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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가속페달 밟은 집의 진화 ‘레이어드 홈’

갤러리, 호텔 라운지, 카페…집의 변신은 무죄

  •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코로나가 가속페달 밟은 집의 진화 ‘레이어드 홈’

안다빈 작가의 작품으로 갤러리처럼 꾸민 집. [사진 제공 · 오픈갤러리]

안다빈 작가의 작품으로 갤러리처럼 꾸민 집. [사진 제공 · 오픈갤러리]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자은(43)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후에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갤러리 투어를 즐겼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상향되면서 이마저도 접었다. 그 대신 집에 갤러리를 들였다. 이씨는 “차라리 집에 좋아하는 그림을 걸어두고 보는 편이 낫겠다 싶어 거실에 갤러리를 만들었다”며 “소장하고 있는 그림과 렌털 그림을 함께 걸어두니 진짜 갤러리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고연지(35) 씨는 호캉스(호텔+바캉스) 마니아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호캉스가 여의치 않자 그 돈으로 해외 명품 체어를 구입해 집에 호텔 라운지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고씨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의 기능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집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 서재에 라운지체어를 놓아 호텔 라운지처럼 만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 1년, 집이 다시 태어나고 있다. 집콕 생활로 집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중국의 변검(變臉)처럼 ‘천의 얼굴’을 가진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집이 단순한 주거공간이었다면, 지난 1년 동안 집은 재택근무를 위한 오피스로 탈바꿈하는 것은 물론 영화관, 카페, 와인바, 놀이터, 피트니스센터, 갤러리, 호텔 라운지 등으로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변신하고 있다.


집의 기능 확장, 고급화 이뤄지는 ‘레이어드 홈’

‘집콕’ 영향으로 그림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급증했다.  [사진 제공 · 오픈갤러리]

‘집콕’ 영향으로 그림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급증했다. [사진 제공 · 오픈갤러리]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이처럼 집의 기본 역할에 새로운 기능이 더해져 무궁무진하게 변화하는 현상을 ‘레이어드 홈(Layered Home)’이라고 명명했다. 옷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 룩’처럼 집의 기본 기능에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다는 의미다. 레이어드 홈은 기본 레이어, 응용 레이어, 확장 레이어 등 세 가지 형태를 띠는데, ‘기본 레이어’는 식사하고 잠자고 휴식을 취하는 집의 기존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응용 레이어’는 갤러리, 영화관, 카페처럼 집 밖에서 이뤄지던 활동을 집 안으로 들여오는 현상을 의미한다. ‘확장 레이어’는 편의점, 빨래방 등 집 근처 시설을 이용해 집의 기능이 집 근처, 인근 동네로 확장되는 단계를 말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홈카페, 홈짐, 호텔 라운지, 갤러리처럼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응용 레이어가 늘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그림 렌털과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갤러리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박의규 오픈갤러리 대표는 “그림을 렌털하는 고객 수가 전년 대비 5배 늘었고, 특히 고가의 그림을 렌털하거나 구입하는 비율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고급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공간디자인그룹 ㈜바이조희선의 조희선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시작된 레이어드 홈 현상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최근에는 고가 명품가구를 구입해 공간을 프리미엄하게 바꾸는 비율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남들과 차별화되는 갤러리, 홈시어터, 음악감상룸, 호텔 라운지 등을 만들기 위해 이탈리아 폴리폼(Poliform), 덴마크 프리츠한센(Fritz Hansen), 네덜란드 무이(Moooi) 등의 가구를 구입하고, 수천만 원을 들여 리모델링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확장 레이어 ‘슬세권’도 강화될 것

갤러리나 호텔 라운지처럼 꾸민 프리미엄 ‘레이어드 홈’이 유행이다. [사진 제공 · 프리츠한센]

갤러리나 호텔 라운지처럼 꾸민 프리미엄 ‘레이어드 홈’이 유행이다. [사진 제공 · 프리츠한센]

‘트렌드 코리아 2021’ 공동저자인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과 교수는 레이어드 홈의 프리미엄화 현상에 대해 “집을 이상적으로 만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랑하는 MZ세대의 특성이 레이어드 홈의 프리미엄화를 한층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레이어드 홈은 기본, 응용, 확장 레이어가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원래 힐링 공간이던 집의 기본 기능이 강화되고(기본 레이어), 기존에는 밖에서 이뤄지던 운동이나 뷰티 관리 등의 활동을 집 안에서 해결하다 보니 집의 기능이 확장되는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집의 역할을 다양하게 입체화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집 크기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다닐 수 있는 활동 영역) 활동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슬세권은 집 주변의 카페, 빨래방, 서재 등을 돌아다니며 동네 라이프를 즐기는 3단계로, 집이라는 공간을 넓히는 심리적 효과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미래 집은 단순히 집 이상의 역할을 하며, 사람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추게 될 것이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집의 진화를 초고속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주간동아 1275호 (p56~57)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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