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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최대 위험은 공매도 아닌 표만 의식한 ‘당정 리스크’”

공매도 이론·실증분석 권위자, 이관휘 교수 직설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자본시장 최대 위험은 공매도 아닌 표만 의식한 ‘당정 리스크’”

공매도 이론과 실증분석의 권위자로 꼽히는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김도균]

공매도 이론과 실증분석의 권위자로 꼽히는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김도균]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합니다. 지금 증시를 봐주세요. 공매도가 없다고 증시에 문제가 있나요?’ 

지난해 12월 31일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6464명이 참여해 올해 1월 30일 종료됐다. ‘영원한 금지’에 방점이 찍힌 이 청원에 대한 청와대 답변은 2월 23일 공개됐다. 요지는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2020년 3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6개월간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했고, 이를 2021년 3월 15일까지 추가 연장한 데 이어, 5월 2일까지 재연장하기로 했으나 국내 주식시장 상황과 다른 국가의 공매도 재개 상황, 외국인 국내주식투자 등을 고려해 공매도 계속 금지는 어렵고 5월 3일부터 부분적으로 재개한다(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구성 종목)’는 것이다. 덧붙여 제도 남용 우려가 있는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규모는 현재의 절반 이하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국민청원의 특이점은 ‘공매도가 없다고 증시에 문제가 있나요?’라며 의문형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이 의문에 답해줄 전문가를 찾아갔다. 공매도와 주식 유동성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울대 경영학과 이관휘(51) 교수다. 서울대 경영학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통계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 재무경제학 박사를 했고, 뉴저지주립 럿거스대 경영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교수는 주요 학술지에 공매도 관련 논문을 꾸준히 발표해왔지만 특히 2019년 출간한 ‘이것이 공매도다’는 금융권 필독서로 꼽힌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부각돼온 공매도에 대한 오해와 진실, 현황과 제도, 다양한 사례를 일반 투자자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억울한 공매도를 위한 변론’이라는 프롤로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교수는 공매도의 부작용보다 순기능을 더 높이 평가한다. “공매도라는 참새는 수많은 해충을 잡아먹고 이는 당연히 더 큰 참사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이제는 해로운 새라며 공매도를 가리키는 손가락을 치워야 할 때다.” 그가 자주 쓰는 비유다. 대표적인 공매도 옹호론자로 알려진 만큼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공매도 반대론자들의 타깃이 되곤 한다.


‘빌려와 판다’는 공매도 아닌 차입매도

이관휘 교수가 쓴 책 ‘이것이 공매도다’ 표지.

이관휘 교수가 쓴 책 ‘이것이 공매도다’ 표지.

공매도(空賣渡·short stock selling)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사고파는 행위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어떻게 팔까. 굳이 없는 걸 왜 팔려고 할까. 이 교수는 “첫 질문에 대한 답은 ‘없으니까 남에게서 빌려와 판다’이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 팔면 나중에 파는 것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시 말해 ‘앞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 같아서”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보통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주식을 사지만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이다 보니 대중은 공매도가 미울 수밖에 없다. 공매도가 ‘개미를 학살하는 제도’, 공매도 투자자는 ‘다수가 불행할 때 이득을 챙기는 소수의 악당’으로 그려지는 이유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집이 없으면 팔 수 없다. 차가 없어도 팔 수 없다. 주식은 없어도 팔 수 있다. 공매도는 사기”라며 공매도에 대한 반감을 부추겼다. 이처럼 공매도라는 용어 자체가 오해 여지가 있어 이 교수는 ‘차입매도’로 바꿔 쓸 것을 제안했다. 

국민청원대로 공매도가 없다고 증시에 문제가 생기나.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것은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는 가끔씩 쓰지만 없어서는 안 될 장치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브레이크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싫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단점은 확연히 보이지만 장점은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공매도를 미워하는 개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나 문제는 이들의 분노를 이용하는 세력,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효율적 시장엔 자비가 없다’고 했다. 공매도와 무슨 관련이 있나. 

“효율적 시장이란 적정가격이 유지되는 것을 말하고, 자비가 없다는 것은 결국 떨어질 주식은 떨어진다는 의미다. 개인투자자들이 하는 추격매수가 그래서 위험하다. 추격매수는 반드시 공매도를 만나게 돼 있다. 공매도는 적정주가 회복에 도움을 주는 ‘가격발견’ 기능을 담당한다. 공매도의 가격발견 기능은 필연적으로 주가 하락과 같이 가는데, 알다시피 주가 하락은 투자자를 가리지 않는다. 주식시장에서 극단적으로 과대평가된 주식을 사는 사람들, 다시 말해 천정부지로 치솟아 이제 내리막길만 남은 주식을 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대부분 주식식장을 잘 모르거나, 참다 참다 ‘벼락거지’가 될까 봐 ‘영끌’해 투자한 사람일 개연성이 높다. 그럴수록 주가가 고꾸라지면 치명타를 입는다. 공매도가 없으면 벌어질 일들이다.” 

기업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매도의 가격발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나. 

“공매도는 한국소비자원과 같은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환경과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함유된 제품이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해당 제품을 테스트한 뒤 사용 중단 보고서를 내면 사람들은 빨리 그 정보를 입수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없으면 사람들은 오랜 기간 그 제품을 사용해 피해가 훨씬 커진 뒤에야 문제를 인지하게 될 것이다. 기업은 불리한 정보를 끝까지 숨기려 한다. 그러나 주가가 떨어져야 돈을 버는 공매도자들은 그것을 찾아내 널리 알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 큰 피해를 막는 자본시장의 참새라고 하는 것이다.” 

공매도 폐지 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이 적절했나. 

“청와대가 직접 나설 일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최고 감시기구인 금융위원회(금융위)를 통해 답하는 것이 옳았다고 본다. 한국에선 공매도 정책을 ‘당정’이 여론조사를 근거로 결정한다(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월 29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공매도 재개를 조사한 결과 찬성 24%, 반대 60.4%, 모르겠다 15.5%였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정책은 그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심지어 금융 전문가 집단인 금융위가 못 박은 사안조차 몇몇 국회의원이 뒤집어놓는다. 속된 말로 당정이 금융위를 ‘엿 먹이고’ 있는 셈이다. 금융기관 감독기구는 정치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시장조성자’ 공매도 금지 난센스

지난해 3월 한국거래소 관계자가 공매도 과열 종목 시세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3월 한국거래소 관계자가 공매도 과열 종목 시세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주가 하락을 막고자 시작된 공매도 금지가 추가 연장, 재연장을 거쳐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팬데믹 초기엔 공매도의 한시적 금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공매도 금지의 실효성을 따질 여유가 없었고, 설령 실효성이 있다 해도 하락하는 주가에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진정시키는 용도로도 필요했다. 그러나 정치권 눈치를 보다 금지 조치가 길어졌고 재개 시기를 놓쳤다. 미국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지만 주가는 올랐다. 일부 금지한 국가도 3개월 선에서 끝냈다. 1년 넘게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는 것, 특정 종목들은 거의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전혀 통상적이지 않다. 5월 2일까지 재연장한 것이 4·7 보궐선거와 관련 없다고 생각하면 너무 순진한 것 아닌가.” 

그나마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기로 했다. 

“말이 안 된다. 공매도가 재개되는 대형주보다 금지되는 중소형주가 급격한 가격 변동이나 가격 조작에 취약하다. 오히려 이런 종목에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국 투자자들이 ‘게임스톱’ 주가를 뒤흔들어놓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취약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공매도를 금지하면 시장 조성이 안 돼 유동성이 하락하고 결국 가격 폭락으로 이어진다. 주주들은 망하는 거다. 주식투자 저변이 확대되면서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는데 공매도 종목 제한을 풀어야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시장조성자’ 제도의 남용을 우려해 공매도를 규제하는 안도 마련 중이다. 

“시장조성자가 하는 일을 살펴보면 공매도 규제가 얼마나 웃기는 일인지 알 수 있다. A는 주식을 1만 원에 사고자 한다. 그러나 팔겠다는 사람이 없으며 가격이 오른다. 결국 1만2000원에 샀다면 A는 2000원 더 비싸게 산 것이다. 여기서 A가 1만 원 이상으로는 절대 안 사겠다고 하면 거래가 무산된다. 시장이 조성되지 않은 것이다. 이때 시장조성자가 나서 A에게 1만 원에 주식을 팔아 거래를 성사시킨다. 반대로 B는 1만 원에 주식을 팔고자 하나 9000원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이때 시장조성자가 9700원에 사주면 B의 손해는 300원에 불과하다. 한국거래소가 2016년 도입한 이 제도는 유동성이 떨어지는 주식의 거래를 성사시킴으로써 주가를 적정 수준에서 방어해준다. 공매도는 거래를 성사하는 수단인데 이를 축소하거나 거래세(현재는 면세)를 물리고, 업틱룰(uptick rule: 공매도 시 매도 호가를 직전 체결가 이상으로 제시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적용하는 것은 이 제도 자체를 위축시킬 개연성이 높다. 영국, 프랑스 등 많은 나라가 시장조성 거래에 면세 혜택을 주는 이유는 투자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관휘 교수팀은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발주한 ‘공매도의 시장 영향 및 규제 방안’의 연구용역을 마치고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지난 10년치 국내 주식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방대한 연구인 만큼 공매도를 둘러싼 ‘선악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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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279호 (p34~36)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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