는 독이 됐다. 미 해군은 SM-6 미사일을 다목적 미사일로 활용할 계획인데,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적 대함미사일과 항공기를 요격하는 함대공 무기는 물론, 적 군함을 공격하는 함대함미사일로도 사용할 계획이다. 최근 400㎞ 거리에서 SM-6 미사일로 표적인 소형 보트를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함대공·함대함미사일로 운용되는 SM-6 미사일에 대한 맹신은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도 사용해보자”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사거리가 길고 요격 고도가 높으니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였다.



    SM-6 미사일의 최대 상승 고도는 34㎞이다. 저고도 종말 단계(탄도미사일의 비행 마지막 단계로 고도 40㎞ 이하)에 접어든 미사일 요격용 무기 패트리엇 PAC-3의 요격 고도와 비슷하다. 사거리의 경우 SM-6 미사일이 훨씬 길기 때문에 ‘SM-6 MD(미사일방어)체제 차출론’은 일견 그럴싸한 주장인 듯했다. 미 국방부는 SM-6 미사일을 이용한 중단거리탄도미사일 요격 시험도 세 차례 실시했다.

    SM-3라는 ‘뒷배’

    미국이 SM-6 미사일을 미사일방어망에 투입하는 과감한 시험을 할 수 있는 것은 고성능 요격미사일 SM-3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기 때문이다. SM-3 미사일로 고고도에서 1차 요격을 시도하되 실패할 경우 SM-6 미사일로 하층 방어를 재시도한다는 구상이다. 달리 말하면 SM-6는 어디까지나 SM-3의 실패에 대비한 보조 요격 수단이지 주력 무기는 아니다. SM-6 미사일의 최대 속도는 마하(음속) 3.5에 불과하다. 일반 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느리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마하 8.2 이상, SM-2 미사일의 경우 구형 블록(Block) IA/B는 마하 10 이상, 신형 블록 IIA는 마하 16~18에 달한다. SM-6와 같은 단거리 종말 단계 요격 무기인 PAC-3 MSE도 마하 4.1 수준이다.

    미국이 속도가 느린 SM-6 미사일을 MD체제에서 운용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사일 기종마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SM-6 미사일은 어디까지나 미사일을 탑재한 군함과 주변 함대를 지키는 포인트 디펜스(point defense: 한정된 지역·물체 방어) 수단이다. 미 해군은 함대를 향해 똑바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고자 SM-6 미사일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어차피 적 미사일은 아군을 표적 삼아 비행하는 것이 자명하므로 요격은 비교적 용이하다. 요격미사일의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다만 SM-6 미사일을 운용하는 함대 말고 다른 표적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은 요격이 어렵다. 미 해군은 사거리 2500㎞ 이상, 요격 고도 1500㎞ 이상인 SM-3를 이미 보유했기에 굳이 SM-6에 ‘광역 MD’ 능력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한국이 SM-6 미사일을 광역 MD에 사용하려 한다는 것. 5월 중순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군 당국은 세종대왕급 구축함의 미사일방어 작전용 요격미사일로 SM-6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SM-3가 ‘오버스펙’인 데다 가격도 비싸다는 것이 이유로 알려졌다. 당초 도입을 검토한 SM-3 블록 1B 미사일은 1발에 250억 원에 달하지만 SM-6 1발은 50억 원에 불과하다. 군 당국은 요격 고도가 낮은 SM-6 미사일이 북한의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요격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런 판단엔 결정적 오류가 있다. 군 당국은 MD 자산으로서 SM-6 미사일의 가치는 어디까지나 포인트 디펜스 임무에 한정된다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

    北 미사일 서울 타격 후에야 도달

    세종대왕함(사진) 등 한국 해군 이지스함은 중국의 반발, 전파 출력 문제 등으로 서해상에서 운용하기 어렵다. [사진 제공 · 현대중공업]

    세종대왕함(사진) 등 한국 해군 이지스함은 중국의 반발, 전파 출력 문제 등으로 서해상에서 운용하기 어렵다. [사진 제공 · 현대중공업]

    가령 북한이 황해북도 신계 미사일 기지에서 112㎞ 떨어진 서울로 KN-23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가정해보자. KN-23의 속도는 마하 7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서울을 타격하는 데 3분 남짓 소요된다. 우리 군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 최대 고도에 도달한 뒤에야 예상 낙하 코스를 예상할 수 있으므로 실제 요격할 수 있는 시간은 2분이 채 안 된다.

    한국의 대응 카드는 이지스함을 통한 요격이다. 강원 강릉 앞바다에 있는 이지스함이 미사일 요격 명령을 받고 마하 3.5 속도의 요격미사일을 수도권 상공을 향해 발사하는 것이다. 요격미사일이 서울 상공에 도달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2분 30초 이상으로 북한 미사일이 서울을 타격한 후다. 게다가 이지스함은 강력한 전파를 내보내므로 주변의 피해를 막고자 동해 먼바다까지 나가 있어야 한다. 실제 요격미사일 도달 소요 시간은 3~4분 이상에 달할 것이다. SM-6 미사일로는 수도권을 지킬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수도권과 가까운 인천 앞바다에 이지스함을 배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서해에 MD 자산이 들어오면 중국이 강력 반발할 것이다. 이지스함의 강력한 전파 출력 때문에 당장 인천국제공항 일대의 항공기 운항 안전성을 두고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내세워 SM-6 미사일을 주력 MD 무장으로 도입하려는 한국군 당국은 미국의 이번 요격시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미국 MD에서 SM-6 요격 시험 실패는 일개 전투함의 피해로만 이어진다. 반면 SM-6 미사일을 주력 요격 무기로 도입할 경우 그 실패는 곧 한국 대도시 파괴와 무고한 국민의 희생을 뜻한다. SM-6 미사일이 한반도 전장 환경에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무능’이다. 알면서도 도입하려 한다면 ‘직무유기’다. 우리 실정에 맞는 MD 무기 도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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