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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농지 매입, 경자유전 원칙 위배… LH 직원 비판 자격 있나”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3기 신도시 건설 백지화, LH 해체 해야”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文 농지 매입, 경자유전 원칙 위배… LH 직원 비판 자격 있나”

“정부와 여권은 LH 전현직 직원 투기 의혹을 축소·은폐하려는 듯하다. 제대로 된 수사를 못 하게 방해하는 것 아닌지도 의심된다. 무능과 부패 속 올바른 부동산 정책이 나올 리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이 3기 신도시 건설 예정지에 투기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개발 관련 내부 정보를 악용해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것. 이에 대해 김헌동(66)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LH를 해체하고 3기 신도시 계획도 백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본부장은 1981~2000년 건설사에서 근무하다 시민운동에 투신했다. 2004년부터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 등을 지내며 부동산 문제 해결에 주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부동산 실정(失政)을 비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국토부 포함 합조단, 고양이에 생선 맡긴 격”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홍중식 기자]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홍중식 기자]

LH가 투기 의혹에 휩싸인 배경은?

“LH는 애초에 지나친 특권을 쥐고 있다. 토지수용권·용도변경권·용지개발권이 그것이다. 서민 주거 문제를 해결하라고 쥐어준 무기인데, 공기업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면 강력한 권한은 부정부패 수단으로 전락한다. 부동산 정책 책임자인 대통령과 전현직 김현미, 변창흠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이 무능하니 제대로 감시·견제할 수 없었다. 터질 게 터졌다.”

투기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전현직 직원은 20명 정도다.

“이번 사태를 토지 보상 업무를 담당한 일부 직원의 일탈로 봐서는 안 된다. 일개 직원이 그 정도로 투기했다면, 임원급은 어느 정도였겠나. 민간 건설사와 공동으로 택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주지 않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실제 수사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차명으로 거액을 대출받고 신도시 예정지역 토지를 구입한 정황을 포착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정말 투기 혐의자를 찾아 엄단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적폐’ 청산을 약속했는데.

“문 대통령과 여권의 부동산 문제 해결은 늘 ‘말잔치’에 그쳤다. 당초 국무총리실과 국토부가 주축이 된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을 통해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국토부 공무원 중 일부는 이번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의 당사자일 수도 있다.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격 아닌가. 이번 사태는 명백히 공직자 비리 의혹이다. 검찰에 수사를 맡기면 될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을 거의 해체 수준으로 무력화했다. 부동산 투기 같은 부정부패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김 본부장은 “LH가 공기업으로서 설립 목적과 존재 이유를 망각했다. ‘해체 수준의 개혁’이 아닌 진짜 해체할 필요가 있다”며 ‘LH 무용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LH 없이 주택 공급은 어찌하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산하 공기업으로도 가능하다. LH는 과거 주택 보급률이 낮았을 때 효율적인 주택 보급을 위해 존재했다. 전국 평균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었다. 소수 다주택자가 여러 채를 보유한 것이 주택 문제의 본질이다. LH를 ‘주택청’ 등의 이름으로 개편해 보건복지부 산하에 둘 필요도 있다. 주택 문제 해결을 토건 산업이 아닌, 복지 일환으로 보자는 것이다.”

지자체 산하 공기업도 ‘도적적 해이’ 우려가 있다.

“물론이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집권하는 동안 SH도 서민을 위한 주거 복지보다 잇속 챙기기에 골몰했다. 시장이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니 실무자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것이다. SH가 최근 공공주택을 분양하며 얼마나 큰 차익을 봤고 그 과정에서 부조리는 없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3기 신도시 토지 보상금, 강남 아파트 매입에 쓰일 것”

3기 신도시 건설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이다. 경기 고양·광명·남양주·부천·시흥·하남시와 인천 계양구 일대에 20만 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현역 여당 의원과 지자체 공무원까지 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신도시 건설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3기 신도시 건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굳이 신도시를 건설할 필요 없다. 3기 신도시 토지 보상 비용만 약 30조 원으로 추산된다.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가겠나. 다시 서울 강남 아파트 매입에 쓰일 것이다. 사람과 돈이 수도권에 몰리고 부동산 거품만 더 심해진다.”

대규모 주택 공급은 필요하지 않나.

“정부가 실제로 집을 얼마나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규모 신도시 건설 없이도 임기 중 서울 아파트 가격을 3% 낮추는 등 부동산시장을 안정시켰다. 이 전 대통령은 LH(한국토지공사·대한주택공사 통합)를 출범시키고 적절히 통제했다.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서 부동산시장 생리를 알고 있었다. 공기업이 큰 이윤을 보지 않고 싼값에 아파트를 공급하도록 압박했다. 그 결과 2011년 서울 강남에 30평형 아파트를 3억 원대에 공급했다.”

싼값에 분양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다. 아파트 3.3㎡당 건축비는 500만 원 정도다. 약 99㎡(30평)라면 건축비만 따져 1억5000만 원가량 든다. 여태까지 한국 정부는 대개 서울 그린벨트나 경기도 전답(田畓)을 아파트 단지로 개발했다. 모두 3.3㎡당 200만~300만 원에 매입할 수 있다. 땅값과 건축비를 합쳐 3.3㎡에 700만~800만 원이다. 30평형 아파트를 2억1000만~2억4000만 원에 지을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 의혹’ 불똥은 대통령에게도 튀었다. 지난해 4월 29일 문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 경호처는 퇴임 후 사저 및 경호시설 부지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일대 토지 약 3800㎡를 매입했다. 매입 당시 부지 상당 부분이 농지였으나 경남 양산시청의 허가를 받아 대지(垈地: 집을 지을 수 있는 땅)로 형질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 일부 LH 직원처럼 비(非)농업인으로서 농지를 부적절하게 취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3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라.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사저 구입의)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 부지로 매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일대 토지. [정재락 동아일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 부지로 매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일대 토지. [정재락 동아일보 기자]

헌법 제121조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

이를 두고 김 본부장은 “2017년 5월 현 정부가 출범하고 지난해 말까지 서울 아파트 값은 78% 급등했다. 사저 부지 논란을 보라.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문 대통령의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여실히 보여준다”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대통령은 농부가 아님에도 농지를 취득했다. 형질을 변경해 주택을 짓는단다. 헌법의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제121조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그런 대통령이 투기에 나선 LH 직원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말이 아닌 행동에 나서야 한다. 사저 부지를 팔고 국민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부동산 정책 최고 책임자로서 주택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간동아 1281호 (p4~6)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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