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8

2021.02.26

“플랫폼 ‘로톡’ 사실상 ‘법률 브로커’…  광고비로 수임료만 높아져”

첫 로스쿨 출신 서울변회 회장 김정욱  …  “법조시장 왜곡, 국민에게 피해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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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1-03-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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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지호영 기자]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지호영 기자]

    “언제까지 ‘사시’ ‘변시’ 등 출신으로 변호사를 구분할 것인가. 법률 전문가로서 능력이 중요하다. 출신을 초월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들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겠다.” 

    김정욱(42) 변호사는 1월 25일 제96대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회장으로 당선했다. 첫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변호사시험(변시) 출신 지방변호사회 회장이다. 김 회장은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을 거쳐 2013년 제2회 변시에 합격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 초대 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부협회장, 서울변회 부회장을 지냈다.


    “ ‘사시’ ‘변시’ 출신 구분 말자”

    대한변협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1월 기준 1만2000여 명이다. 변호사 3만여 명(서울변회 소속 2만2000여 명)의 약 40%이다. 로스쿨은 2009년 출범했다. 졸업자는 법무부 주관 변시를 거쳐 변호사 자격을 얻는다. 로스쿨 1기가 3년 과정을 마치고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을 치렀다. 지난해 4월 9회(합격자 1768명)에 이르고 있다. 

    김 회장은 “법률 서비스 플랫폼의 세 확대로 변호사 직역(職域: 직업의 영역이나 범위)이 침해되고 있다”며 “법조시장 왜곡은 일반 국민의 피해로도 이어진다. 서울변회장으로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변회 사무실에서 김 회장을 인터뷰했다. 

    사상 첫 로스쿨 출신 지방변호사회 회장이 됐다. 

    “감사한 일이다. 다만 법조계에서 ‘사시(사법시험)’ ‘변시’ 등 변호사의 출신을 따지는 것도 그만할 때가 됐다. 지난 선거에서 내가 로스쿨 출신임을 부각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할 수 있었지만 지양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회장이 아닌,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으로서 대표성을 지녀야 하지 않겠나.” 



    로스쿨 출신 변호사 증가가 법조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25개 로스쿨에서 법조인을 배출하고 있다. 변시 같은 기수도 서로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시 출신 변호사 사이에서도 기수 문화가 비교적 희미해진 것으로 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법조계 진출이 늘면서 바뀐 풍경이다. 법조인 사이의 위계적 문화는 진작 없어졌어야 했다. 이른바 전관예우도 사실상 사라졌다.” 

    김 회장은 자신의 당선 배경을 “직역을 지키라는 동료 변호사들의 염원”으로 풀이했다. 그는 변호사 직역을 위협하는 대표적 요인으로 ‘법률 서비스 플랫폼’을 꼽았다. 인터넷 기반의 법률 서비스 플랫폼은 이용자에게 변호사 법률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편리함을 앞세워 세를 확장하고 있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의 어떤 점이 문제인가. 

    “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현행법(변호사법 제34조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 금지’)에 따라 변호사는 비(非)변호사와 변호사 업무를 통해 이익을 공유해선 안 된다. 대가를 받고 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알선하는 것도 금지된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이 변호사를 이용자와 연결해주는 행위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네이버 ‘엑스퍼트’와 로앤컴퍼니 ‘로톡’ 같은 플랫폼이 사실상 ‘브로커’ 역할을 한다고 판단한다.”


    “변호사 광고비 부담, 수임료 상승으로 이어져”

    2016년 대한변협이 관련 업체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해당 업체 서비스를 변호사 중개가 아닌, 변호사 광고 게재로 판단했다. 변호사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변호사가 플랫폼업체에 돈을 많이 낼수록 광고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안다. 처음엔 저렴한 광고비로 회원 변호사를 모집하지만 점차 값을 올리는 모양새다.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운영사가 식당 업주에게 ‘갑질’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결국 높아진 광고비를 감당하려면 의뢰인에게 더 많은 수임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로톡은 네이버·구글 등 포털 사이트처럼 검색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을 뿐, 별도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며 “현행법을 준수하는 가운데 변호사 상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법률 서비스 수요를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는 법률 서비스를 편히 누릴 수 있지 않나. 

    “의뢰인을 직접 만나 상담해보면 1시간도 부족하다. 사건의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다양한 법적 대응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짧은 온라인 상담으로 의뢰인이 섣불리 법적 행동에 나서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사람이 아프면 스마트폰 앱이 아닌 병원을 찾아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다. 법률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변호사에게 적절한 조언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변호사들의 예민한 반응이 ‘밥그릇’ 지키기는 아닐까. 김 회장은 “법률 서비스는 높은 공공성을 띤다. 단순히 변호사들의 잇속을 챙기는 것이 아닌, 법조시장 왜곡을 막자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현재 국내 플랫폼 산업 전반에 문제가 적잖다. 일부 업체는 사실상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를 중개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시장을 독점할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플랫폼업체가 법조시장을 잠식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가령 특정 기업이 전관 판검사를 모두 영입한다면 그 영향력이 어떻겠나. 국가 사법제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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