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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4년 만에 ‘도로’ 관피아

6대 금융협회장 중 5명이 관료 출신 … 노골적 ‘제 식구 챙기기’ 비판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文 정부 4년 만에 ‘도로’ 관피아

지난해 말 관료 출신인 김광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전국은행연합회 수장으로 취임했다. [동아DB]

지난해 말 관료 출신인 김광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전국은행연합회 수장으로 취임했다. [동아DB]

‘관피아’. ‘관료’와 ‘마피아’를 합친 말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정권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견제해온 관피아가 4년 차에 접어든 요즘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도로 관피아’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금융권 인사에서 주요 금융협회장 6명 중 5명이 관료 및 정치인 출신으로 바뀌어서다. 4년 전만 해도 6대 금융협회장은 모두 민간 출신이었다. 지난해 말 전국은행연합회, 손해보험협회 등 주요 금융협회가 전직 관료 출신을 일제히 회장으로 선임했다. 2019년 선출된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과 박재식 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도 각각 행정고시(행시) 25회, 26회 관료 출신이다. 

스타트는 지난해 12월 22일 취임한 정지원 손해보험협회 회장이 끊었다. 정 회장은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중 손해보험협회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 과장과 감독정책과 과장, 금융위원회(금융위) 금융서비스국 국장과 상임위원을 거쳐 한국증권금융 사장,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했다. 정 회장은 금융 전문성은 갖췄지만 그동안 역임한 보직에서 보험 관련 업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왔다.


‘관피아 온상지’ 된 금융위

정 이사장의 이직으로 공석이 된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에는 역시 관료 출신인 손병두 전 금융위 부원장이 취임했다. 손 이사장은 행시 33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 과장과 외화자금과 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과 금융위 금융서비스국 국장 등을 지냈다.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자리에 오른 김광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례적으로 사실상 결선 투표까지 치른 끝에 단독 후보로 추대됐다. 김 회장은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을 시작했다.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 과장, 재정경제부 국세조세과 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 금융서비스국 국장,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등을 역임했고, 2018년 4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해 근무하던 중 전국은행연합회로 옮겨갔다.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과는 같은 행시 27회 출신이다. 

이 둘 외에도 금융 당국 수장인 은성수 금융위 위원장과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행시 27회 동기다. 이들은 현명함을 담은 우물이라는 뜻의 ‘함현정(含賢井)’ 일원으로 활동하며 동기 모임을 계속해오고 있다.




대(對)정부 로비 창구로 전락할까 우려

금융위원회의 ‘제 식구 챙기기’가 도마에 올랐다. [뉴시스]

금융위원회의 ‘제 식구 챙기기’가 도마에 올랐다. [뉴시스]

현재 6개 주요 금융협회장 중 순수 민간 출신은 대신증권 대표였던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밖에 없다. 나 회장은 1985년 대신증권에 입사한 이래, 35년째 한 곳에서 근무한 ‘증권맨’이다. 

최근 금융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금융위가 관피아의 온상지”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금융위 출신 공무원들이 지난해 연말 주요 금융협회의 회장 자리를 차지한 데 이어 새해 들어서는 그 밑에 전무 등 임원진 자리까지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돼서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위 김모 과장은 손해보험협회 전무로 거론되고 있다. 김 과장은 이미 금융위에 사표를 낸 상태로 그가 손해보험협회 전무가 되면 손해보험협회는 회장과 전무 모두 금융위 출신이 맡는다. 

전국은행연합회도 금융위 출신인 김광수 회장을 선임하기에 앞서 전무 자리에 금융위 공정시장과 과장과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장을 지낸 이호영 전 IBK신용정보 대표를 앉혔다. 여신금융협회와 생명보험협회 역시 각각 회장과 전무가 금융위 출신이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은 금융위 금융정책국장과 사무처장(1급), 김제동 생명보험협회 전무는 금융위 금융공공데이터담당관(과장급)을 지냈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위의 이런 행태는 지난해 말부터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초반에는 금융위가 청와대 눈치를 보는 듯했으나 지난해 말부터는 노골적으로 ‘제 식구 챙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 유관 협회들이 전관을 앞세워 정부에 로비를 하는 창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업계에는 정부와 소통이 절실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은행권의 경우 최근 연이어 터진 부실 펀드 사태로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여신업계는 카드 수수료 조정 및 법정 금리 인하 문제,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간소화 및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금융 당국과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금융소비자연맹은 공식 성명을 통해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측은 “금융협회장은 대정부 로비 활동이나 방패막이 역할이 아닌,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할 만한 비전과 전문성을 갖추고 소비자 중심의 마인드로 무장한 사람이 회장에 선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피아가 금융권을 점령한 상황에서 그 여파는 금융 소비자에게도 미친다. 특히 금융위는 금융산업 육성 외에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지휘하는 조직으로, 금융 유관 협회들과 유착하면 감독은 소홀히 한 채 산업 육성에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부 특임교수는 “관료 출신이라고 금융업계 수장을 맡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눈에 보이는 ‘회전문 인사’ ‘짬짬이 인사’를 통해 서로 밀고 끌며 요직을 나눠 갖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무엇보다 이들의 역할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1274호 (p12~13)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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