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1

2021.05.28

우리끼리만 잘 살겠다? 국민의힘 세대교체 불가피

[이종훈의 政說] 민심 얻어야 선거에서 승리… 당원들의 선택은?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1-05-28 10: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국민의힘 나경원, 이준석, 주호영 당대표 후보(왼쪽부터 가나다순). [조영철 기자]

    국민의힘 나경원, 이준석, 주호영 당대표 후보(왼쪽부터 가나다순). [조영철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두 집단 간 대결로 흘러가고 있다.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이 같길 바라는 집단과 다르길 바라는 집단의 싸움이다. 당심과 민심이 다르길 바라는 집단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겠지만 분명한 현실이다. 이들은 대체로 중진그룹에 속해 있다. 국민의힘의 중심축을 이루는 인물들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다. 국민의힘도 세대교체가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당심이 민심과 따로 노는 정당은 망한다. 일엽편주(一葉片舟)가 바다를 이길 수 없는 노릇이다. 모든 정당이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민심을 얻어야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다.

    민심의 저력은 4·7 재보궐선거에서 확인됐다. 국민의힘은 당초 재보선 경선룰을 일반시민 여론조사 80%와 당원 투표 2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정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월 8일 경선룰을 일반시민 여론조사 100%로 변경했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당시 “당원들 입장에서 다소 서운함을 느낄 수 있지만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가진 대의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단일화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가 당내 경선, 안 대표와 단일화 여론조사, 본선에서 연거푸 승리해 당선했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

    2019년 2월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당시 당대표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동아DB]

    2019년 2월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당시 당대표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동아DB]

    재보선 이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도마에 올랐다. 초선 및 청년 후보들이 여론조사에서 선전하며 당대표 선거룰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 까닭에서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은 당원 투표 70%와 일반시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결정된다.

    논란의 중심에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5월 22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30.3% 지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 468명으로 조사 대상 범위를 좁히면 지지율이 39.3%로 치솟는다. 2위 나경원 전 의원과 15.3%p 차이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전 최고위원이 여론조사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이유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시민들은 국민의힘이 획기적으로 변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현역의원이 아니다. 과거 같으면 당대표 선거에 명함도 내밀지 못할 이력이다. 출사표를 던져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끼리 잘 살아보겠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당심과 민심이 차이 나길 바란다. 여론조사 동향을 무시하면서 말이다. 지도부가 이들로 구성된다면 국민의힘의 미래는 뻔하다. 성난 민심에 맞서겠다고 대드는 그림밖에 안 된다.

    일각에서는 당심과 민심이 유사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은 5월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결국 당심과 민심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당원들 숫자가 전국적으로 넓게 골고루 퍼져 있기 때문에 큰 괴리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과연 그럴까. 시곗바늘을 과거로 돌려보자.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오세훈 당시 당대표 후보(현 서울시장)는 일반시민 여론조사에서 50.2% 지지를 얻으며 37.7%를 기록한 황교안 당시 후보(전 국무총리)와 차이를 벌렸다. 최종 승자는 황 전 총리였다. 일반시민 여론조사를 30%만 반영하는 당대표 선거룰 때문이다. 당시 룰을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바꿨다면 어땠을까. 오 시장이 자유한국당 대표가 되면서 지난해 4월 총선 결과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오 시장은 3월 4일 일반시민 여론조사 100%로 치른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41.64% 득표율을 기록하며 승리했다. 2위는 36.31%를 득표한 나경원 전 의원이었다. 반대로 이때 일반시민 여론조사를 30%만 반영했다면 어땠을까. 재보선 결과 역시 달라졌을 테다.

    당의 승리 vs 당내 주도권

    이변이 없다면 6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2019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와 같은 방식으로 당대표를 선출할 것이다. 당대표 경선룰을 두고서도 별다른 힘겨루기가 없었다.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대선후보 경선을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로 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당대표 선출은 당원 손으로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작용했겠지만, 신진 후보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대선을 9개월 앞뒀다는 점이 핵심 변수다. 당원들이 후보에 대한 호오(好惡)보다 대선 승리를 우선시할 수 있다. 이들이 ‘전략적 선택’을 한다면 과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당대표가 민심에 따라 선출된다면 향후 민심과 당심의 간극도 줄어들 수 있다.

    가능성은 반반이다. 당원들이 당대표 후보에게 요구하는 잣대는 일반 선거 후보의 경우와 다르다. 일반 선거에서는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가장 중시되지만 당대표 선거에서는 당내 주도권 확보가 우선시된다. 대선 이슈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국민의힘은 획기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을 맞이했다. 지도부의 세대교체는 주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과감한 ‘전략적 선택’을 할지 두고 볼 일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