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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지킬 박사’ 90년대생을 생각한다

[책 읽기 만보]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K-지킬 박사’ 90년대생을 생각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K를 생각한다
임명묵 지음/ 사이드웨이/ 368쪽/ 1만7000원

이쯤 되면 지킬 박사가 따로 없다. 누군가는 상명하복을 거부하는 현대적 인간이라며 칭찬한다. 혐오와 차별로 무장한 키보드 워리어라며 비난하는 이도 부지기수다. “공정의 수호자다” “아니다, 공정의 탈을 쓴 이기주의자다”라는 설왕설래가 오가기도 한다. 1990년대생은 한국에서 ‘착쁜놈’이 돼버렸다.

‘K를 생각한다’의 저자 임명묵 역시 1990년대생이다. 그는 또래집단을 개인주의자로 이해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내가 소중하면 남도 소중한 법.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에게 악플을 쓰려고 몰려다니는 이들이 어떻게 개인주의자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행동하는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에 따르면 1990년대생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피로감이다. 그는 “격화된 지위 경쟁과 감각의 홍수로 인해 심리적으로 피로해진 이들이 자신에게 심리적 피로만 더할 것 같은 간섭과 책임에 적극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평가한다. 피곤해 죽겠는데 말을 계속 보태니 기성세대가 꼰대로 여겨진다. 마음에 들지 않는 포스팅으로 스트레스를 더하는 이들은 응징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한다. ‘나를 건드리지 마시오, 하지만 나는 당신을 건드리겠소’라는 1990년대생의 행동 기저에는 피로감이 있다.

이기적이라며 1990년대생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행동 양상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라는 구절은 이들이 처한 상황을 상징한다. 한강물에 뛰어들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계층 상승이 불가능하다. 급속히 진행된 정보화로 경쟁 무대는 온라인으로까지 확대됐다. 경제적 자산은 물론, 문화적 소양에 외모로까지 전선이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돌아오는 것은 더 큰 피로감과 스트레스뿐이다.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케이팝(K-pop)과 웹툰 등 한국 콘텐츠가 세계 전역으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1990년대생들이 콘텐츠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990년대생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문화콘텐츠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는 법이다. 연꽃을 피운 진흙이라면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1990년대생들이 다음에 피울 연꽃은 무엇일까.





주간동아 1290호 (p64~6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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